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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론 그의 집에 꽤 자주 드나들었다. 집이 가깝다보니 퇴근하고 만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처음 그의 집에 갔을 때 생각했던 관계를 가지는 일은 아직 없었지만, 이런 저런 발전이 있기는 했다.


예를 들면 현이 형이 어떤 도구들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그런 것들 말이다. 정확히는 어떻게 해야 그를 아프게 하고 괴롭힐 수 있는 지를 배웠다. 내가 가학자의 입장이면서 그것을 피학자에게 배우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긴 했지만 그래도 잘 배워두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진지하게 임했다. 그는 그런 내 태도를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듯 했다.



‘생각보다 이쪽으로 관심이 있나봐, 주인님은.’


‘그렇다기 보단 형한테 큰 관심이 있는 게 맞죠.’



그는 내 말에 또 꺄르륵 웃었다. 웃을 때 그는 참으로 천진난만해졌다. 웃음소리는 밝고 명랑하면서 표정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사랑에 빠진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오늘도 건대점 마감을 맡는다기에 눈치를 보며 겨우 칼퇴를 하고 그의 카페로 가는 길이었다. 저 멀리 카페 간판이 보이기 시작하자 입 꼬리가 자꾸만 하늘 끝까지 치솟는 것 같았다.


그렇게 카페에 들어가려는데 카페 옆 골목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는 왜 연애 안 하는데?”



그의 목소리였다. 절로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했다.



“저요? 그냥...귀찮아요.”



그는 카페 직원인 듯 한 남자와 함께였다. 형, 이라고 부르며 인사를 하려는데 문득 그의 손에 들린 것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이 몇 번 피는 걸 본 적 있는 전자담배였다.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내가 모르던 그의 새로운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렸다. 성인인데 담배야 필 수 있고, 내 앞에서 핀 적이 없으니 그저 나에게 숨기고 싶었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내 마음을 심란하게 한 건 그의 입에서 뿜어지는 연기가 아니라 뱉어지는 말이었다.



“잘생긴 얼굴을 왜 그냥 놀려-.”



나도 모르게 건물 모퉁이 뒤로 몸을 숨겼다. 들으면 안 될 것을 들은 것 같았다. 나는 고개만 슬쩍 그쪽으로 틀었다. 바깥쪽에 서있는 직원의 뒷모습만 간신히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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