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드려요" -IU, cover by Michelle Seo




수진아 안녕. 

기억 나? 남자 노래 좋은 거 있으면 커버곡 찾아서 들으면 된댔잖아. 너무 천재 같아서 어쩌다 들은 남자 곡이 좋으면 맨날 유튜브 뒤져보고 그랬어.

내가 엄청 싫어하는 남자 기억 나? 아냐 아냐, 기억 안 해도 돼. 걔 노래 중에 좋은 게 있어서 커버 곡을 찾다가 어떤 분 채널을 알게 됐었어. 근데 다른 커버도 너무 좋은 거야. 그래서 저 노래를 알게 됐어.

웃기지. 저렇게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랑 친해져본 적이 없는데 들을수록 너무 익숙하더라. 그게 이상해서 듣고 듣고 또 듣다 보니까 네 목소리가 들렸어. 네가 듣기엔 어때? 너 악기도 잘 다루잖아. 주법이 너랑 비슷한 것 같아서 그냥 반가웠어. 네 목소리랑 닮은 소리는 처음 들어봐서, 그래서 편지를 써. 

이메일에는 낭만이 없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메일을 써. 편지에도 영상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어서 qr코드를 인쇄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럼 너 귀찮아할 것 같아서.

하긴, 넌 사진 찍는 것도 귀찮아 했잖아. 그래도 바다 가서는 네가 더 신나서 찍고 다녔던 거 기억 난다. 그 덕에 남은 사진이 많아가지고, 저번에 잠이 안 와가지고 핸드폰 보다가 그 때 사진이 엄청 나오는 거야. 

바다에서 태어나서 바다가 지겹다던 애가 바다란 바다는 다 가봤다며? 바다에만 가면 그제야 숨이 살아나는 것처럼 굴면서 시시하다고 그랬지. 누가 그러더라. 나랑 간 바다가 제일 좋았다 그랬다고. 내가 아무 것도 몰라서 하나하나 일러주는 게 재밌었다고.

출처 : unsplash

바다에 비친 햇살이 막 부서지면서 일으키는 반짝임은 윤슬

파도끼리 부딪혀서 생기는 거품, 저기 보이는 물거품은 포말.

'막' '부딪혀서' 너무 좋아. 네가 알려준 그 뜻 그대로가 좋아서 어쩌다 바다에 가면 늘 그대로 말을 해.

포말을 보면 뭔가 태어날 것 같고, 좋아하지도 않는 신화가 생각나다가 네가 떠올라. 이상한가? 낭만적인가? 넌 이상하다고 할 것 같은데.

이번에는 문어체로 안 써보려고 했어. 잘 안 되네, 내 말투가 이래. 내가 읽어봐도 이상하게 안 느껴지는 날에는 꼭 보낼게. 낭만이라곤 없는 이메일 말고, 편지로.





픽션입니다.


세 번째 x의 글은 여기에.

찬 공기와 부딪히는 숨이 어쩐지 후련하게 느껴지는 새벽이 떠오르는 글이에요.





글로 세상을, 또 당신들을 만나는 여성주의자이자 레즈비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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