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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해리와 론은 그리핀도르 휴게실에서 몰래 빠져나와 록허트의 사무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아는 걸 전부 활용하면 늦지 않게 지니를 구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에 쳐들어가자마자, 둘은 꼴 보기 싫은 금빛 정수리를 찾으려 두리번댔다. 록허트가 비밀의 방을 찾아 나서기 전에 잡아야 했다.

두 그리핀도르는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말포이가 따분함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로 손톱을 매만지고 있었다.

“대체 네가 왜 여깄는 거야?” 론이 불쑥 소리쳤다.

“이야, 제일 보기 싫은 얼굴이 둘이나 행차하셨군. 최악의 밤이 되겠어.”

“말포이.” 해리가 말했다. “론이 물었잖아. 통금 시간에 여기 있으면 안 될 텐데?”

“마치 너넨 완전히 결백하다고 믿는 것 같네, 포터.” 말포이가 투덜댔다. “통행 금지 시간에 기어나온 건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 사이좋게 유체이탈이라도 한 게 아니라면 말이야.”

“우린 록허트한테 말할 게 있어.” 해리는 인내심이 바닥나는 걸 느끼며 조급하게 외쳤다. “급한 일이라고.”

“나도야. 물론 급해서는 아니고, ” 말포이가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그냥 휴게실에만 있기 지루하길래 그 얼간이한테 약을 좀 쳤지. 어머니께서 애독자시라는 말에 홀랑 넘어가던데. 출입증 얻기까지 10초나 걸렸나.”

“약삭빠른 새끼.” 론의 얼굴이 막 새빨개지려던 찰나,
뒷문이 달칵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틈 새로 얇은 빛이 새어들어 왔다.

“거기 누구니?” 록허트가 어둠 속을 가늠해보며 웅얼댔다. “오, 드레이코, 해리, 그리고, 위즐리 군.”

해리가 재빨리 문쪽으로 다가가 외쳤다. “교수님, 저희가 비밀의 방에 대해 알아냈어요. 분명 도움이 되실 거예요.”

“지금은 좀 바쁜데…” 록허트가 문을 조금 더 열며 말했다. “조금 서둘러 말해주면 뭐, 들어줄 수도 있고.”

문이 활짝 열리자마자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해리는 록허트의 어깨 너머를 힐긋 보다가 뒤따라오는 말포이를 발견하고는 애써 걸음을 빨리 했다. 말포이의 눈빛이 부담스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무슨 짓을 꾸미는지 맞혀볼까, 포터?”

“말포이, 조용ㅎ...”

“지금 교수님을 협박해서 지하 감옥에 던져넣으려는 속셈이지, 안 그래?”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말포이는 눈앞에서 록허트가 학생 둘한테 붙잡혀 울보 머틀의 화장실로 끌려가는 꼴을 허망히 지켜보았다. 그 등에 나란히 겨누어진 두 지팡이를 지그시 노려보던 말포이가 외쳤다. “제기랄!”

“그냥 돌아가, 말포이” 론이 딱딱하게 굳은 록허트의 등을 더 단단히 찌르며 말했다.

“포터와 위즐리의 퇴학 소식을 기다리면서 말이지?” 말포이가 코웃음쳤다. “어림도 없어.”

“해리, 얘야 생각해 보렴. 드레이코의 말을 들어야 한다.” 록허트가 애원하기 시작했다. “드레이코, 이렇게 똑똑할 수가. 정말이지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구나.”

“앞 보고 걷기나 하세요, 교수님.” 록허트를 단호하게 끊어낸 해리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말포이, 우리랑 같이 있는 게 들키면 너도 끝장일걸. 지금이라도 물러서는 게 좋을 거야. 당장.”

“난 바보가 아니야, 포터. 이미 애저녁에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다 짜 뒀지. 나는 그저 너넬 막고 교수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너희 둘이 하도 미친 개처럼 포악하게 구는 통에 누구 하나 다칠까 너무나도 우려된 나머지 뒤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거야. 이렇게 말하면 누가 뭐라겠어?” 말포이가 특유의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재잘댔다. “그리고 말해두겠는데, 아까 떠든 게 사실이라면 나도 관심이 있다고. 난 항상 그 비밀의 방이란 게 어떻게 생겨먹었나 직접 보고 싶었거든.”

해리와 론은 할 수만 있다면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둘은 끝없이 조잘대는 말포이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록허트를 끌고 가는 일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지니를 구하려면 여유 부릴 시간이 없었다.




셋은 록허트가 사라진 구멍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비밀의 방으로 통하는 파이프 너머 비명 소리가 잦아들 무렵 어느 새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모여 서 있었다.

“이제 덤블도어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네 아버지가 해고시킨 건 잊었나보네.”

“스네이프는?”

“우릴 안 믿어주겠지.”

“맥고나걸은?”

“친히 사랑의 징계를 내려주시겠고.”

“알아서 해결 좀 해봐, 말포이.” 론이 끼어들었다. “해리랑 나는 같이 내려가서 지니를 구할 거야!”

