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직물 특성상 잔인하고 폭력적인 묘사가 많습니다. 특히나 이번편은 더 잔인합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은 읽는 데 유의해주세요.

글은 글로만 즐겨주세요.

움짤의 출처는 네이버 해론님의 블로그에 있습니다.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독기를 품은 듯 서현에게 달려들던 스파이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스파이들의 피를 뒤집어쓴 채 고개를 젖히며 개운하다는 듯 숨을 내뱉는 서현이 있었다.



"어라, 아직 안 죽었네."



그리고 6명 중 단 한명. 복부에 큰 상처를 입은 채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는 한 명이 있었다. 그는 여전히 피가 울컥 쏟아지는 배를 부여잡고 이곳에서 나가기 위해 바닥을 기고 있었지만 불행히도, 서현의 눈에 발각되고 말았다. 가만히 죽은 척을 했다면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뭐, 지금 이 상황에서 어차피 죽는 것은 똑같겠지만.




"ㅅ,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날고 긴다는 조직에서 온 스파이들이라며. 가까이만 갔는데 살려 달라고 하면 어떡해?"




서현은 호기심을 가진 어린 아이처럼 해맑은 눈을 하고 스파이가 들고 있던 칼을 빼앗아 그 칼로 스파이의 배를 그었다. 서현이 스파이의 배에 칼을 움직이며 그림을 그릴 때마다 스파이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그럼에도 서현은 미소를 유지했다. 아니, 비명이 점점 커질 때마다 더 밝게 웃었다.




"자, 좀 아파요."




서현은 그어놨던 상처에 손을 집어넣어 그대로 상처를 벌렸다. 스파이의 상처가 벌어지면서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고, 그 안 장기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스파이는 상상도 못하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몸부림치다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곤 움직임을 멈췄다. 갑자기 조용해진 스파이가 이상했는지 서현은 상처를 벌리는 것을 멈추고 스파이를 마주하고는 뺨을 툭툭 쳤다.





"뭐야, 죽었어?"




아무리 뺨을 때려 봐도 전혀 미동이 없자 서현은 한쪽 눈썹을 올리며 다시 벌려진 상처 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이미 죽은 스파이의 위장을 꺼내 서현을 지켜보던 조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




"나 대신 얘 장기 팔자. 피도 얘가 제일 맑아. 위 깨끗한 거 봐. 딱이네."



조직원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광경을 보는 내내 눈이 동그래져 있었다. 심지어는 서현이 상처를 벌리는 것을 보다가 구토가 밀려와 자리를 떠난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충격에 휩싸여 있을 때, 보스와 서현을 데리고 온 그만이 그 광경을 또렷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서현은 쯧- 가볍게 혀를 차고는 보스에게 받은 칼을 다시 들고 조직원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내 옆 조직원 따라가. 한국에서는 사망 처리 될 거니까 외국 지부에서 2년 정도 있다 와."

"철저하셔라."




서현은 조직원의 정장 가슴팍에 꽂혀있던 손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내고는 보스 앞에 섰다. 순식간이었다. 서현의 칼이 그의 목을 그은 건. 그의 목에서 흐른 피는 그의 흰 와이셔츠를 적셨고, 이미 서현에게는 여러 명의 총구가 겨누어져 있었다. 그러나, 무슨 변덕인 건지 그는 손을 올려 총구를 내리라는 신호를 했다.




"...잘생기긴 존나게 잘생겼어. 응?"




서현은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려 그를 위협했던 칼을 보란 듯이 떨어트렸다. 그리곤 그의 목덜미를 끌어당겨 그의 귀에 속삭였다. 서현이 말을 마친 건지 그가 서현을 쳐다볼 때 서현은 대답하듯 미소를 지었고


쪽-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참혹한 광경을 보고도 미동이 없었던 그의 눈동자는 조금 커져 있었고, 곁에서 그들을 바라보던 조직원들도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다. 모두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 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여유로웠던 사람은 정서현 뿐이었다.




"거기 형씨, 나 노숙시킬 거야?"




라며 천연덕스럽게 조직원을 부르곤 공장을 나가는 서현은 방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잘 모르는 듯했다. 서현이 나가자 그는 모두 나가라는 명령을 내렸고, 조직원들은 하나둘씩 공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아까 미동도 없던 단 두 명을 제외하고. 그는 아직 서현의 온기가 남아있는 볼을 매만지며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하다가 소리 내어 웃었다.




"박준수. 넌 안 나가?"

"정서현이 뭐라고 한 겁니까."



그는 준수의 말에 서현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한 번만 더 이딴 개수작 부리면 그땐 진짜 칼로 네 목을 뚫어버릴 거야. 알아들어?'

"라던데."



그의 덤덤한 말에 준수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목을 뚫어버린다는 건 아무리 보스인 그라도 덤덤하게 표현할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그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서현이 죽인 스파이들을 보며 웃고 있다.




"아까 칼을 들이민 것도 그렇고... 도저히 조직을 위해 일할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요."

"살기 위한 선택이었을 테니까."

"장난이란 건 뭡니까."

"몰랐던 건가?"




그는 서현이 떨어뜨린 칼을 다시 주워 그대로 자신의 손을 그었다. 그리고는 그 손을 준수에게 보여주자 준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보통 칼이라면 분명히 손에서 피가 흘러야 정상일 텐데, 그의 손은 살짝 긁힌듯한 상처 뿐이었다.




"날이 제대로 들지 않은 칼이었던 겁니까."

"정확히는 커터칼보다 덜 예리한 수준의 칼날. 정서현은 이 칼로 보란 듯이 저놈들을 모두 죽였어. 아까 팔을 잡았을 때도 느꼈지만, 여자라고는 생각이 안 되는 힘이야. 기술도 뛰어나고."

