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신체찾기라는 호러 만화에서 설정을 따왔습니다.










  그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글레이드 고등학교에는 전학생이 오는 법이 드물었는데, A클래스에는 무려 연달아서 들어 온 전학생들이 있었다. 학기 중에 전학이 흔하지 않은 일은 맞지만 특별히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가족이 이쪽으로 이사를 했을지도 모르지. 첫 번째로 전학 온 이의 이름은 토마스였다. 토마스는 조금 특이했다. 전학을 온 첫날부터 토마스는 민호의 옆자리에 꼭 앉아야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민호가 A클래스에서 눈에 띄는 편이기는 했다. 멋진 몸의 동양인인 민호는 육상부의 유망주이자 주장으로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토마스의 고집에 질린 갤 리가 기어이 민호의 옆자리를 넘겨주는 거로 그 소동은 마무리가 됐다. 소동의 장본인인 토마스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잔뜩 들뜬 얼굴로 민호에게 많은 말을 쏟아냈다. 민호는 그런 토마스를 귀찮아했으나 쳐내지는 않았다. 토마스는 결국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내내 민호에게 시선을 뗄 줄을 몰랐다. 



  그리고 다음 날 전학 온 건 트리사라는 여자애였다. 트리사는 아주 아름다웠는데 A클래스에는 여자애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남자애들은 트리사에게 열광했다. 하지만 트리사는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마냥 굴었다. 트리사에게 말을 걸려고 했던 애들은 결국 트리사에게 단 한 마디도 끄집어내지 못했다. 놀랍게도 트리사가 처음으로 말을 건 사람은 다름 아닌 토마스였다. 많은 남자애의 눈총을 받은 토마스는 어이없게도 퉁명스러웠다. 토마스는 민호에게 열광했고 트리사는 토마스 외에는 누구와도 쉽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꽤 이상한 관계였다. 민호는 관심에 꽤 익숙했지만, 고작 이틀 사이에 받은 관심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 기운이 쭉 빠졌다. 이건 모두 두 명의 전학생 때문이었다. 뉴트는 민호의 투덜거림을 받아주며 짧고 고집 센 민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살살 쓸었다. 뉴트와 민호사이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민호만 몰랐지, 반에 있는 모두가 그걸 알고 있었다. 암묵적으로 민호는 뉴트의 연인에 가까웠는데 이틀 사이에 그 관계에 두 명이나 뛰어든 셈이었다. 





  그리고 그 건 전학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때쯤에 일어났다. 그날은 9월 7일이었다. 이미 하교 시간은 훌쩍 넘어서 해가 기웃거릴 때였다. 육상부에서 곧 있을 대회를 준비하느라 늦게까지 연습한 민호와 그런 민호의 매니저인 갤리, 육상부에서 부주장을 맡은 벤, 전학 온 뒤부터 꾸준히 자기도 육상부에 들어가겠다고 조르는 토마스. 언제나 민호와 함께 돌아가는 뉴트, 그리고 마지막으론 토마스를 기다리던 트리사. 이렇게 6명 외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투닥거리며 학교를 나서는 무리는 꽤 시끌벅적하고 요란스러워서 뉴트는 순간 자신이 본 걸 의심했다. -쿵. 괴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떨어졌다. 뉴트는 떨어진 게 뭔지 알았다. 알비. 그건 A클래스의 반장이자 뉴트의 친구인 알비였다. 뉴트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맹세하건대 그건 뉴트가 보인 가장 큰 동요였다. 뉴트는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알비한테 달려갔다. 알비가 떨어진 곳까지는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알비는 절대로 살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의 사지는 온통 뒤틀려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억지로 꺾어놓은 것처럼. 뉴트는 그래도 달렸다. 아직은 살아 있을지도 몰라. 질린 얼굴로 달려가는 뉴트를 제일 먼저 발견한 민호는 뉴트가 뛰어가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호의 얼굴도 뉴트 못지않게 괴상하게 질렸다. 그제서야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렸다. 



  문제는 이 모든 게 이상한 방향으로 향했다는 점이었다. 달려가 도착한 곳에 알비의 시체는 없었다. 뉴트보다 한발 늦게 도착한 민호의 얼굴에도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애초에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듯이 깨끗한 바닥이 생소하다. 



“뉴트, 알비는… 알비는 어디로 간 거지?” 

