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바가지머리를 한 소년이었고 지민형은 짧은 앞머리에 지금보다 더 볼이 통통한 소년이었다. 우린 책상에 나란히 앉아 수학책을 놓고, 씨름을 하고있었다.


[13 더하기 9가 뭐야?]


지민형이 말을 함과 동시에, 나는 머릿속으로 암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가 안 굴러간다. 책상밑에서 손으로 숫자를 세고 있는데, 지민형이 내 손등을 찰싹 때렸다.


[바보야. 대가리가 장식이야?]


너 이렇게 수학 못따라가면 애들이 무시한다구.

너 1학년밖에 안됐는데 40점이 말이 돼?

이 멍청아.


어렸을적 나는 울보였다. 지민형이 막 화를 쏟아내자, 당황한 나는 삐죽삐죽 입을 움직이더니 금방 울기 시작했다. 지민형은 놀란 얼굴로 나를 끌어안았다. 심지어 맨손으로 콧물도 닦아줬다. 


장면은 다시 천천히 바뀐다.


골목길에서 형들과 달리다 넘어진 나는, 또 속절없이 울기 시작했다. 지민형은 순식간에 달려와 나를 일으켜줬다. 절뚝거리는 나때문에 형은 나를 업고 집까지 데려다줬다. 아프다고 계속 칭얼거리면서 울자, 지민형이 내게 핫도그를 사주곤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나는 지민형의 목에 고개를 묻고 핫도그를 베어먹었다. 멀리 해가 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날, 조금 행복 했으리라 생각한다. 해가 져서 노란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핫도그를 먹었다. 맛있나, 지민형이 물었다. 나는 대답대신 지민형을 꼭 끌어안았다. 지민형은 어렸을때 나보다 키도크고, 힘도 셌다. 


하지만 나는 어느순간 모든걸 잊어버렸다.

키가 작아서 놀림을 받는 나를 대신해 때려준 지민형의 모습이라던가.

울때면 늘 달려와, 업어주던 지민형의 모습.

날 보면 늘 투덜대며, 챙겨주던 지민형의 모습도.


시간은 흐릿해져 모든걸 잊게 만든다.

하지만 몸속 어디선가, 머릿속 어디선가는 지민형의 모습을 기억하고 그리게 된다.

무섭게도.


***


"씨발."


전날, 어마어마하게 먹은 술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깼다. 술을 마시고 난 후의 아침이면 늘 멍해져버려 침대 위에서, 한참을 어젯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난 욕을하면서도, 커튼에 비치는 햇빛을 가릴 새도 없이 눈만 꼭 감고 어젯밤의 일을 회상했다.


[너 진짜 개새끼다.]


어제 일을 생각하면 목까지 따끔거렸다.

짜증나서 생각하기도 싫은데.

쪽팔려서 그러는건지, 뭔지.


나는 침대 위에서 한참을 굴러다니다가 윤기형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윤기형은 신호음이 몇번 울리기도 전에, 단번에 전화를 받는다.


"형. 일어났어?"

[지금 12시야. 미친놈아.]


윤기형에게 묻고싶다.

생전 안꾸던 꿈을 꿔.

지민형이 꿈에 나와.

엄청 애기때.

내가 여덟살쯤 됐을때.

기억도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한번이 아니고.

사실은 여러번.

그니깐, 이혼하고 나서 계속.

그 형이 날 저주하나?

무당한테라도 찾아가야하나?

내가 요새 꿈자리가 흉흉해서 마음도 이렇게 붕 뜬것인가?

나 왜 이러지?


나는 막 말을 쏟아내려다, 침대위에서 이불을 꼭 끌어안고 윤기형에게 말했다.


"나 어제 태형이형이랑 술먹었어."

[어. 걔가 뭐래.]

"지민이형 진짜 좋아한대."

[그냐?]

"그리고 지민형이랑 싸웠어."

[왜.]

"갑자기 나타났는데 싸웠어."

[그니깐 왜.]


그냥 빡쳐서.

몰라. 요새 지민형 얼굴보면 짜증나고 화나.

제정신인가.

특히 김태형이 너무 잘나서. 옆에서 좋다고 붙어있는거보면 주먹이라도 휘두르고싶은데. 그건 너무 찐따같아서..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윤기형에게 쌍욕이 날아올것같아서 하지 않았다.


"아. 몰라. 그냥 싸웠어. 기분 좆같아."

[가서 사과해. 그럼.]

"아니. 그 형이 잘못했을수도 있잖아. 들어보지도 않고 대뜸 사과하라냐?"

