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온몸을 움직이기엔 글러먹은 상태였다. 비행기에서 떨어지고, 날개를 당기면서 이미 한쪽 팔은 빠진 것 같았다. 아크 원자로들이 바닥을 나뒹굴었고, 신무기 들이 모래들에 삼켜져가고 있었다. 피터는 이미 지쳤고, 온몸이 어지러웠고, 불타는 건물에 갇힌 것마냥 몸이 뜨겁고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온 몸이 모래에 잠기는 기분이었다. 답답함에 마스크를 벗었다.

삐이

굉음이 울리면서 마스크를 벗자마자 일어날 수도 앉아있을 수도 없었다. 그대로 다시 누워버렸다. 갈비뼈가 3대는 나갔을 것이었다.

일어나야 해. 넌 스파이더맨이야. 힘내, 피터. 힘내, 스파이더맨.


"슈트없이 아무것도 아니면 더욱 가지면 안돼."


토니의 목소리가 울렸다. 

다시 일어난 세계는 화염에 둘러싸여 있었다. 모래 이곳저곳에 불이 붙어있었고, 연기들이 나고, 비행기 파편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순간. 벌쳐가 날아왔다. 아마 스파이디 센스가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었다. 계속 쓰러져 있었다면 아마 죽었을 것이었다. 벌쳐의 비행체가 그대로 몸에 부딪혔다. 온몸이 쓰라렸고, 아팠다. 그대로 몸이 붕 뜨고 다시 모래로 집어던져졌다.

일어나야 해. 넌 스파이더맨이야. 힘내, 피터. 힘내, 스파이더맨.

벌쳐의 날개는 이미 폭발 직전이었음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날 노려보았다. 초록색 눈이 빛났다. 벌쳐를 멈쳐야 했다. 그는 자폭하고 있었다. 죽음에 다다르고 있었다. 뒷구르기를 하고 뛰면서 벌쳐의 날개에 거미줄을 쏘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리고

벌쳐가 그대로 본인에게 꽂혔다. 말그대로 꽃혔다. 벌쳐의 발톱 한쪽은 이미 피터의 어깨를 관통하고 들어갔다.

크게 소리질렀다. 그대로 주먹. 아니. 쇳주먹이 얼굴을 파고들었다. 묠니르에 맞는 다면 이런 기분일까. 얼굴이 뚤리는 것 같았다. 시야가 흐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먹을 막자마자 그대로 위로 솟구쳐 올랐다. 하늘 위로 올라갔다가, 떨어지길 반복했다. 쇠에 이미 등을 부딪혀 머리에서 차가운 피가 흐르는게 느껴졌고, 갈비뼈는 이미 박살났다. 

범고래 사이에서 공놀이를 당하는 새끼 물개가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시 바닥. 잠시 평화가 찾아오나 싶더니 곧바로 무개가 그를 눌렀다. 건물보다도 더한 무게가.  벌쳐의 발톰은 이미 피터를 뚫고 지나 간 것 같았다.

다시 내리찍히고. 들어올려지고, 내려찍혀지고.

눈을 뜨자마자 벌쳐의 날카로운 날개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몸에 푹.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로 몸을 관통했다.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날개가 빠지며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지금껏 느껴보지도 못한. 아니 15살에 느끼지 말았어야 할 고통이 느껴졌다.

일어날 수 없었다. 아크 원자로를 든채 폭발하는 벌쳐가 보였다.

일어나야 해. 넌 스파이더맨이야. 힘내, 피터. 힘내, 스파이더맨.

아니 넌 못해. 넌 그냥 15살 찌질이 고등학생이야. 할 수 없어 피터. 더 이상 하면 죽어 피터.


"자 이제 해피 타임이야 페퍼."

토니는 펜트하우스에서 페퍼에게 키스했다. 순간 그 완벽한 시간을 망친 건 해피였다.

"토니!"

"FUCK! 왜 하필 지금인거야 해피!"

페퍼는 재빨리 해피에게 뛰어갔다. 세상에 마누라가 이렇게 워커홀릭이어서야.

"무슨 일이에요 해피."

"토니! 토니..!"

"왜 그래."

토니가 와인을 들고 무심하게 다가갔다. 페퍼는 아이패드로 시선을 옮기곤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피터.. 아이가.."

"뭐?"

"피터가... 지금.."

해피는 말을 잇지 못했다. 피터. 그 이름을 듣자마자 그는 해피가 든 아이패드를 뺏어들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발견 당시 아이의 모습은 처참했다.

