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트위터에서 영안실 사진을 올려놓고 당신의 최애를 찾아보라는 글을 봤었더랬죠.

전 그걸 보고 한 칸에 한명씩, 사진을 다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물을 훔쳤어요..


그래서 (너무 많이) 죽은 레즈비언들에 대해 글을 써보잔 생각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즈비언 캐릭터들 많이 죽어요. 정말 많이. 너무 많이.

'내가 레즈비언 나오는 걸 찾아보니까 그렇게 느끼는 건가?' 싶었는데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레즈비언(과 여성애자) 캐릭터의 사망률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높습니다.


통계, 조사도 어느 정도 되어있는 사실인데 비판이 많았음에도 미디어 속 레즈비언 리프레젠테이션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어요.




말로만 해도 다 이해하실 테지만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미디어 속 레즈비언들을 비극적인 엔딩으로 밀어 넣는... x불..

검색을 하다가 깔끔하게 정리된 자료를 찾아서 가져와 봤습니다. (글 전문 링크는 맨 아래에)






첫 문단과 이 글이 쓰인 날짜를 보면, 렉사(<원헌드레드> 캐릭터) 죽음 이후에 쓴 걸로 보여요. (렉사 소개는 아래에)


데이터는 1976년 ~ 2016년 사이 미국 TV 작품으로 한정되어 있고,

글쓴이가 통계에 포함되는 캐릭터의 기준을 정해놓았는데,

1) 두 에피소드 이상 출연 

2) 미국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일 것. 


그러니까 에피소드 한 개에만 잠깐 출연했다 사라지는 단역스러운 캐릭터는 제외하고, 미국에서 제작되거나 미국 제작사 작품이 아니어도 미국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이면 포함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드라마인 <로스트 걸(Lost Girl)>은 미국에서 제작된 시리즈가 아니지만 Syfy 방송사를 통해 미국에서 방영되었고, 영국 드라마인 <스킨스(Skins)>는 BBC America를 통해 미국에 들어왔으므로 통계에 포함되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에서 모든 레즈비언/바이섹슈얼 캐릭터를 포함하진 못했을 것이고, '작중 공식적으로' 섹슈얼리티가 드러난 캐릭터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통계나 연구가 완벽할 수는 없을 테니... 좋은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안에 있는 글자를 번역해오려다가 너무 오바인거 같아서 그만뒀어요. (사실 귀찮았음.) 중심 단어만 알면 뭘 의미하는지 아실 테니 알아서 보시길 바라고...ㅎ


오른쪽 상단을 보면, TV 속 레즈비언/바이섹슈얼(외 여성애자도 포함이겠죠.) 캐릭터의


무려 31% - 죽

28% - 주요 인물이 아니라서 어떻게 됐는지 모

20% - 쇼가 캔슬됐을 때 살아있었다... 는거 보면 살아는 있지만 드라마가 나오다 중간에 끊겨버렸단 얘기

꼴랑 10% - 해피엔딩


중반부를 보면


레즈비언/바이 캐릭터가 한명이라도 있는 TV 시리즈는 전체에서 11%밖에 되지 않고,

그 11퍼센트 중에서 레즈비언/바이 캐릭터가 죽은 드라마가 무려 35%나 됩니다.


레즈비언 나오는 시리즈는 개미똥만큼 있으면서ㅠㅠ!!! 레즈비언 나오는 시리즈 중 1/3이 넘는 쇼가 레즈비언 캐릭터를 죽여버린다는 얘기. 


아니 위에서 말하는 '레즈비언 캐릭터 나오는 시리즈'라는게 모든 캐릭터가 레즈비언/바이 등 여성애자란 말이 아니잖아요?

레즈비언이 단 한명만 나와도 저기에 포함되는 거고, 찾아보지 않아도 한명 아니면 두 명 많아야 세 명밖에 안 나올 거란 말이에요?

근데 레즈비언 나오는 작품 백개 중에 35개에서 개중 하나 있는 레즈비언 캐릭터를 죽여버렸다는 말이죠??




'미국은 원래 미디어에서 캐릭터 많이 죽이지 않냐? 레즈든 아니든 그냥 다 많이 죽이는 거 아니냐?' 란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총기규제를 안하니 맨날 사람이 죽지 


레즈비언 캐릭터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을 빼놓고 보더라도(사실 빼면 안됨)

비교하면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2015-16년 티비 시리즈 기준,

전체 캐릭터 중에 몇 퍼센트가 죽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전체에서 고작 2퍼센트만 차지하는 레즈비언/바이 캐릭터들이 죽은 캐릭터만 모아놓으면 갑자기 비율이 5배 포인트 뛴다는 건.. 명백히 레즈비언/바이 캐릭터가 많이 죽는 거겠죠.