[네가 잘못했을게 뻔하잖아. 걔가 너한테 뭔 잘못을 해.]

"아. 시발. 아무튼."

[................]


나는 액정에 비치는 얼굴을 살펴봤다.

새벽내내 술을 먹어서 그런지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다.


"형."

[어.]

"사랑이 뭘까."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거.]


그렇게 전화가 뚝, 끊겼다.

난 끊긴 전화를 붙들고 눈만 깜빡거렸다.


***

나는 츄리닝 차림으로 지민형의 카페에 찾아갔다.

찝찝해서 별수 없었다.

잔잔한 노래가 나오고, 커피 향기가 좋은 지민형의 작은 카페. 자동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지민형의 표정이 구겨진다. 지민형은 품이 큰 맨투맨을 입고있었다. 연보라색의 맨투맨에 청바지, 그리고 컨버스 운동화. 지민형은 뾰족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대뜸 커피를 시키려고 카운터 앞으로 달려갔는데, 지민형은 날 쳐다도 안본다. 주문도 받지 않겠다는듯.


"형."

"뭐."

"미안해."

".........."


내 말에 지민형이 고개를 든다.

파르르, 속눈썹이 떨린다.

상처받았을까. 상처받았겠지.

나는 손가락의 생살을 뜯으며 지민형을 쳐다봤다.

불안한가, 

나 불안한건가.


어렸을적 나한테 화를 내다가도, 내가 왕하고 울면 금방 용서해주던 형인데. 아예 뒤돌아설까봐 이젠 불안한건가. 


"미안해."

"알겠어."

"진짜로 미안해. 실수야."

"알겠다고."


지민형은 어렸을적처럼 금방 화를 풀어버린다. 지민형은 내 사과에 민망한지, 몸을 돌리고 커피를 뽑는다. 


"알바생은?"

"오늘 일찍 닫을려고. 오지 말라했어."

"무슨 일있어?"

"약속있어."

"김태형이랑?"

"............"


지민형은 대답대신 침묵이다. 나는 어제처럼 화를 내지 않으려고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기다렸다. 지민형은 손수 아메리카노를 선반에 두고 갖다줬다. 


"앉아. 손님없잖아."


지민형은 내 말에 자리에 털썩 앉는다. 그리고 민망한지, 금발머리를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넘긴다. 이마 예쁘네, 내 말에 지민형이 눈썹을 꿈틀거린다. 


"너 사람 놀리냐?"

"아니. 난 뭔 칭찬도 못하냐?"


내 말에 지민형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순식간에 앞머리를 정리한다. 이마 예쁘다니깐 이마를 냅다 가려버린다. 이상한 성격이야. 진짜..


"어제 나 가고나서 뭐했어?"

"집에 데려다줬지."

"그리고 끝?"

"어."

"진짜로?"

"............뭐야. 왜."


사실은, 술에서 깨고나서 내내 생각했다. 카페까지 운전해서 오는 내내,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을지. 존나 병신같은 생각인데. 머릿속에선 계속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을 나는 기필코 꺼내게 된다.


"둘이 잤냐?"

"............시발.. 너 이 말 하려고 카페 왔냐?"


지민형은 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새빨개져서 화를 낸다. 봐봐. 저렇게 의심가게. 사람, 또 열받으려고 하네. 나는 더 화를 내지 않으려고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


"아니. 그 밤중에 둘이 어디 가길래. 나는."

"그게 왜 궁금한데."

"아니. 시발. 궁금할수도있지. 전남편인데."


주먹을 꽉 쥐어도 실패다. 또 욕부터 나간다.


"전남편이 이혼한 사람 성생활도 참견하냐?"

"아니. 그니깐 잤다는거야?"

"왜. 시발. 피임했냐, 안했냐도 물어보지 그래?"

"하. 그니깐 둘이 잤다는거지."

"병신아. 안잤어."

"....그래?"

"어.."


나는 다시 마음이 고요해졌다. 화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괜히 쪽팔려서 커피만 벌컥벌컥 마셨다. 너무 차가워서 머리가 쨍, 하고 아파 관자놀이를 꾹꾹 짚었다.



"손도 안잡고, 아무것도 안했어."

"..........."

"근데 네가 무슨 상관인데."

"그러게.."


난 대답대신 헐렁한 츄리닝 바지 사이로 손을 쑥 넣고 지민형을 쳐다봤다. 지민형은 내 커피잔만 노려보고 있다. 


그러게. 내가 대체 무슨 상관이지.


"그냥."

"관심좀 끄지. 내가 누굴 만나든."

"그래. 그래야 하지."