“나도 영문을 모르겠어. 그냥, 알비의 시체가 가까이 보였을 때, 그게 갑자기 사라지더라.” 



  믿기 힘든 일이었다. 누군가가 질 나쁜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만약 이게 장난이라면 반드시 범인을 찾아서 얼굴을 갈겨주리라. 하지만 민호는 이를 갈면서도 이게 장난은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분명히 알비의 시체를 봤는데 달려가는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만약 민호 혼자였다면 착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여섯 명이 모두 같은 환상을 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서로의 눈치만 보며 눈을 굴릴 뿐 쉽사리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른다. 노을이 가라앉고 어둑해지기 시작해서야 갤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잘못 본 거 아닐까?” 

“…단체로?” 

“뭐, 글쎄.” 



  민호의 의문에 갤리가 어물쩍 넘어가며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상하기는 한데, 여기서 평생 서 있을 순 없잖아. 갤리의 말에 민호는 마땅찮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집에 가는 편이 좋겠네.” 



  민호는 이제 곧 내려앉기 전에 마지막으로 일렁거리는 노을을 힐끔 보곤 뉴트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이상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민호의 말을 마지막으로 대화는 없었다. 서둘러 걷는 걸음이 짐짓 매섭다. 





  집에 도착한 민호는 곧장 식은땀 때문에 차가워진 몸을 더운물로 씻어냈다. 민호의 핸드폰은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윙윙 울려댔는데, 모두 알비에 대한 이야기였다. 민호는 벌써 잔뜩 쌓여 있는 메시지에 미간을 찌푸리며 내용을 건성으로 넘겼다. 딱히 중요한 이야기는 없었다. 사실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대부분 알비에게 연락이 되냐는 것과 어떻게 시체가 사라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떠들썩한 이들 틈에서 뉴트는 가장 말이 없는 편이었다. 민호는 그런 뉴트가 걱정스러웠다. 그가 알기론 뉴트가 민호 다음으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알비였다. 게다가 제일 먼저 발견했지. 민호는 뉴트에게 전화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던 중에 다시금 울리는 핸드폰에 고개를 돌렸다. 방금까지 열심히 주절거리던 갤리한테서 온 연락이 틀림없었다. 차단해버릴까 고민하면서도 새로 도착한 메시지를 본 민호는 액정에 뜬 이름을 보고 뻣뻣하게 굳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알비였다. 


-저기, 내 몸 좀 찾아줄래? 


  미리 보여지는 글자는 제법 섬뜩한 문자였다. 민호의 기분은 급격하게 바닥을 찍었다. 방금 씻고 나왔는데도 온몸에 불쾌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다. 이거 뭐야. 똘추 새끼가 장난치는 거 아냐? 민호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조금 떨리는 손가락으로 메시지를 확인하는 대신에 삭제 버튼을 눌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눌리려고 했다. 갑자기 민호의 핸드폰이 무섭게 진동을 울렸다.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내 몸 좀 찾아줄래? 


  고장 난 라디오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게 정말 장난이라고? 알비는 진중한 편이었다. 민호는 뭔가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직감했다. 민호는 쏟아지는 욕지거리를 겨우 삼키며 메시지를 클릭했다. 


-드디어, 확인했네? 


  민호가 메시지를 확인하자,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지만 민호는 그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탓이었다. 민호는 차마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저기, 내 몸 좀 찾아줘.” 



  알비의 목소리였다. 






12시. 

  민호는 눈을 뜨자 보이는 학교에 이제는 당황하지도 않았다. 학교 앞에 있는 사람은 민호뿐만이 아니었다. 뉴트, 토마스, 트리사, 갤리, 벤 그리고 민호. 이렇게 여섯 명이 아까처럼 학교 앞에 있었다. 다들 영문을 모르는 눈치다. 기괴한 현상에서 쉽게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갤리는 아까부터 쏟아지는 이상 현상에 제가 꼭 바보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고민했다. 



“신체 찾기.”



  민호였다. 모두의 시선이 민호를 향했다. 민호는 꼭 뭔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민호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민호는 아주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뭔가를 말했고 민호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벤이었다. 벤은 짧은 탄성을 뱉었다. 



