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nct dream - 오르골












"누나아아!!!"



동혁이는 여주를 보자마자 와다다 뛰어와 폭 안겼다. 고작 한 번 본 사이인데 왜 이렇게 반가워 하는지 마크는 심기가 아주 불편했다. 동혁이와 제노의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다 같이 여주의 수박농장으로 여행 아닌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제안은 여주가 했고 처음엔 마크가 거절했다.



"여주네 단골은 나뿐인데엥.."

"동혁이가 사람을 많이 접하고 경험하면 좋잖아."

"오웅 그건 그래. 여주, 혹시 우리 여주 천사 아닐까?"



허웅 우리 여주는 마음씨도 어뜨케 이렇게 이쁘지? 마크가 여주의 얼굴 곳곳에 뽀뽀를 퍼부었다. 사실 동혁이는 가족단위로 살던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다. 자녀가 수인에 호기심이 생기자 그의 부모는 냅다 동혁이를 입양했고 수인의 장단점은 하나도 모른채 귀여워만 하다가 동혁이 점점 크기 시작하자 병원에 버리고 도망갔다. 그 병원이 바로 재현의 병원. 동혁이는 그 이후로 사람을 경계했다. 특히나 중년의 부부만 보면. 


그런 동혁이가 재현을 만나고 같은 수인인 마크나 제노를 만나면서도 경계심 자체가 조금 허물어졌다. 하지만 아직 어른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지지 않은 동혁이를 위해 여주는 제 부모님을 한 번 만나게 해보면 어떨까 제안을 했다. 혹여나 이게 트라우마라서 싫다고 한다면 절대 데리고 갈 생각은 없었다. 여주는 재현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이야기를 꺼냈고 재현은 동혁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동혁아 여주누나네 수박농장 같이 갈래?"

"응!!! 좋아!!! 누나도 같이 가? 마크형도 제노도 그리고 형아도 같이 가?"

"응. 그런데, 여주 누나네 부모님도 있어. 여주 누나네 엄마 아빠."

"...엄마 아빠?"



그러면 동혁이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저를 버렸던 그 부부가 떠올랐다. 동글동글한 눈에 조금씩 눈물이 차오르려고 해서 재현은 그래 아직 무리겠구나, 싶어 동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동혁이가 재현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야..갈래.."

"엉?"

"누나 엄마 아빠는 착할거야."



고작 한 번밖에 안 본 여주인데 왜 그렇게 신뢰가 생긴건지 동혁이는 용기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재현에게 제 의사를 밝혔다. 여주 누나네 엄마 아빠는 엄청 착할 거야. 누나한테는 좋은 냄새도 나고 마크형아한테 엄청 잘 해주고 나한테도 처음 봤는데 잘 해줬으니까. 재현은 그런 동혁이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오백번 해줬다. 우리 동혁이 진짜 다 컸네. 그러면 동혁이는 퐁 하고 푸들로 변하더니 저기서 쿨쿨 잘 자고 있는 제노에게 우다다 달려갔다.


검은색 도베르만이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잘 자고 있다가 갈색 푸들이 왕! 하고 짖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다. 그리고 푸들이 왕왕! 깡깡! 뭐라뭐라 짖었더니 도베르만은 기지개를 쭈욱 피며 하품을 했다. 아마 저 푸들의 소리가 시끄럽다는 표현 같았다. 동혁이는 푸들로 변해 제노에게 형아가 나 용감하다고! 다 컸다고 칭찬 해줬어! 왕왕! 자랑했고 제노는 그냥 다시 잠에 들었다.


그렇게 성사된 여주네 수박농장 방문. 마크는 농장에 가기 전 날부터 여주의 집에 눌러앉아서 아학! 아학! 귀여운 웃음소리를 내며 여주우 나 거기 사위잖아. 응? 하며 여주에게 매미처럼 붙어서 어깨에 얼굴을 막 비벼댔다. 아 더워! 붙지 마! 하면 허웅. 하고 서운한 표정을 짓더니 퐁! 하고 고양이로 변해 여주의 무릎에 살살 올라가 앉았다. 고양이로 변한 마크에게는 한층 더 부드러워지는 여주였기에 마크는 종종 고양이로 변하고는 했다.


