KEYWORD: 1차, BL, 계략공


 쿠모데 겐의 전기

저자 이치노와타리 하지메

Chapter 4. 쿠모데 겐의 성정에 대하여

 

그 친구와 함께 식사한 적이 있습니다. 저와 제 아내, 그리고 그 친구까지 셋이서 말이죠. 저는 쿠모데와 꽤 친밀한 사이였으니 사실 그와의 식사 자체는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 명의 일정을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세 명이 따로 시간을 내서 밥을 먹을 만큼 또 긴밀한 사이도 아니고 말이에요. 제 아내가 남편의 직장 동료와 같이 식사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나요. 그래서 다 같이 모이게 된 식사는 정말 우연하고, 운 좋게 맞아떨어진 일이었죠. 마침 저와 제 아내가 저녁 식사를 차리고 있는 와중에 그가 찾아왔거든요. 오후 늦게 새로운 사건이 접수되어 관련 서류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려도 괜찮았을 것을, 굳이 자진해서 저의 집까지 서류를 직접…. 이렇게 적으니, 마치 그가 성실하고 의욕 넘치는 사람처럼 보이는군요.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 누구도 근사하게 포장하거나 허황한 말로 꾸며주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확실히 하자면, 그는 제가 관련된 일에만 이리도 열정적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물론 그는 실력이 좋은 친구입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UDI에서 일하지 못했겠죠. 다소 차림새가 깔끔하지 못하고 태도에 진중함이 부족한 게 흠이라면 흠이겠네요. 그래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일을 꿋꿋하게 해낼 만큼 유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은 확실한 대가가 보장된 일이니까요. 성취감이라든가, 월급 말이에요. 반대로 무언가 대가 없는 일에는 그에게 큰 기대를 할 수 없으실 겁니다. 제가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가 저에게 보이는 편애는 이미 지난 글에서도 몇 번 예시를 보여 말씀드렸을 겁니다. 정확히는, 굳이 예시를 들지 않아도 그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티가 나는 것이겠지만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그의 마음에 들었냐, 물어보신다면… 아마 이 자서전을 다 읽으실 때쯤에 알게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초반에 모든 이야기를 풀려는 짓은 좋은 글쓰기에 어긋나는 행위니까요. 다시 식사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래요, 셋이서 같이 젓가락을 들고 제 아내가 손수 구운 꽁치를 먹었죠. 무척 잘 조리된 꽁치 조리된 꽁치였는데 쿠모데는 도통 먹지 못하더군요. 식사 자리에 합류 전, 배고프지 않다고 말했던 게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퍽 입맛이 없어 보였습니다. 분명 그의 배에서 허기진 소리를 들었는데도 말이죠. 먹을 둥 말 둥 하는 그에게 혹시 맛이 없냐고 물어보자, 그는 화들짝 놀라며 웃었어요. 아주 맛있다면서 갑자기 의욕적으로 식사를 계속하더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먹었으면 좋았을 것을.

제 아내는 사실 식사를 하며 살짝 신나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티가 잘 나지 않아 쿠모데가 눈치를 챘을지는 모르겠네요. 저와 종종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자세한 것은 들은 게 없어 늘 궁금했다고 그에게 말하더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제 직업이 법의학자이고, 또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죽어있는 사람을 더 자주 접하는 만큼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거든요. 그는 연신 눈을 굴리며 제 눈치를 살폈습니다. 말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허락을 구하듯이 말이죠. 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어요. 그 정도는 알아서 생각해야 할 나이니까요. 제 아내가 제 일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것은 배우자 사이에 서로에게 지녀야 할 의무적인 호기심에 가깝습니다. 거절했어도 큰 상관은 없었을 거라는 의미죠. 하지만 쿠모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또 젓가락질이 느려지며 저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어요. 그가 묘사하는 저는 참 근면성실하고 근사한 사람이었죠. 얼마나 객관적인지는 모르겠네요. 아시다시피, 쿠모데가 꽤 편애가 심한 사람인지라.

그는 이야기하는 내내 은근슬쩍 자신의 의견도 끼워 넣더군요. 예를 들자면, 그래요, ‘선생님의 아내라니 정말 행복하시겠습니다’라던가, ‘선생님과 결혼하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정말 좋으신 분이네요.’라던가. 제 아내를 떠받들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저와 결혼했다고 부러워하고 싶은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을 만큼 난해하고 뒤죽박죽인 평가였죠. 그는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가 무척이나 애정하여 마지않는 저와 결혼한 사람이 누구라도 부족해 보이겠죠. 설사 그 상대가 자기 자신이라고 하여도. 동시에 제가 선택한 사람을 무시할 수도 없겠죠. 제 선택이, 적어도 그에겐, 틀릴 리 없으니까요. 한참 동안 떠들던 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결국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가더군요. 시간이 꽤 지나도 나오지 않아 저도 따라가니 문 너머에서 작은 헛구역질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착각은 아니었을 거예요. 전 귀가 나쁜 편은 아니니까요.

참 가엾은 사람이죠. 제가 뭐라고 그걸 판단하겠느냐마는. 감당 못 할 애정을 품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꼭 버림받을까 봐 눈치 보는 개 같지 않나요? 다른 사람들은 기꺼이 무시하면서도 단 한 사람, 그러니까 제 앞에서만은 배를 드러내고 납작하게 눕는 꼴을 보면 따로 목줄을 채울 필요도 없는 충견이죠. 제대로 먹지도 못할 거면서 제 관심을 꾸역꾸역 삼키고 혼자 탈을 나고, 그래도 좋다고 다시 저에게 돌아오고. 그의 이러한 사랑이 국가나 회사를 향해 있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는 인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를 어떻게 할 생각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는 저에게 그가 귀속된 것은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말이죠. 쿠모데만 불쌍하게 되었어요. 저는 아마 그가 저에게 바라는 것 중 대부분은 해주지 못할 텐데 말이에요. 정확히는 해주지 않을 겁니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요. 애초에 그 역시 제가 무언가를 내어주려고 하면 오히려 기겁하면서 도망가겠죠. 그렇게 모순적이고 심성이 다소 뒤틀린 사람입니다.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정도는, 그래요, 화장실 문을 열고 헛구역질하는 그의 등을 쓸어주는 정도였죠.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속을 게워내는 와중에도 저에게 연신 사과를 했어요. 정확히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였겠죠. 기껏 만든 요리를 낭비한 점이라던가, 구토란 행위 자체가 주는 역겨움, 그로 인해 화장실을 더럽힌 사실이라든지. 먹기 싫었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거절했으면 되었을 텐데, 그조차 못하고. 결국, 그는 독에 중독된 것과도 같습니다. 어쩌면 그 행위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상대가 자신처럼 절절매줄 거라고 바라기라도 하는지.

이런, 전기에는 좋은 말만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 챕터는 나중에 고쳐야겠네요. 이대로 출판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아니지, 그의 ‘인간적인’ 면모라고 오히려 좋아하려나요. 대중의 취향이란 다소 까다로운 면이 있으니 저로서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겠네요. 아, 이 이야기를 끝내자면 결국 그는 속이 안 좋다며 일찍 귀가했습니다. 그가 멋대로 제 집에 먼저 찾아오는 일은 그 후로 없었죠. 처음부터 방문해도 되냐고 허락을 꼬박꼬박 맡았더라면 이런 일 자체가 없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는 직접 겪어야 배우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었네요.

프로필 사진: 신유님 작업물/커미션계: @tianlee_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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