얼굴은 이미 피떡이었고, 주변은 분명 모래인데도 빨갰다. 세상에. 복부에 저 상처는 도대체 뭐야.

"이..이게 뭐야 해피."

"아이가.. 벌쳐를 막으려다가 저 꼴이 됬어요."

"헬기 출동시켜."

"지금 이미 오고 있어요!"

"어디? 출발해야 돼"

"업스테이트요."

업스테이트. 이런 식으로 너에게 업스테이트를 소개하고 싶지 않았다. 아우디를 타고 미친듯이 달렸다. 페퍼 해피 다 필요 없었다. 내가 찾아갔을 때 아이가 날 보랏빛 안색으로 반기지 않길 바랬다. 파자마, 아니 원지 같은 슈트를 입은 채 온 몸에 구멍이 꿀린 아이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내가. 내가 슈트를 줬더라면. 내가 슈트를 뺏지 않았더라면.

미친 듯이 뛰어갔다. 직원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상황 보고를 하려고 했지만 그런것 따윈 들리지 않았다. 곧장 의료실로 들어갔다. 의료실에는 이미 직원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 보다 여유러워 보이는 의사의 멱살을 잡고 따졌다.

"키드.. 키드는 어디있어."

"저..저기 있어요 보..보스!!!"

의사는 이미 겁에 질려있었고 토니는 대답을 듣자마자 의사가 가르킨 수술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수술실 문을 열었을 때, 상황은 이미 어질러져 있었다.

최고급 의료진이란 자들의 옷은 이미 피로 뒤덥혀있었다.

"보스! 지금 소독도 안하고 들어오시면!!"

"놔! 내 아이야"

토니는 피터를 바라보았다. 막상아이를 보니 할 말이 없었다. 상체는 이미 다 벗겨져 있었다. 아이의 피부가 이렇게 하얗던가? 아이의 배는 이미 뚤려있었고, 호흡기를 맨 아이는..

"보스. 가 있으세요."

"애가.. 애가 저렇게.. 사람이 저렇게 하얄 수가 있어? 아니 하얘도 되는 거야 헬렌?"

헬렌은 토니를 막았다.

"보스. 어떻게든, 최고의 치료를 할게요. 지금 모두 고군분투 하고 있어요."

토니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토니는 마른 세수를 했다. 땀 하나 없는 저의 피부가 미웠다. 아이가 땀과 피에 절어 싸우고 있는 동안. 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그림자가 드루어져 고개를 들어보자 해피가 있었다.

"보스, 아이는..?"

"수술중이야.. 난.. 난 저런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저렇게 하얀 아이는 내가 아는 피터가 아니야..."

"괜찮아요 보스, 이건 보스의 잘못이 아니에요."

"아니! 내가 슈트를 뺏었어! 그저 착한 일을 하고 싶었던 15살 애였는데.. 내가 뭐라고.. 그 정의로운 아이의 슈트를 뺏었어. 차라리 슈트가 있었다면, 조금 더 빨리 알 수 있었을 거야.. 아이가 죽지 않았을거야.."

"아직, 아직이에요. 피터는 죽지 않았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해피와 토니 모두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토니는 헬렌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박사, 피터는.. 피터는.."

"..죄송합니다."

헬렌은 고개를 숙였다. 아니야 그럴리가. 아이가 죽었을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는데.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의사들은 토니를 지나갈 때 마다 연신 사과의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하얀천을 뒤덮인 피터가 나왔다. 재발 저 하얀천을 걷고 나와줘. 다 몰래카메라였다고 해줘.

토니는 하얀천을 걷었다.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고통스러워보였다. 평화로워보이지 않았다. 고생의 흔적이 보였다. 아이가 지금이라도 눈을 뜨고 저에게 원망의 말을 퍼부울 것 같았다. 아이에게, 메이에게, 아이의 친구들은..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해피"

"..보스..?"

순간 토니는 몸을 가누지 못했고, 해피는 그런 토니의 어깨를 꽉 잡곤 정신차리란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사랑했음에도 자존심 그 하나 때문에 안아주지 못했다. 차에서 저를 안는 그 아이의 온기를 난 다시 되갚아 주지 못했다. 사랑한다고 얘기해 주지 못했다. 고맙다고, 정말로 넌 좋은 아이라고 말해주지 못하고 그 하찮고 천박한 자존심 하나 때문에 아이에게 모질게 굴었다.











"I lost the kid."







왜.. 다들 한번쯤 피터 죽는 엔딩 한번 써보고 싶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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