다음 날. 여주랑 마크는 마크의 차를 타고, 제노와 동혁이는 재현의 차를 타고 농장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마크는 아침부터 what? 지금 내가 보고 있는게 뭐지? 싶었다.





"마크씨 안뇽."



이 고양이 새끼는 왜 여기있어?

재민이 아무렇지 않게 서서 마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마치 당연히 같이 가는 것 처럼. 분명히 어제까지 여주가 아무말 없었는데....이상하네에...나, 재현형, 동혁, 제노 이렇게만 가는 건데? 마크는 미간을 찌푸리고 코를 킁킁대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여주 눈치를 봤다. 아무래두 저 고양이자식 냄새 정말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아 마크, 오늘 아침에 갑자기 엄마가 전화가 와서 재민이도 데리고 오라고 그러더라구..."

"김여주 나 서운행. 어떻게 농장 가는데 나한테 미리 연락을 안 할 수가 있어? 흥."



재민은 조금 서운해했다. 왜냐면 여주네 어머니 아버지랑 재민이도 친하니까. 여름에 가끔 같이 내려갈 때도 있었다. 가서 여주와 도영과 부모님을 도와 같이 수박 포장을 하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여주가 마크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과 내려가니 재민이도 그렇고 마크나 동혁이 제노도 서로 불편해 할까봐 딱히 재민이에게 말을 하지 않았던 건데, 엄마가 데리고 오라고 하니까 뭐.


마크는 자연스럽게 여주의 손을 꼭 붙잡고 재민이를 쳐다봤다. 아니 쳐다본 게 아니라 노려봤다. 그래도 여주 친구니까 내가 못되게 굴면 안 되겠지...허웅 그래도 너무 마음에 안 드는 걸 어떡해. 내가 모르는 여주의 시간을 쟤는 알고 있잖아! 마크는 후웅. 소리를 내며 여주의 어깨에 머리를 묻었다. 그러면 재민이는 헛, 참, 마크씨 너무 귀엽잖아? 생각했다.


반면 재현의 차 안에서는 동혁이가 요새 빠진 그룹의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제목이 오르골이던가. 어제 제노랑 신나게 손 잡고 나가서 선글라스를 사온다고 그러더니 선글라스를 끼고 티비에서 본 형아들의 제스처를 따라하며 엉덩이를 들썩 거렸다.



"동혁아 안전벨트 안 풀리게 조심해."

"응. 나 완전 신나 형아."

"어헝 형아 동혁이 엉덩이 음청 가벼워."



제노도 동혁이와 마찬가지로 신남 100프로 상태였다. 헤이 디제이 플레이 댓 송~ 노래를 흥얼 거리며 이들은 농장으로 향했다. 그 시각 마크의 차 안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했다. 여주는 아주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일단 마크는 시무룩한 상태로 운전을 하고 있었고 재민이는 뒤에서 으흥 으흥 하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니까. 마크는 여주랑 단 둘이 차를 타고 갈 생각에 전날부터 방방 뛰었는데, 허웅. 이 정적을 깬 건 재민이었다.



"마크씨 마크씨. 나 싫어용?"

"....아니에용."



우리의 착한 수인 마크는 차마 여주의 친구에게 나 너 싫다고 모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싫기는 싫지만...그래두 여주 친구잖아. 나는 여주한테 어리광 부리는 남자친구가 아니란 말이지. 하지만 이미 마크 얼굴에는 '나재민 싫어용.' 이라고 써져 있었기에 여주는 웃음을 참았다. 어떡하지 마크 너무 귀여워. 지금 당장 나재민이 보던 말던 얼굴에 쫍쫍 뽀뽀를 갈겨주고 싶었다.



"마크씨 마크씨. 내가 여주 학생때 이야기 해줄까용?"

"...."

"안 궁금하면 말구~"

"....뭔데용."