“이거 신체 찾기 게임 같은데. 너희 그거 모르냐? 우리 학교에 있는 괴담이잖아. 죽은 친구의 시체가 사라졌는데 매일 나타나서 자기 몸을 찾아달라고 하는 거. 실제로 우리 학교에 토막살인 된 몸이 발견된 적이 있어서 생긴 괴담이라던데.” 



  민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민호는 뭔가를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리버라고 아냐?” 



  그리버는…. 



“그리버를 만나면 돌아보면 안 돼.” 



  민호의 말은 무척 단호했고 많은 걸 함축하고 있었다. 짐짓 어린애들한테 괴담을 들려주는 것처럼 엄격하게 들리기도 했다. 뉴트 역시 민호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들은 듯했다. 갤리 또한 민호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민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건 전학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토마스와 트리사 뿐이었다. 토마스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냐고 악이라도 쓰고 싶은 걸 겨우 참아낸 토마스는 애꿎은 땅만 발끝으로 툭툭 쳤다. 민호가 더 이상 설명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토마스는 마침내 자신의 의문을 풀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는데, 그의 입이 열리는 순간 학교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신체 찾기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그리버를 피해서 학교에 숨겨진 신체를 찾아 중앙의 관으로 가져오세요] 

[조심하세요] 

[그리버를 보게 되면 뒤를 돌아보시면 안 됩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리버를 피하지 못하면 죽게 됩니다] 



  우습게 들렸던 민호의 말이 맞았다. 신체 찾기 게임이 시작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괴물의 아가리처럼 열린 문으로 향했다. 문은 너무 새까매서 들어가는 즉시 삼켜질 것 같았다. 



“안 들어가면 그만 아니야? 나는 이 빌어먹을 게임에 참가할 생각은 1도 없어.” 



 갤리의 이죽거림이 끝남과 동시에 여섯 명의 몸은 끌리듯 문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트리사의 등 뒤에서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리고 또다시 빌어먹을 정도로 침착한 목소리가 위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버가 정문에 나타났습니다] 



  방송을 귀담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방송을 듣기 전에 이미 눈앞에 그리버를 보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버는 토마스의 생각보다 끔찍하게 생겼다. 날카로운 그리버의 다리가 꿈틀거림과 동시에 괴상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관절이 꺾이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느릿하게 뻗는 몸짓을 보면 그다지 민첩해 보이지는 않았다. 몇 번 꿈틀거리던 그리버는 갑자기 몸을 딱 멈췄다. 고장이라도 난 걸까? 숨 막히는 침묵이 지났다. 그리고 곧 토마스는 제 생각을 정정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버는 괴이하게 다리를 움직이며 달려들었다. 그건 이상한 움직임에 비해서 엄청나게 빨랐다. 민호는 망설이지 않고 제 옆에 있던 뉴트를 급하게 잡으며 곧장 달렸고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갤리!” 



  갤리는 제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민호가 큰 소리로 갤리의 이름을 불렀다. 민호는 하마터면 뒤를 돌아볼 뻔했다. 이미 시야 밖으로 사라진 갤리를 구하기 위해서 멈추는 건 멍청한 일이었다. 갤리는 욕을 뱉으며 일어나다 그리버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갤리의 처참한 비명이 울렸다. 

사람이, 갤리가 죽어가는 비명에 놀란 트리사와 벤은 자리에서 굳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바로 뒤에는 괴물이 있다. 트리사는 제 등 뒤에서부터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에 비명을 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토마스는 트리사의 비명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고 그게 끝이었다. 민호는 이를 악물었다. 토마스는 하필 민호와 뉴트에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 민호는 그 괴물이 다음으로 죽일 사람을 알았다. 뉴트는 다리를 절어서 빠르게 뛸 수 없다. 민호는 제 바로 뒤에서 뉴트의 몸이 짓이겨지는 소리를 들었다. 민호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남은 사람은 민호 혼자였다. 민호는 고개를 돌리는 대신에 몸을 획 틀었다. 민호는 그리버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민호는 어쩐지 웃음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그리고 민호는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알람이 무섭게 울렸다. 민호는 그리버한테 그였던 부분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리는 통증에 배를 움켜잡으며 일어났다. 알람을 끄려고 핸드폰을 들어 올린 민호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기지 않았다. 



-9월 7일



  액정에 뜬 날짜는 그대로였다. 민호는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확신했다. 





심심한 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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