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아들램백은영 x 사냥꾼개비고해준

* 동양(내멋대로조선)AU

* 집없즈 다수 출연




-14-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장대 들고 망태 메고 뒷동산으로]


피골이 상접한 사내가 노랫소리에 이끌려 갈대밭을 헤맨다. 사람 키만큼 껑충 자란 갈대밭에 새파란 달빛이 나리고, 바람 탓일까 노래 탓일까 갈대가 허위허위 너울거린다. 


익숙한 노래다. 


코흘리개 시절 꾀죄죄한 낯으로 흙장난을 치던 시절부터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부르던 가락이었다. 봉숭아 씨주머니 터지듯 까르르 웃던 붉은 얼굴은 경사스러운 혼롓날, 난데없이 나타난 범이 물어간 탓에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호환을 당한 이후 재빨리 착호 갑사들이 범의 뒤를 쫓았으나, 검은 머리카락 한 올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였다. 흔하디흔한 환란이었다. 조선 팔도에는 호랑이가 멧돼지만큼이나 많았다.


정인은 고작 꽃다운 열여덟이었다. 시체를 찾을 수 없어 상여조차 태우지 못했다. 모두가 죽었을 것이라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 살아남았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허나 상호는 믿을 수 없었다.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 매일같이 산과 들을 헤매며 정인을 찾던 어느 날,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틀림없는 그 애의 목소리였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으나 자신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리하여 비로소, 막 그 애의 얼굴이 보이려는 참이었다. 머리에 쪽을 찐 여인이 멀리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운 이름을 부르며 한 발짝 다가서는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강한 힘으로 어깨를 붙든다. 처음 보는 6척의 사내가 눈에 깊은 슬픔을 매달고 서 있었다.


“물러서시오.”


힘이 실린 음성에 상호는 손가락으로 여인을 가리킨다. 


“저기, 저기에 있는 연지 곤지를 찍은 젊은 여인이 보이시오? 내 정인이라오.”


사내의 말에 해준은 고개를 들어 창귀의 얼굴을 확인한다.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소? 뒷동산에 올라가 무등을 타고……"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노래를 부른다.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자]


해준은 가만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런 노래는 들리지 않소.”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5,847 공백 제외
8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