마크는 아까와는 다르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백미러를 통해 재민을 바라봤다. 사실 재민은 마크랑 친해지고 싶었다. 재민은 같은 고양이 수인이라고 해서 경계심이 많다거나 그러지 않았다. 유일하게 싫어하는 수인은 호랑이 수인뿐. 무섭잖아용. 재민은 뒤에 앉아서 쫑알쫑알 여주의 학생때 이야기를 했다. 배구공을 던져서 자기를 괴롭힌 사람들을 혼내 주는데 진짜 배구 국가대표 선수인 줄 알았다고. 그러면 마크는 오홍. 오웅. 와앙. 하면서 여주 머시쏘...지짜 지짜 머시쏘..중얼 거렸다.



"우리 여주가 엄청 용감하거등요."

"wait. 우리여주? 재민네 여주 아니고 우리 여주."



그래도 아닌 건 아닌 마크였다. 재민은 또 어웅 마크씨 너무 귀엽넹. 생각했다. 이 시점에 여주는 잠이 들어버려서 재민이가 자기 학생때 이야기를 하는 걸 듣지도 못했다 이렇게 여주가 잠든 사이 마크랑 재민은 조금 친근해지기 시작했고, 츄르는 어떤 맛 좋아하세용? 좋아하는 음식은 뭐예용? 등의 고양이 수인스러운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재민에게 여주가 진짜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노래 등의 정보를 얻고 그제야 마크는 흐음 재민. 나쁜 고양이새끼는 아닐지두 몰라. 생각했다. 그렇게 여주가 잠든 사이 꺄르륵 꺄르륵 서로의 취향을 주고받던 마크와 재민은 오웅 재민아 으응 마크야. 하면서 말까지 튼 사이가 됐다.



"여주, 여주. 일어나 도착해쏘."



뒷좌석에 재민이만 없었으면 여주의 얼굴 곳곳에 뽀뽀를 해주며 깨웠을텐데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 재민 때문에 그냥 여주의 볼을 살살 쓰다듬으며 잠을 깨웠다. 이거 누가 수인인지. 허웅 아무래도 우리 여주 정말 수인 아니야? 인간이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나? 여주는 간신히 눈을 떠 차에서 내렸고 마크야! 재민아! 하며 이야기를 하는 둘을 보고 놀랐다. 언제 친구를 먹은거람?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재현의 차가 들어왔다. 제노와 동혁이는 빨리! 형아 빨리 주차 주차! 하며 벌써부터 안전벨트를 풀 준비를 했고 재현이 주차를 하자마자 우당탕 내려 마크형아~ 여주누나~ 하며 우다다 뛰어와 여주에게 안기려다가 맑게 웃고 있는 재민을 보고 브레이크가 걸렸다. 마크는 처음으로 재민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동혁이 자꾸 여주한테 안기는 거 정말 마음에 안 든다구. 아니, 그렇다고 동혁이가 싫은 건 아니지만서두....동혁이는 왜인지 멀리서부터 조금 낯선 냄새가 나더라니, 생각 하며 제노의 뒤에 숨었고 제노는 아잇, 잠깡만. 나도, 아잇, 나도 낯 가린다구. 하며 재현을 애타게 찾았다.



"인사해 여기 내 친구 재민이야. 고양이 수인. 제노랑 동혁이한테는 형아겠네?"



여주 누나 친구?

그럼 좋은사람! 아니아니 좋은 수인!

동혁이와 제노는 금세 경계를 풀고 형아 안녕하세용. 하고 인사를 했다. 재현은 벌써부터 퀭한 눈을 하고 차에서 내려 여주에게 인사를 건넸다. 마크는 오웅 형 우리 여주랑 악수는 하지 말아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 재현은 그래! 하고 머쓱하게 손을 거뒀고 여주는 마크의 등짝을 때렸다. 동혁이는 재민과 인사를 하고 여주를 보고 눈나. 하고 다가갔다.





"......"



어제 산 선글라스를 끼고 뿌듯하게 여주를 바라봤다. 나 이거 샀어. 멋있지? 라고 말 하고 싶었다. 여주가 먼저 알아봐주길 바랐기에 이렇게 떡하니 여주의 앞에 서서 턱을 치켜 들었다. 그렇게 자랑하고 싶어 하더니, 여주는 동혁이를 보고 와 동혁이 진짜 멋있어! 엄지를 치켜 들었고 동혁이는 흐흥. 하고 웃었다. 그러면 마크는 옆에서 나두...나두 선글라스 낄 걸 그래쏘. 하며 허전한 제 눈가를 쓸어 내렸다. 여주는 이 와글와글한 사람, 수인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고 멀리서 도영이가 손을 흔들었다. 으으! 어떡해! 저 귀염둥이들 다 뭐야! 이미 수박을 한 바가지 썰고 계셨던 여주의 부모님은 왔니! 하며 버선발로 뛰어 나왔고 동혁이는 흠칫 놀라며 재현의 뒤에 폭 숨었다. 아직은 사람이 두려운 쪼푸.