지민형은 손에 턱을 괴고, 창가를 쳐다봤다. 지민형은 턱선도 멋있게 잘빠졌다. 꽤 귀여운 외모인데도, 가끔은 무척 잘생겼다. 심지어 성격도, 사실 좋은편이다. 몸매도 아주 멋있다. 비율도 좋다. 옷도 잘 입는다. 멋있고 예쁜 카페를 운영중이다. 월 수입도 좋다.. 

애도 없다..

단점이라면, 전남편이 가끔씩 나타나 지민형을 귀찮게 하는정도.

지민형의 새출발을 위해서라면, 내가 사라져줘야 하는걸 안다. 


"나도 그래야 하는걸 알아."

"그러니깐 작작 찾아와. 오해해."


진심인지, 뭔지.

어렸을적 나만 쳐다보고 나만 안아주던 지민형은 이제와서 나를 밀어낸다. 다리를 꼬고, 경계하는듯 팔짱까지 낀다. 


"용건없으면 찾아오지 말라고."

"보고싶어서 찾아올수도 있잖아."

"........네가 무슨 내가 보고싶겠어."


지민형은 움찔하더니, 푸시시 웃는다. 웃긴 얘기를 하는듯.


"오늘은 뭐하는데. 둘이 만나서."

"걍 밥이나 먹고, 들어가려고. 나도 피곤해서."

"둘이 만나는거지?"

"어."


나는 이제 컵에 담긴 얼음을 아그작 아그작 씹으며 지민형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되는데,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지민형은 날 유심히 쳐다본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되는데.


"둘이 안만나면 안되냐?"

"......뭐?"


둘이 만나는게 보기 싫은데.

별수없이, 이기적이라도.


"둘이 그냥 만나지마라."




"왜."

"..............."

"왜."


따사로운 햇살이 우리를 비췄다.

지민형은 비웃으며 나를 노려본다.



[아니. 이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냉큼 다른 사람만나는거 남들이 보면 안좋아. 어? 내가 형 이목을 생각해줘서 하는 말이야. 알지?]


그렇게 말을 꺼내자마자 지민형은 내 등짝을 퍽 때리고, 상대도 하지 않겠다는듯 카운터로 가버렸다.


[내가 틀린말하냐? 생각해봐. 얼마나 뒤에서 씹겠어. 응? 이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거지. 어?]

[닥쳐라.]


지민형은 내 말에도 꿈쩍 안하고, 휴대폰만 만진다. 재수없는 얘길 들었다는듯 물기에 젖은 컵을 닦기 시작했다. 표정을 구기고. 난 입맛만 쩝쩝다시며 지민형을 쳐다보다가 카페에서 나왔다. 별 수확도 없이. 그리고 지나가다 보이는 깡통을 전부 차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짜증나서 견딜 수 없었다.


***


나는 이 상쾌한 주말에, 아침부터 산을 오르고 있다.

민윤기 개새끼, 를 중얼거리며.


태형이형이 떠나기전, 우리 네명은 우정의 의미로 그때 우리가 살던 동네 뒷산에 타임캡슐을 파묻어놨다. 어른이 되면 꼭 다시 찾아오자고,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은 윤기형이 먼저 꺼냈다. 이 형, 은근히 감수성도 풍부해서 타임캡슐도 윤기형이 제안한것이다. 세상 만사에 관심없는 윤기형은 우리 우정에만 각별히 신경을 쓰곤 했다. 


우리 넷은 그 때, 하고싶은 말은 적어놓기로 했다.

소원이라든지, 뭐든지. 다.


난 사실 뭐라고 적은지 기억도 안난다. 그 때 내 나이는 열세살이었고, 지민형과 태형이형은 열다섯, 윤기형은 열일곱이었다. 16년전 일인데 당연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는거라면, 태형이형과 지민형이 쪽지를 꽁꽁 숨기며 타임캡슐에 버리듯 던진것이었다. 


아무튼 문제는, 그 타임캡슐을 보기 위해선 세시간동안 산을 올라야한다는것이었다. 나는 산 밑에다 차를 주차해놓고 아침부터 산을 오르고 있었다. 시발, 시발. 욕을 하면서.


"뭐야. 둘이 왜이렇게 빨리 도착했어?"

"....어? 그랬나?"


약속시간은 앞으로도 10분이 남았다. 그런데 태형이형과 지민형이 먼저 도착해서 땅을 두드리고 있었다.


"뭐 하는데."

"아. 시발. 타임캡슐 그거 찾아내서 다 부셔버릴거야. 아. 존나 짜증나. 이딴걸 왜 하는데!"


