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었다. 스케줄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무슨 정신으로 화장을 지우고 샤워를 했는진 기억나지 않았다. 습관적인 일과를 끝마치고 침대에 몸을 대자마자 깊게 잠든 용선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몸을 몇 번 뒤척이다 눈을 떴다.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컴컴한 방이었다. 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빛줄기에 가만히 눈을 깜빡이고 있자니 문이 조심스레 열리며 시커먼 형체가 살금살금 들어왔다.


“뭐해?”

“깜짝이야…. 깼어?”

“오늘 스케줄 새벽에 끝난다며. 지금 몇 시야?”



부스스한 얼굴을 문지르며 잠긴 목소리를 내던 용선이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겼다.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히 걸어들어오던 별이가 용선의 목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가슴에 손을 얹고 놀란 심장을 다독였다. 용선이 누워있는 침대 끝에 털썩 걸터앉아 볼록 솟은 이불 위를 쓰다듬자 길게 뻗어져 있는 다리가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열두 시. 촬영 캔슬됐어.”

“왜?”

“몰라. 하다가 자기들끼리 의견 안 맞아서 쌈박질하더니 나한테까지 난리잖아. 그냥 엎었어.”

“그래도 돼?”

“되니까 그랬지.”



인상을 확 찌푸린 용선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한 얼굴을 한 별이가 따뜻한 이불 속에 손을 집어넣으며 비집고 들어오자 몸을 살짝 비키며 공간을 내어준 용선이 끝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려고 저러지, 쟤는. 반항아 컨셉 먹어주는 것도 많이 봐줘야 십 대 끝자락에나 가능한 일이지…. 용선의 걱정과는 정반대로 태평한 얼굴을 한 별이가 용선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어둠 속에 적응된 눈이 금세 익숙한 얼굴 윤곽을 읽어냈다.


“그 난리가 났으면 회사에 갔어야지, 왜 여기로 와.”

“직원들도 퇴근하고 없거든?”

“대표님한테 설명이라도 미리 하던가.”

“걱정 좀 사서 하지 마, 알아서 다 해.”

“네가 자꾸 이러니까 너네 소속사에서 나 싫어하잖아.”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12,687 공백 제외
1,5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