"안녕하세용. 도영이 형두 안녕하세용."

"재민이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재민이 살갑게 여주의 가족들에게 인사했고 가족들도 꽤나 친근하게 재민을 대했다. 도영이는 살금살금 제노에게 다가가 안녕? 하고 말을 걸었다. 그러면 제노는 어헝. 여주눈나랑 완전 똑같이 생겼네요? 그리고 냄새도 똑같아요. 하면서 도영에게 킁킁 코를 갖다댔다. 재현은 조용히 동혁에게 싫어? 싫으면 갈까? 하고 물었다. 그러면 그 소리를 들은 도영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동혁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형아는 저기 여주누나 오빠야."

"...."

"형이랑 같이 수박 먹으러 갈래? 마크형아가 무지 좋아하는 수박인데."



동혁이는 그래 나 용감한 수인이라고 했으니까. 재현 형아가 나 용감하다고 했으니까! 용감하게 앞으로 나가 마당에 둘러 앉아있는 사람들 틈으로 걸어갔다. 재현은 그 뒤를 따랐고 여주의 부모님은 동혁이와 재현을 반겼다. 동혁이가 쭈뼛대자 여주의 어머니가, 아가 이거 먹을래? 하며 수박을 내밀었다. 



"아휴 귀여워라. 오늘 아줌마가 수박 엄청 많이 썰어줄게. 여기서 먹을 수박 다 먹구 가 알겠지?"

"...넵."



동혁이는 역시 여주 누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인가바. 안심하며 수박을 먹었다. 아직은 조금 낯설지만 이전에 버림 받았던 그 집보다는 확실히 따뜻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여기서 약간 심기불편한 건 마크 하나. 허웅 나 사위잖아. 나 여기 수박농장 사위인데 어머니 아버지 왜 나 많이 안 반겨주지? 쪼금 아주 쪼끔 서운하당. 물론 동혁이랑 제노가 귀엽지만서두....



"민형씨 많이 먹어요."

"헙. 넹."

"우리 여주랑은 결혼 하나?"

"엄마!!!!"



헙.

결혼?

여주는 당황해서 수박으로 엄마의 입을 막았고 옆에서 아빠와 도영은 깔깔댔다. 제노와 동혁이는 헐 눈나 형아 결혼해? 와! 나 그럼 뷔페 먹으러 갈래! 따위의 소리를 했고 재현은 소리없이 끅끅대기만 했다. 여기서 얼굴이 시뻘개진 건 여주뿐이었다. 재민은 옆에서 와우 로맨틱해용. 하면서 박수를 쳤다. 마크는 나랑...여주랑...결혼? 허웅. 어쩌면 좋아. 생각만 해도 너무 기뻐. 벌써부터 광대가 하늘로 솟을듯 올랐고 여주는 아 제발 엄마 아빠 쫌! 하면서 등을 떠밀었다.





여주는...나랑 결혼 하기 싫은가..?



왜 저렇게까지 싫어하는지 마크는 약간 서운했다. 그래도 딱히 말을 꺼내지 않았다. 여주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으니까. 수박도 먹고 점심도 먹고 다 같이 수박밭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힘 조절을 못해 제노는 수박을 깨는 일이 다반수였다.



"어뜨카지...죄송해요..."

"아니야 제노야...일루와. 앉아있어."



동혁이는 와! 수박! 여주 누나 냄새다! 하면서 킁킁대며 신기하다고 방방 뛰다가 수박을 발로 밟지 않나. 여기서 느긋하고 프로답게 수박을 따는 수인은 재민뿐이었다. 몇 번 와봤다 그거지. 심지어 인간인 재현도 어어 이거 왜 이러지...하면서 땀을 닦았다. 아무래도 다 같이 일을 돕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싶어 여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집에 있는 튜브등을 건네주며 저기 계곡 가서 놀고 오라며 등을 밀었다.