다혈질인 지민형은 화까지 버럭버럭 내면서 타임캡슐을 찾겠다고 온 산을 다 뒤지고 있었다. 항상 바보같이 허허 웃던 태형이형도 마찬가지다. 땀까지 뻘뻘 흘리며 온 구덩이를 다 파헤치고 있다. 


"뭐야. 둘이서 들키면 안될거라도 써놨어?"

"몰라. 짜증나. 진짜로.."


지민형은 짧은 반바지 차림이었다. 하얀 다리가 다 보였다. 땀을 뻘뻘흘리며 온 산을 다 뒤집고 있었다. 나는 바위에 앉아 산경치를 구경하며, 멀리서 지민형과 태형이하는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산정상에 올라온터라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태형아. 그 때 소원이나, 하고싶은 말 적는거였나?"

"어.."


나는 여유롭게 바위 위로 올라서서 셀카를 찍었다. 뒤에선 태형이형과 지민형이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 윤기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체력이 약한 윤기형은 새빨개진 얼굴로 헉헉거리며 손으로 크게 인사를 했다. 윤기형은 헤어밴드로 머리를 넘기고, 츄리닝 차림으로 나타났다.


"형. 그냥 우리 내려가자."


지민형이 먼저 초조한 얼굴로 윤기형에게 말을 했다.


"시발. 내가 지금 세시간동안 걸어왔는데. 돌았냐? 오늘 확인하고 끝나고 술이나 마시자."

"아. 진짜 이건 아니야..제발.."


지민형이 생전 처음 보는 얼굴로 윤기형에게 빌었다. 윤기형은 그러거나 말거나, 사실 그 때 타임캡슐을 묻어놨던곳을 지도에 그려놨다며 환하게 웃었다. 태형이형도 초조한 얼굴로 윤기형의 반팔을 잡아당겼다.


"태형이는 왜."

"아. 형. 진짜 이건 아니다. 어?"

"아니. 시발.세시간동안 올라왔다고. 닥쳐라. 둘다, 봐봐. 전정국 엄청 조용하잖아. 어?"


윤기형은 츄리닝바지에 접혀있던 지도를 꺼내,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지민형과 태형이형은 세상을 다 산 얼굴이었다. 나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윤기형의 뒤를 밟았다. 윤기형은 이곳에 있는게 확실하다며 운동화로 땅을 두드렸다. 


"............"


태형이형과 지민형은 우릴 돕지도 않고 먼발치에서 쳐다보고만 있었다. 한 3분동안 땅속을 파헤치니, 타입캡슐 위 뚜껑이 보이기 시작했다. 윤기형은 찾았다며 막 큰소리로 외치려 했으나, 나는 윤기형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흙먼지가 묻은 손바닥때문에 윤기형이 쌍욕을 했다.


"왜."

"그냥. 내가 먼저보려고."

"....어?"


우리는 조용히 땅을 팠다. 타임캡슐을 올려놓고 뚜껑을 열으려하기전에, 지민형과 태형이형을 쳐다봤다. 지민형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바위 위에 앉아 태형이형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그 때 되게 짧게 썼지?"

"그치. 비밀이나, 소원, 못해본 말같은 거 적는거였으니깐."


나는 먼저 손가락에 짚이는 쪽지 하나를 펼쳤다. 쪽지엔 김태형이라고 적혀있었다.


[지민아 나는 네가 제일 좋아]


"............."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는 멀리서 지민형과 웃으면서 놀고있는 태형이 형을 쳐다봤다. 윤기형은 계속 나를 불렀다. 윤기형도 태형이 형의 쪽지를 보자마자 이마를 꾹꾹 만지기 시작했다. 


"우리 그냥 그만 보자. "


윤기형이 쪽지를 뺏으려 했다. 나는 가만 있으라고 윤기형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정국아."

"..........."

"야..."

".........."

"전정국" 

".........."

"너 눈이 왜 이렇게 빨개."



그리고 또 손바닥에 짚이는 쪽지 하나를 펼쳤다. 쪽지엔 박지민이라고 적혀있었다.


열다섯살 때야.

내가 열세살.

태형이 형은 열다섯살.

윤기형은 열일곱살.

우리 넷은 언제나 친구였고, 한동네에서 같이 자란 동네 친구들. 나는 형들이 너무 좋아서 항상 같이 뛰어놀았던 철부지 열세살이었고. 지민형보다 한뼘이나 키가 작았던 나.


박지민은.


[정국아 사랑해 이 다음에 커서 꼭 결혼하자]




슬로우모션을 다시 한번

회색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