해리가 먼저 파이프에 뛰어들었고, 착지 사인을 확인한 론도 뒤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뒤이어 쿵- 하는 소리가 한 번 더 들린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둘의 눈이 마주쳤다. 1분 전까지만 해도 이 퀘퀘한 땅굴과 매치도 안 되고 올 리도 없는 어떤 겁쟁이가 함께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분명 말포이가 우릴 뒤따라온 거야.

뒤를 돌아보니 정말 그 슬리데린 왕자가 땅바닥에서 황급히 일어나 로브를 쓸고 있었다. 말포이는 머쓱한지 애꿎은 초록 로브로 딴청을 피우며 눈을 피하고 있었고, 그 우스꽝스러운 부조화에 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이는 친구에게 어깨를 으쓱해주고는 해리가 고갯짓했다.

“가자.” 어쨌거나, 해리를 신호로 세 아이는 함께 깜깜한 통로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네 말이 맞았어.” 얼어붙은 말포이가 멍하니 말했다. 터널 끝까지 닿을 듯한 거대한 초록 허물이 눈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바실리스크가 학교에 있었어! 도대체 수 세기짜리 불가사의를 니가 어떻게 알아낸 거야?”

“내가 찾은 게 아니야.” 해리가 도리질하며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혼자서 알아낸 거야.”

“그레인저가?” 말포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그레인저는 바실리스크한테 당한 거 아니었어?”

“맞아.” 해리는 병상에 힘없이 굳어 있던 헤르미온느의 모습을 애써 털어내며 말해주었다. “당하기 직전에 알아냈고, 그걸 우리한테 말해주러 오다가 공격당했어.”

“그럼 그레인저는 이걸 어디서 찾았...”

“도서관에서.”

허! 드레이코는 습관적으로 비웃으려다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냥 숨처럼 보였겠지?

드레이코는 해리를 따라 은밀히 걸음을 재촉했다. 어둡고 축축한 터널을 가로지르는 동안 의지할 수 있는 건 지팡이 끝의 작은 빛무리뿐이었다. 갑자기 천장이 무너져내리기 전까지는 적어도 평화로웠다. 아이들은 반으로 흩어졌다. 이쪽에는 해리와 말포이, 주변을 보아하니 론은 록허트랑 무너진 잔해 저편으로 쓸려간 듯했다.

둘은 막다른 길에 멈춰 섰다. 통로 끝에는 육중한 돌문이 버티고 서 있었고, 그 위엔 마주얽힌 두 마리 뱀 형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조각된 표면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던 시선이 소름끼치는 녹빛 눈알과 마주쳤을 때, 형형히 빛나는 두 에메랄드를 올려다보며 아이들은 생각했다. 운 좋으면 비밀의 방 입구거나, 나쁘면 멀린이 손짓하는 저승길이거나.

드레이코가 고개를 돌려 해리를 쳐다봤다. “이제 어떡하지?”

“내가 해볼게.” 해리가 입을 열며 나섰다. 

― 열어라.

해리가 벽에 대고 쉭쉭대자 벽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두 뱀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 양쪽으로 물러나더니 벽이 쪼개지며 그 사이로 새로운 통로가 나타났다.

“멀린이시여.” 말포이가 낮게 읊조렸다.

해리는 주저 없이 성큼 걸어들어갔다. 내부로 조금 이동하자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원형 공간이 나왔고, 방의 한가운데에는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동상이 음산한 존재감을 자욱이 빛내며 서 있었다.

말포이가 살라자르의 동상에 넋을 잃고 서 있는 동안, 해리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달려나갔다. 동상의 발치에 낯익은 소녀가 쓰러져 있었다.

“지니!” 해리가 지니를 다급히 흔들며 말했다. “지니, 제발 죽으면 안 돼!”

하지만 소녀의 창백한 얼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차갑게 굳은 몸을 붙잡고 안절부절못하던 해리는 적어도 호흡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지금 당장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말포이!” 해리는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있는 슬리데린 기숙사생을 부르며 외쳤다. “길을 뒤돌아가서 터널 저쪽의 론에게 말해줘. 아니면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을 불러와줘. 맥고나걸, 폼프리 부인, 아니 누구라도 좋으니까 빨리!”

말포이는 지니를 보고 짐짓 놀란 듯했지만, 재빨리 표정을 바꾸어 예의 그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 명령하지 마, 포터.”

“다른 방법은 없어. 니가 가거나, 아니면 우리 셋이 죄수처럼 얌전히 앉아 바실리스크의 처형을 기다리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해리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다 약해졌다. “제발, 말포이. 지니가 죽어가고 있어.”

“갈게.” 말포이가 끄덕였다. “니가 시켜서가 아니라, 우리끼리만 무작정 여기까지 온 네 무모함이 바보같아서야.”

말포이는 해리가 대답하기 전에 뒤돌아 뛰었다. 지팡이를 힘주어 잡은 소년의 타닥이는 발소리가 어둠 속으로 메아리치며 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슬픈 머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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