"도영이 여주도 애들 잘 노나 보고 오고! 재현씨도...그래 재현씨도, 애들 보러 가세요."

"...넵."



이렇게 어머니와 아버지만 남고 나머지는 다 같이 계곡으로 향했다. 와우 물 싫어. 재민은 선글라스를 끼고 돗자리를 펴 계곡으로 뛰어 들어가는 수인들, 아니 수인과 재현과 여주를 바라봤다. 마크는 오웅 여주 위험해! 하며 은근슬쩍 여주에게 물을 자꾸 튀겼고 제노와 동혁이는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었다.


그러니까, 마크는 여주를 지키러 들어갔고 재현은 제노와 동혁이를 자제시키러 들어갔다. 제노야아 동혁이 다치잖아. 힘 조절 좀 해. 동혁아아 제노한테 물 자꾸 튀기면 화내잖아. 재현은 머리가 지끈했지만 꺄르륵 웃어대며 노는 애들을 보니 기분이 좋기는 했다. 놀다가 마크는 잠시 밖으로 나와 몸을 탈탈 털었고 여주는 동혁이와 제노에게 물세례를 받고 있었다. 아닌척 하지만 재현이도 함께.


마크는 너무 여주한테 그러지마아. 하며 소리 질렀다. 철푸덕 도영과 재민의 옆에 앉아 마크는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여주는 저랑 결혼하기 싫은걸까요?"

"왜?"

"..아까 결혼 이야기 하니까 엄청 싫어했어용."



여주의 오빠 도영이는 여주가 마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 통화를 할 때마다 마크 자랑을 얼마나 하는지. 아까 여주가 얼굴이 시뻘개져서 짜증을 냈던 건 당연히 부끄러워서 그런 건데 마크는 그게 여주가 싫어서 그런거라고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재민이도 여주가 마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헤헤. 마크 바보네. 하면서 구태여 말을 보태지 않았다.



"그거 여주가 다 부끄러워서 그런 거야. 여주가 마크 엄청 좋아해."

"....정말용?"

"응! 나 지금까지 여주 남자친구 본 적도 없어. 마크가 처음이야."

"오웅..."



마크는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머리를 탈탈 털었다. 여주가...나를 좋아한대. 그게 다른 사람들 눈에도 보인대. 허웅 어쩌면 좋지? 나 완전 행복한 사람, 아니 완전 행복한 수인이야. 이전에 여주가 누구를 만났는지, 이전에 남자친구가 있었는지는 상관 없었다. 어차피 지금은 나랑 사랑하는 사이잖아웅.


마크는 재현에게 물세례를 뒤지게 받고 있는 여주를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그런 여주를 동혁이 구했다 형아! 눈나 그만 괴롭히라구! 여주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진 동혁이도 귀여웠다. 아무래도 우리 여주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마크는 또 한 번 여주에게 반했다. 여주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말이다.


물놀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제노와 동혁이는 피곤했는지 퐁! 퐁! 하고 도베르만과 푸들로 변했고 서로 기대 잠을 청했다. 얼마나 놀았는지 둘 다 코를 드르렁 골았다. 재민이는 물놀이를 하지는 않았지만 같이 잠을 청하고 싶었는지 푱 하고 하얀색 고양이로 변해 제노의 머리맡에 스르륵 누웠다. 여기서 변하지 않은 건 마크뿐이었다.



"마크는 안 자?"

"....."

"너 피곤하지?"

"...웅."



