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0


쿄타니 켄타로 × 타나카 류노스케


전력 60분


- 거짓말 -


말을 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만다. 나중에 바로 잡으려 돌아볼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항상 말을 할때 조심해야한다. 이 인생의 큰 교훈은 오늘에서야 알게 된 불쌍한 소년이 여기 있다.


 처음엔 정말 장난이었다. 장난으로 시작해서 장난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주위에선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설마 내가 정말로 저 빡빡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걸까.


"광견짱은 그 빡빡이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반해버린걸까나. 어딜봐도 칙칙한 남자인데 말야."

"널 좋아하지 않아서 심술부리는거라면 내버려두마."

"끔찍한 소리하지마, 이와짱."


 솔직히 별다른 대꾸나 부정같은거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저 입만 살아있는 망할 선배에게 장단맞춰주면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평소 오이카와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장난을 받아들여 줄 만큼 신뢰하는 것도 아니기에 쿄타니는 오이카와가 건네오는 말의 대부분은 무시해왔었다. 하지만 존경하는 이와이즈미의 말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카라스노 5번의 도발에 넘어간 것에 대해 물어왔을때 재깍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따지거나 쿄타니의 탓을 하려던게 아닌지라 이와이즈미는 대충 말을 돌렸다.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자신과 비슷한 타입에 똑같은 포지션이라 동질감을 느꼈던 것일까. 그에 대한 물음엔 쿄타니도 딱 잘라 대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저.


"....도발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싸움을 걸어왔길래 받아준겁니다."


 이때부터다. 장난끼 가득 머금은 오이카와가 그건 운명이라서 그런거네, 같은 헛소리로 쿄타니를 첫눈에 반한 로맨틱가이로 만들어버리게 된 시점이. 정말이지 귀찮은 선배의 말은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 날도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쿄타니를 놀릴때면 어김없이 한마음, 한 뜻이 되는 3학년들 덕에 얼떨결에 장난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와이즈미가 하는 말은 절대 그냥 흘려듣는 법이 없는 쿄타니는 오이카와의 말에 동의하며 같이 장난을 치는 이와이즈미 덕에 자신이 정말 타나카를 좋아하는건가, 싶은 착각에 빠져 그 이후로는 하루종일 타나카 생각만 하게 되었다. 그냥 별 거 없이 도발에 잘 당하고 성격과 인상이 험악한 빡빡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제법 배구 실력도 있었고 기초도 탄탄했고, 무엇보다 자신을 도발했다는 것은 인정해주기로 했다.

 부활동 중에도 가끔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횟수가 많아지자 오이카와의 놀림의 횟수도 늘어갔다. 안그래도 정말 좋아하는건지 뭔지 몰라서 고민하느라 스트레스인데 오이카와 외 3학년들 그리고 야하바의 놀림에 쿄타니는 결국 화가 치밀어올랐다.


"아 예! 제가 그 빡빡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하루종일 생각하는겁니다, 됐습니까!!"


 물론 거짓말이다. 저렇게 하면 떨어져 나갈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오히려 더 신나서 떠드는 오이카와가 굉장히 얄미운 쿄타니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한대 후려갈기고 싶어졌다. 이와이즈미가 선배들한테 대놓고 좋아하는 티 다 내놓고 설마 고백할 생각이 없는거면 남자도 아닌 쓰레기라고, 넌지시 지나가는 말로 툭 내뱉고 가자 쿄타니는 괜히 그 말에 찔려서 정말 고백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다. 그게 어찌하다보니 배구부 전체에 알려졌고 코치마저 어린 게 벌써 연애질이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부원들의 시선이 온통 자신을 향하자 비교적 나오기 시작했던 부활동에 더욱 가기 싫어졌다. 체육관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이전에 다녔던 근처 배구동호회로 가기로 했다. 하나같이 유치하고 귀찮은 인간들뿐이라며 툴툴대며 걷다보니 어느새 낯선 풍경에 아차싶었다.


[카라스노 고교]


 멍청하게 얼마나 걸었던지 학교와는 정반대에 있는 카라스노까지 오고 말았다. 쯧, 혀를 찬 쿄타니는 신발 앞코에 채이는 돌멩이를 힘껏 걷어찼다. 그냥 돌아가버리려는데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몇 날 몇 일을 머릿속에서 맴돌던 그 녀석 때문인가, 미간을 콱 찌푸린 쿄타니는 이를 뿌득 갈며 교정 안으로 향했다. 외부인을 제지하지도 않아서 학교 건물 안까지 들어온 쿄타니는 그나마 가장 체육관처럼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끽, 끼익


"빠쌰아!!"

"나이스 킬, 타나카상!"

"오우-"


 언제봐도 눈에 확 띄는 존재감이다.

주 본진 하이큐 쿄타나, 쿠로다이 타나카 류노스케, 쿄타니 켄타로 그 외 입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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