"......"

"넌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의 눈썹이 의아하다는 듯 구겨졌다. 준수는 그가 뱉을 다음 말이 뭔지 대충은 짐작이 갔다. 분명 감이 떨어졌다며 대량의 살인청부업을 명령할 것이라는 걸. 먼저 선수를 치지 않으면 저번처럼 부산 쪽으로 보내버릴게 뻔했기에 준수는 먼저 그에게 말했다.




"부산은 싫습니다. 돌리실 거면 수도권으로 하시죠."

"다행이야. 수도권 의뢰가 밀려서 인력 보충이 필요했는데, 네가 간다면 그럴 필요도 없겠어."

"......"
"저것들 다 치우라고 해."

"...네."




그는 듣지 못했겠지. 그의 뒤에서 박준수가 이를 바득 가는 소리를. 





GPS 추적하라며 지원요청까지 한 마당에 지금 집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도 그 대가리가 말한 조직원을 따라가니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호텔로 데려가 숙소를 마련해주었다. 피가 묻어 붉게 물들어진 셔츠가 여간 찝찝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가자마자 씻고 뭔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쥐포를 뜯고 있을 때, 날 데려다준 그 조직원이 갑자기 들어왔다. 근데... 웬 화이트보드?



"뭐야 그 강의실에서나 볼 법한 보드는?"

"보스께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 기본적인 건 교육해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아, 대가리. 그래 뭐, 인수인계는 중요하니까. 시작해봐. 아 그 전에, 너 이름이 뭐니?"

"김현민입니다."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현민... 은 복잡한 관계도 같은 것을 거침없이 그리기 시작했다. 인수인계라고 해봤자 뒷골목 조직인데 별거 있겠어, 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후회했다. 관계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고, 저걸 모두 외워야 한다는 본능적인 생각이 들었다. 고3 때도 공부는 잘 안 했었는데. 이마를 짚으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때, 김현민이 보드 위쪽을 짚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조직 이름은 lost입니다."

"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로스트? 로스트라면 전 세계에서 집중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마피아 조직이다. 일본, 이탈리아,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적지만 한국에서도 로스트가 관련된 사건들이 꽤 벌어지고 있어서 한국 또한 로스트를 잡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 로스트를 잡기 위해서 어제까지만 해도 야근을 한 사람이었다.




"잠깐, 그럼 그 대가리가...?"

"보스십니다."

"그래, 너네 보스. 걔가 Adam Hail인 거야...?"

"한국명으로는 서주혁이시고요."




아담 헤일. 로스트의 보스라는 것과 아담 헤일이라는 이름 빼고는 그 어떤 것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인물. 생김새, 키, 성별, 국적. 그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는 인물이었다. 전 세계가 그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녔지만 그 어떤 국가도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던 그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의 흔적 하나라도 찾기 위해 야근을 했었는데... 누군 알았겠는가 그 악명 높은 아담 헤일이 설마 한국인일 줄.




"그럼 아담 헤일은 한국인인 거야?"

"정확히는 미국과 한국 이중국적이십니다. 그리고 보스께선 아담 헤일보다는 서주혁이라는 이름을 더 좋아하십니다.

"...그래."

"조직은 회사와 비슷합니다. 보스 아래로 마약부, 장기부, 행정부, 정보부, 무기부, 살인청부업부. 이렇게 6개의 부서로 나뉩니다. 보스는 그 모든 것을 총괄하시고요."




이렇게까지 체계적일 줄은 몰랐다. 완전히 하나의 회사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난 어디로 가는 거지? 행정부라던가 정보부는 내 취향이 아닌데. 뭐, 서주혁이라는 인간도 머리가 없는 놈이 아닐 테니 그 쪽으로 보내진 않겠지.




"살인청부업부는 행정부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소속되는 부서입니다. 인턴 기간은 대부분 살인청부업부의 업무를 하고, 2년의 인턴 기간을 거친 후 다른 부서로 들어가도 살인청부업은 항상 소속되어 일을 하게 됩니다."

"인턴 기간을 외국에서 보내라는 건가, 어디로 가면 되는데?"

"보통은 자국에서 인턴 기간을 보내지만 정서현님의 경우 미국 워싱턴 D.C 본사, 영국 옥스퍼드 지부, 캐나다 토론토 지부, 중국 베이징, 대만 타이페이, 이탈리아 밀라노, 일본 도쿄 중 원하시는 데로 가시면 됩니다."





괜히 세계 1위의 마피아 조직이 아니었다. 단순히 그곳에서 살인청부업이나 하라는 줄 알았는데, 아예 지부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국정원에서도 타국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로 간 적은 많았는데, 캐나다는 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왠지 캐나다가 특히나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캐나다. 캐나다로 갈게."

"마침 3시 비행기가 있네요. 위조 여권 받으시고요. 공항 직원은 이미 매수해 뒀습니다. 모셔다드릴 테니 일어나시죠."








와 너무 마음에 안 든다. 어떡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허허ㅓ헣ㅎ

와 진짜 어떡하죠 처음 서현이가 깽판 칠 땐 그래도 좋았는데 그 뒤부터 점점 망해가는 게 눈에 보여요

진짜 망한 거 같은데...??????????//




이거 어카죠...?

아니야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살려줄 거야. 그래야만 해. 제발 믿는다. 미래의 나.




ㅇ... 아무튼 오늘 좀 당황스러우니까 얼른 끝낼게요. 오늘도 허접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들어가실 때 제 다른 글들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히 들어가십쇼. 사랑합니다.



취미로 글 쓰는 사람입니다 LOST 연재중 이번주 추천곡 : bad habits - Ed she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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