씻어서 보송보송해진 마크의 머리칼을 살살 만져주니 마크는 다른 수인과 다를 것 없이 푱 하고 고양이로 변해 여주의 품에 안겼다. 귀여워 어떡해 너무 귀여워! 도영이는 으으! 소리를 내며 입을 막고 수인들의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고 재현은 수인은 아니지만 몸을 질질 끌며 도베르만으로 변한 제노의 옆에 몸을 착 붙여 누웠다. 아무래도 재현은 내일 몸살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 이들이 잠든 틈을 타 도영이와 여주는 밖으로 나와 어머니 아버지의 일을 도왔다. 물론 여주도 피곤해 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시간이 지나 도베르만도 쭉쭉 기지개를 켜고 초코 푸들도 몸을 푸르르 털고 흰색 고양이도 와앙 소리를 내며 하품을 했다. 멍때리는 건 샴고양이 하나뿐. 애옹 여주 어디갔지이. 분명히 내가 품에 안겨 있었는데에. 이들은 아직 잠이 덜 깬건지 우루루 밖으로 나왔다. 땀을 닦으며 마당으로 들어오던 여주가족은 이들을 보고 헉! 하고 입을 막았다. 너무 귀엽잖아? 재민이는 도영의 다리에 부빗부빗 머리를 비벼댔고 도베르만 제노는 기지개를 쫙쫙 피며 큰 바위 위로 성큼 올라가 근처에 있는 꽃들 냄새를 맡았다.


덩그러니 있는건 동혁이. 여주의 어머니가 손을 내밀자 조심스럽게 코를 움직이며 냄새를 맡았다. 헙, 여주눈나 냄새. 좋은 수박 냄새. 가까이 다가가니 여주의 어머니가 동혁이를 품 가득 안았다. 동혁이는 가만히 눈을 감았고 재현은 그 모습을 보고 양손으로 입을 막고 감동했다. 드디어 우리 동혁이가 경계심이 풀어졌어. 이제 조금은 자유롭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구나. 우리 동혁이 다 컸네.


샴고양이는 두리번 두리번 여주를 찾았다. 애옹, 애옹, 여주 어디쏘. 조금 뒤떨어져서 걷던 여주는 마당에 들어와 마크를 발견하고 품에 가득 안았다. 킁킁 여주한테 좋은 냄새 나잖아? 애옹. 역시 여주 냄새는 언제 맡아도 좋단말이야. 마크는 여주의 볼에 부빗부빗 제 얼굴을 부벼댔다. 그러면 여주는 고양이 얼굴에 쫍쫍 뽀뽀를 해줬다. 허웅 사람인 상태로 받고파. 이제 피곤함이 가신건지 하나 둘 퐁퐁 사람으로 변했다.


여주의 부모님이 쉬시는 동안 재현 도영 여주는 주방에 들어가 저녁을 준비했다. 물론 우리 수인들은 우당탕 수인들이니까 쩌기 마당에서 놀고있으라며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재민과도 꽤나 친해진 제노와 동혁이는 재밌는 얘기 해줘 엉? 하면서 재민의 팔을 콕콕 찔렀다. 분명히 같은 수인인데도 어째 재민이 이들의 보호자처럼 보였다.


마당에서 다 같이 고기를 구워 먹었다. 재민이는 더위도 많이 탈텐데 묵묵히 가위와 집게를 들고 재현과 함께 고기를 구웠다. 제노는 그 옆을 서성이며 이건 무슨 부위야? 이건 무슨 고기야? 어잇 엄청 맛있겠다아. 하며 은근 잡일을 도왔다. 동혁이는 의자에 앉아 형형 마크형 누나누나 여주 누나 형형 도영이형아 있잖아요. 하며 쪼잘쪼잘 말을 하기 바빴다.



"형아! 고기가 끊겨써! 믿기지가 않아!"

"동혁아. 쉿."



동혁이가 쌈을 싸면서 말했고 제노가 동혁이의 입을 막았다. 구워주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먹는거야잇. 그러면 동혁이는 입을 삐쭉댔다. 도영이 안에서 라면까지 끓여 나왔고 배부르게 먹은 수인들은 기특하게도 설거지를 본인들이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불안해 죽겠는 주인들은 뒤에서 힐끗힐끗 이들을 바라봤다. 다행히도 깨진 그릇 하나 없이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했다. 제노가 다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들은 다 같이 우루루 별구경을 하러 나갔다. 와! 저기 길고양이 이써! 우와아 하늘 좀 봐봐! 서울에서는 이렇게 깨끗한 하늘을 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동혁이가 신이 나서는 꼬리도 뿅 귀도 뿅 나와서 팔랑팔랑 뛰었다. 아잇, 뛰지마 다쳐잇. 제노의 말이 끝나자마자 찰푸닥. 동혁이가 넘어졌다. 이럴줄 알았어! 재현이가 달려가 동혁이를 일으켜 세웠지만 넘어져도 뭐가 좋은지 에헤헹. 하고 웃으며 또 팔랑팔랑 뛰어다녔다.