이게 최근에 갑자기 생긴 현상은 아닙니다. 언제나 그래왔고 비판도 있어왔는데 변화가 없으니 사람들이 참다참다 폭발한 것 같아요.



흔히 'Bury Your Gays' 혹은 'Dead Lesbian Syndrome'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말은 미국 티비 작가들이 동성애자(와 퀴어) 캐릭터, 특히 여성 퀴어캐릭터들을 유독 많이 죽이는 못돼처먹은 행태를 말합니다.

한국어로는 '너의 동성애자들을 묻어라', '레즈비언이 죽는 경향' 정도로 말할 수 있으려나요.


* 이 현상 소개는 앞서 포스팅한 기사에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레즈비언 캐릭터의 빈번한 죽음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레즈비언 캐릭터의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거예요.


레즈비언 백명 나오는데 한명 죽였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화 안 내겠죠.

꼴랑 한두명 나올까 말까 해서 전 세계 레즈비언들이 다 그 캐릭터의 안녕만 빌고 있는데 죽여버리면 야마가 안돌겠어요?






작품 만든다는 인간들이 하도 레즈비언을 죽여서 만들어진

'Dead Lesbian Syndrome'에서 시작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클렉사콘(Clexacon)'

 

클렉사콘은 <원헌드레드>의 캐릭터인 클라크(Clarke)와 렉사(Lexa)의 커플명, 클렉사(Clexa)에서 이름을 따온 팬 행사로, 2017년에 처음 시작했어요. 다른 ~콘들처럼 테마 별 패널이 있고 배우, 제작자 등 게스트가 초청되어 자유롭게 이야기하거나 팬 질문에 대답해주는 등 여러 활동으로 행사가 진행됩니다.




클렉사콘이 죽음에서 탄생했다고 표현한 이유는 말이죠..

때는 바야흐로 2016년..

죽은 캐릭터 10분의 1이 레즈/바이였던.... 그 경악스러운 해..



2016년 3월 3일 방영된 <원헌드레드(The 100)> 시즌 3 에피소드 7 'Thirteen'에서

작품 내 거의 유일한 레즈비언 캐릭터였던 렉사가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드라마도 유명해서 팬이 많았고, 특히 렉사 캐릭터는 주인공인 클라크보다 인기가 많다고 할 정도였던지라 시청자들은 이 캐릭터를 쓰다 버리는 행태에 엄청나게 실망하고 속상해했어요.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이라고 할 정도로요.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2016년 5월 31일 방영된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 시즌 5 에피소드 10 'The Day the World Went Away'에서 또 작중 유일한 레즈비언 캐릭터인 루트가 렉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살해당합니다.

퍼오인도 인기가 많은 드라마여서 팬층이 두터웠고, 루트 캐릭터는 시즌을 거치면서 많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당연히 인기도 많았고요.


렉사 트라우마가 생긴 지 3달이 채 안 돼서 또 메이저 레즈비언 캐릭터가 어이없고 불필요하게 죽은 거죠.




그 후 홀리 와인바거(Holly Winebarger), 니콜 핸드(Nicole Hand), 에밀리 마루티안(Emily Maroutian)은 (미디어 속 레즈비언 살해 현상에 관한) 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클렉사콘을 조직합니다. 처음에는 약 100명이 모이는 것으로 계획되었는데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큐모가 더 커졌다고 해요.

이름을 클렉사콘으로 지은 이유는 설립자들이 클렉사 커플 팬이고 렉사가 죽은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2017년부터 매년 열리다가 작년(2020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행사가 취소됐었고, 올해(2021년)엔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내년 클렉사콘을 노려보도록 해요. 오프라인으로 열리면 미국엘 가야 하겠지만요.





간략히 쓰려다 글이 길어졌는데, 이건 인트로였음. x나 긴 인트로..

앞으로 제가 애정하는 죽은(ㅠㅠㅠ) 레즈비언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떠나간 레즈비언들을 기리며' 시리즈에 추가할게요.

(첫 순서는 앞에서 계속 언급한 렉사로 할까해요.)






인포그래픽 출처


클렉사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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