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이라는 말이 좋아

불쑥 오는 버스에 불쑥 올라 불쑥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

그런 일이 좋아

나는 그에게 사랑을 고백할 텐데 불쑥 우리는 사랑할텐데

고단을 가득 태운 버스가 우리를 창밖으로 내팽개친대도 그리고 모른 체 달려간대도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이봐, 이걸 보라고, 여기 불쑥이란 게 있다구

아하, 그렇군!

걱정 없을 텐데

이제부터 나는 불쑥이 될게, 실없는 농담을 해도 그는 고개를 끄덕일 텐데

어이 불쑥, 반색하여 불러줄 텐데

그러면 대답할 텐데 응, 하고

불쑥이 대신

불쑥은 내가 될 텐데

나는 불쑥 뒤에 숨바꼭질처럼 살 텐데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불쑥 왔다 불쑥 갈 텐데 술래도 모르게 나는, 멀리 저 멀리 갈 수 있을 텐데

불쑥, 박소란
[한 사람의 닫힌 문]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사랑을 표현하는 글을 써 보자, 라는 말을 들었어요. 듣자마자 머릿 속에 떠오른 말이 있어요. 바로 '불쑥'이에요.


불쑥, 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불쑥 무언가 하는 걸 특히나. 생각이 불쑥 튀어오르는 때도 많고요. 따져보면 정말 불쑥 하는 건 아닌데 중간과정이 갑자기 축약되니까 불쑥 처럼 느껴지나봐요. 어떤 때의 불쑥은 반갑지 않지만, 그런 때를 제외하고는 좋아요. 사랑을 닮은 단어 같기도 한데. 어떤 사람에게는 불쑥이 아니라는 점도요.

 

굿모닝 굿나잇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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