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민이 안 싫어해. 걔랑 평생 갈 거야. 꺼져. 나랑 지민이 앞에 나타나면 죽여버릴 거야.”

미연이 매섭게 말하고는 뒤를 돌았다. 미연은 도희에게 등을 보이고는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를 쳤다.

“야, 잠깐만!”

도희는 미연을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어이가 없었다. 왜 내가 아니고 김지민을? 그리고 내가 그렇게 싫나? 도희는 미연이 자신을 그렇게도 싫어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도희는 미연의 팔을 붙잡았다.

“놔!”

미연이 팔을 뿌리치기만 했어도 아무 일 없었을 것이다. 미연은 도희가 자신의 팔을 잡자마자 도희의 가슴팍을 밀었다. 그 때문에 도희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도희의 뒤에 계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계단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도희의 목이 부러질 수도 있었다. 도희는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했다. 머리에 피를 흘리며 팔 다리를 움찔거릴 뿐이었다.

미연은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미연과 도희를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공동현관문 앞에는 CCTV가 달려있었다. 미연은 그것을 발견했다. 분명 미연이 도희를 밀치는 장면도 모두 찍혀있을 것이다.

“아이 씨발…….”

미연은 혀를 찼다. 미연은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을 꺼냈다. 오른손이 욱신거렸다. 도희의 가슴팍을 밀 때 도희가 미연의 손목을 붙잡았었다. 미연은 그것을 내쳐버리고 말았다. 내칠 때 손목을 다친 것 같았다.

“어, 아빠.”

미연은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아빠는 금방 가겠다고 했다. 미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가 있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이 됐다. 경비에게 돈 몇 푼 쥐어주고, 도희의 부모에게도 나중에 딴 말 안 나올 정도로 쥐어주면 미연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미연은 도희를 흘깃 쳐다보았다. 도희는 기절하지 않았다. 계속 미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연은 도희를 보고는 인상을 썼다.

“또 찾아오면 진짜 죽인다.”

미연은 치다 말았던 비밀번호를 치고 문을 열었다. 도희는 감기는 눈을 겨우 뜬 채로 미연이 뒤도 안 돌아보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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