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기분 좋을 만큼 적당하고, 막 피기 시작한 꽃에서 향기가 피었다. 배너는 잠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이게 바로 봄이로구나ㅡ싶을 정도로 봄 다운 날씨였다. 쓸데없이 챙겨둔 재킷을 팔에 걸쳐두고 천천히 걸었다. 낮 동안은 종일 밖에 있어도 좋을만큼 날씨는 끝내줬다. 이런날은 피크닉이라도 가면 참 좋을텐데. 같이 산책이라도 가자는 제안을 망설임 없이 거절당한 기억이 쓰렸다. 재킷의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냈다.

"......"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냉기에 팔뚝에 난 털이 모조리 곤두섰다. 5월, 초봄이었고 거침없이 돌아가는 에어콘 소리를 배경음 삼아 소파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스웨터를 찾아 입었다. 로키는 얇은 셔츠만 입고서 우아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가만히 배너를 바라보았다. 뱀을 닮은 녹색 눈동자가 차게 빛났지만 배너는 로키의 손에 들린 리모콘을 빼앗았다.

"로키, 에어콘 온도 좀 그만 낮춰요. 밖에 나가봤어요? 날씨 엄청 좋아요."

"더워."

"그러게 이사 가자고 했잖아요. 알래스카나, 아니면 캐나다라든지."

"그나마 여기 음식이 제일 먹을 만 하거든."

배너는 잠시 로키가 한달 동안 토니의 카드로 긁어대는 식비가 얼마인지 계산해보았다. 로키는 팔을 뻗었다.

"이리와."

"왜요."

"춥다면서?"

얼음장 같은 공기에, 그것보다 더 차가운 로키의 손끝에 닿으면 정말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배너는 짧게 한숨을 쉬었을 뿐 순순히 로키의 손을 잡았다. 금새 배너의 몸을 뱀처럼 휘감은 로키의 팔이 그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차갑다. 어느새 스웨터 안을 파고든 손을 붙잡으면서 배너는 조금 떨었다. 로키는 일반인보다 훨씬, 몇 배로 체온이 낮았고 배너는 일반인보다 체온이 높은 편이었다. 맞닿은 피부가 녹아내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만큼 로키는 차가웠고, 배너는 뜨거웠다. 

"녹을 것 같아."

로키가 속삭였다. 서로의 체온을 주고받아 미지근해지는 감각이 좋아서, 배너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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