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새끼야 이런 걸 보고서라고 써왔어요? 네 면상 상판때기를 뭉개드릴까요?"

오늘도 짜증나기 짝이 없는 그의 설교가 쏟아진다. 인간같지도 않게 대우를 하는 그의 설교를 듣고 있자니 구역질이 다 쏟아질 지경이었다. 프라임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웠다. 눈 앞에서 온갖 인격모독을 다 내뱉어대는 커맨더가 정말 미웠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잘난 면상을 뭉개버리고 싶었지만 프라임의 이성이 '그게 지금은 아니다. 보류해라.'라는 말로 그의 분노를 억지로나마 잠재웠다.

"하... 보고서 다시 써오세요. 아니면 지금 이 자리에서 강냉이를 몇 개 털어드릴까요?"
"아니, 내가 잘못했다. 제대로 써오지."

화가 나는 건 커맨더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서에다 로봇 설계도나 그려놓고, 아니면 '아아아 이온 리펄서 갖고 싶다'나 '디스트로이어와 스톰트루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달달할까', '크림슨로제 양 팬티는 검정색에 붉은 레이스의 T스트링'이라느니 '옵티머스 양 묶어놓고 엉덩이 만지고 싶다'같은 말이나 적어놓으니 짜증이 안 날 리가 없었다. 보고서가 장난인 줄 아나. 프라임에게야 장난이어도 커맨더는 상부에 이걸 자료로서 제출해야 하는데 이딴 식으로 장난질을 해놔버리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높으신 분들께 불려가 일 처리를 어떻게 하냐고 혼난 적도 많았으니 한층 더했다.

"아오, 진즉 죽일걸..."

뒤늦게 후회해봤자 이미 프라임은 떠나고 없으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라도 없는 이상 그가 보고서를 제대로 써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커맨더는 짜증이 확 난다는 표정으로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진작 죽일 걸... 아 진짜 진작 죽일 걸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커맨더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 씨바 진작 죽일 걸. 내 손으로 직접 죽여야 하는데... 먼저 죽지만 마라. 반드시 내가 죽인다."


보고서 그딴 거 나몰라라. 커맨더가 한창 분노에 사로잡혀 책상을 마구 내려치며 날뛰고 있을 그 시각, 프라임은 잠시 근무지를 이탈해 시내의 맛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집 닭갈비가 그렇게 맛있다더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과연 소문대로였다. 부드러운 닭고기와 고구마의 식감, 아삭한 양배추나 쫀득한 떡 등 재료의 식감을 잘 살리면서도 양념도 매콤함과 달콤함이 잘 어우러져 아주 맛이 좋았다. 그렇게 닭갈비를 안주삼아, 술... 이라 치고 탄산음료로 분위기를 내던 와중 익숙한 얼굴이 찾아왔다.

"얼씨구. 야, 여기서 뭐 하냐."
"오랜만이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초췌하시구먼."

검신과 블러드이블. 아라드에서 천계로 올라온 그들이 어떻게 알고 이 맛집에 찾아왔는지는 프라임이 알 바 아니었다. 둘 모두 프라임의 지인이라 마침 반가운 마음에 프라임은 대답 대신 손짓으로 자리에 앉으라고 지시했다. 곧 먹자판이 벌어졌다. 누구한테 뺏길까봐 저러나 싶어보일 정도로 허겁지겁 먹어대는 블러드이블과 달리 검신과 프라임은 조용히 먹으며 블러드이블을 쳐다봤다.

"아니 그나저나, 웬일로 얼굴이 그리 죽을 상을 하고 있냐?"
"커맨더, 그 자식한테 또 까였다."
"어휴... 하긴 너 보고서 쓰는 스타일 보면 알 만 하다."
"보고서에는 모름지기 진중해야 하는 법. 자네가 잘못한 거, 알고는 있으리라 믿네."