마크는 그 와중에 여주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숙여 여주의 표정을 살폈다. 다 같이 별을 보러 왔지만 마크에게는 여주의 눈이 우주고 별이었다. 별보다 여주 보는게 더 좋아. 이렇게 애틋한 마크의 표정을 눈치챈 도영은 둘이서 저기 다른데 가서 산책 좀 하고 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아 여주 눈나 마크 형아 같이 가야지!"

"쪼끄만게 뭘 알아! 빨리 따라와잇."



도영이 앙탈을 부리는 동혁이의 팔을 이끌었다. 아 눈나!!! 눈치없는 동혁이는 여주 누나와 마크 형아와 함께이고 싶었다. 동혁아아 얼른 와. 제노도 동혁이의 다른 팔을 붙잡아 끌었다. 허웅 이제야 여주랑 단 둘이 있네? 마크는 신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여주우 나 오늘 정말 행복해."

"나도."

"정말? 여주도 행복해? 나는 여주랑 함께라서 행복한데 여주도 그래? 정말?"



마크는 아직도 저와 여주가 같은 마음이라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본인이 진짜 사랑하는 상대, 각인상대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고 그게 같은 수인이 아닌 사람인 것도 신기했다. 게다가 좋아도 그냥 좋은게 아니라 진짜 너무너무 좋아서 그것도 신기했다. 근데 그런 사람이 나를 그만큼 사랑해준다니 허웅 이게 진짜 럭키 아니야?



"여주우 나는 나중에 여주랑 꼭 결혼하고 싶어."

"야아 그런 말 좀...."

"싫어? 나 서운해웅..."

"아니 싫은게 아니라!"



사실은 아까 도영에게 여주가 부끄러워서 말을 피하는 거라는 대답을 받기는 했지만 여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싶어서 그랬다. 응? 여주우 여주우. 아까 그렇게 싫어해서 나는 정말 서운해쏘. 나는 여주가 너무 좋은데에. 허웅.



"아니야..나도 마크 좋아. 진짜 좋아. 결혼도..좋아."

"허웅..어뜨케.."




"나는 여주 진짜 사랑하거등..."



마크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여주의 손을 휙 잡아 끌었다. 그리고 제 품에 폭 안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쪼꼬만 여주가 수인이 아니라구? 정말 너무 귀여운데? 마크는 여주를 품에 안고 뒤뚱뒤뚱 움직였다. 너무 좋아웅. 여주우 사룽해. 사룽해. 나 너를 너무 사랑하나봐앙. 냅다 여주의 볼을 붙잡고 쫍쫍 뽀뽀를 하다가 딱 마주친 여주의 눈이 너무 예쁘고 반짝여서, 하늘에 있는 별들보다도 반짝여서 허리를 꼭 껴안고 입술을 더 깊게 물었다.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을 이들은 생각도 하지 않은채 풀벌레 소리만 가득한 시골에서 달빛을 조명삼아 단 둘이서 로맨스 영화를 찍고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을 목빠지게 기다리던 동혁이는 흠냐흠냐 잠이 들었다. 재현형아 나 이제 사람 안 무서워.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도 많은 것 가타. 이런 말을 남기고. 그러면 제노도 재현이도 이런 동혁이를 감격스럽게 바라봤다.


도영이와 재민은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마크와 여주를 딱히 찾지 않았다. 얼마나 단 둘이 있고싶겠어. 그치 재민아? 제 무릎에 누운 하얀 고양이의 머리를 쓸며 도영이 이야기 했고 재민은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마크와 여주가 빨개진 얼굴과 퉁퉁 부은 입술을 하고 손을 붙잡은채 집에 들어온 건 두시간이나 지나서였다.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 지으려구요!

애초에 단편으로 썼던거라 TT....





소소하고 미지근한

in your eyes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