허겁지겁 닭고기를 집어 입에 털어넣던 블러드이블이, 문득 프라임의 얼굴을 보곤 웬일로 얼굴이 죽을 상이냐며 말을 걸었다. 커맨더에게 또 까였다고 대답했건만 돌아온 것은 알 만하다는 블러드이블의 대답과 프라임이 잘못한 거라는 검신의 대답이었다. 친구란 놈들이 적의 편을 드니 더욱 죽을 맛이었지만, 프라임의 이성이 '여기서 싸웠다간 닭갈비 대신 인간갈비가 될 지도 모른다'면서 분노를 잠재웠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 또 까였지? 알 만해 새꺄. 거 보고서 좀 똑바로 쓰지 그랬어..."
"신경 좀 꺼라 제발..."
"뭐하면 우리가 처리해줄 수도 있네만..."

옆에서 마구 깐족대는 블러드이블이 짜증나긴 했지만 그가 말하는 사실 하나하나가 전부 다 팩트라 논리를 중시하는 프라임은 반박하기도 힘들었다. 그저 신경 꺼달라는 말을 하는 것 외엔... 그렇게나 깐족대던 블러드이블도 프라임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하진 못했건만, 그 와중 검신이 꺼낸 이야기가 프라임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다. 네가 처리해주겠다고? 감히 어디서 그 따위 망발을...

"시끄러. 네놈들 도움 필요없으니까... 죽여도 내가 죽일 거야."
"뭐야 왜 이래. 도와준다니까..."
"도움 따윈 필요없어."

프라임은 짜증이 확 오른 듯한 얼굴로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검신에게 죽여도 내가 죽일 거라며 쏘아붙였다. 깜짝 놀란 블러드이블은 둘의 얼굴을 그저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고, 도와준다던 검신의 말은 도움 따위 필요없다는 프라임의 말에 막혀버렸다. 이내 계산하고 밖으로 나가버린 프라임의 뒷모습을 두 사람은 말없이 지켜보기만 하다가, 어 그런갑다 하고는 남아있던 닭갈비를 마저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하... 씨 이상한 놈들이네..."

보고서를 쓰면서 프라임은 계속해서 생각했다. 놈을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빠르게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 그래야 속이 후련하다. 만약 다른 놈 손에 죽는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화날 듯한 일이었다. 놈의 목숨은 내 손에 달린 일이니...

"그 새끼 죽여도 무조건 내 손으로 죽인다. 먼저 죽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죽이면 되겠지..."


얼마 뒤, 커맨더에게 올라온 보고서에 적힌 내용은 '크림슨로제 조교용 정조대'에 관한 내용이었다. 크림슨로제 양이 이 보고서의 내용을 보거나 들으면 명예훼손으로 군사재판에 떠넘길 거라는 사실은 둘째치고 아직도 장난질을 하나 싶은 생각에 분노로 가득 찬 커맨더는 냅다 프라임에게 비상호출을 때려버렸다. 얼마 뒤, 짜증난다는 표정의 프라임이 집무실에 들어왔다.

"쏴 보세요. 네놈 미간에 총알을 박아드릴 테니."
"그 전에 네놈 두뇌가 날아갈 거다."
"너같은 새끼를 지옥에 보낸다면 참 좋겠네요. 거기서 사격연습용 표적으로 써주마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새끼야."
"누가 할 소리를. 너같이 개 좆같은 새끼야말로 팔다리를 뜯어고쳐서 로봇춤을 추게 해주마."

드디어 참기 힘들다는 듯, 커맨더가 가진 코드넘버 608이 프라임의 미간을 겨눴다. 마찬가지로 프라임의 손에 쥔 이온 리펄서도 커맨더의 이마를 겨눴다. 침묵 속의 대치상황, 두 발의 서로 다른 총성이 부대 내에 울려퍼졌다. 황급히 달려온 디스트로이어와 스톰트루퍼, 그리고 크림슨로제가 본 광경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이마에 구멍이 난 시체 두 구, 프라임과 커맨더의 유해였다.

파르페르파의 포스타입입니다 찾아와봤자 별거 없어요 이거저거 할만큼 하는 포스타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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