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친구, 베헨에게.



안녕하세요, 오베르예요. 이전 편지를 얼마 만에 읽으셨을지, 또 이 편지를 언제쯤 읽으실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저는 오랜만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제가 지내고 있는 곳은 지금 무더운 여름날이 한창입니다. 얼음을 넣은 물도 10분이면 모두 녹아 넘칠 정도의 열기랍니다. 지나칠 정도의 무더위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조금이라도 경감시키는 게 요즘의 일거리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 정도의 사소한 일이지만 그래도 사람들 얼굴에서 조금이나마 웃음꽃이 더 피어나는 걸 보면 무척이나 보람찹니다. 속죄의 길을 걷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인사말이 길었군요. 사실 본론은 이쪽이랍니다. 이토록 더운 여름이라지만 장점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이 시기에만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이 있거든요. 아, 아까 말한 웃음꽃이란 표현을 떠올리고 있다면 그건 잠시 지워주세요. 이번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니까요. 다른 세계에서는 본 적이 없는 걸 보면, 이 세계에서만 피는 꽃 같습니다. 푸른 크리스탈 같은 빛을 내는 아이꽃, 마른 채로 피어나 끝까지 부서질 것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로베꽃, 그리고… 빛 바랜 금빛을 닮았으나 무엇보다 찬란한 에이모르꽃. 특히 에이모르꽃을 보면 당신 생각이 납니다. 그래요, 제가 편지를 쓰게 만든 원인이 바로 이 꽃이랍니다. 물론 베헨은 꽃보다도 훨씬 빛나고 아름다운 분이시지만요. 그래도 오랫동안 보지 못한 그리움에 친구를 떠올린 저를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다음에 시간이 맞는다면 부디 얼굴을 보고 대화하고 싶군요.


그리하여 동봉하는 소포에는 에이모르꽃과 그 씨앗을 넣었습니다. 동행인에게 부탁해서 꽃에 시들지 않게 하는 마법을 걸어두었으니 언제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씨앗은… 부디 당신이 사는 곳에서도 이 꽃이 살아서 피어나는 모습을 당신께서도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첨부합니다. 에이모르꽃은 한번 심으면 일 년이 지나야 비로소 싹이 나고 꽃이 핀다고 합니다. 아르카디아의 땅에도 더 많은 꽃이 피어나기를 언제나 바라고 있어요. 그러니 혹시 나중에, 씨앗을 심고 한참 후에 꽃이 피거든 부디 소식을 전해주시겠어요? 당신 마음에 들지도 무척 궁금하네요.


하고 싶은 말은 훨씬 많지만, 그래도 지금 떠오르는 가장 중요한 마음은 모두 적었으니 이만 편지를 마칠까 합니다. 건강하시고, 당신의 삶에 아주 많은 기쁨이 있기를 바라요. 언제나 당신의 행복을 가장 바라는 사람이 여기 있음을 잊지 마시고요. 그래도 혹여 슬픈 일이 닥친다면 말씀하세요. 최대한 빨리, 어떻게 해서라도 베헨이 있는 곳으로 날아갈 테니까요.

평안하시기를.



사랑을 담아, 오베르 A. 에두아르가

 



야, 헬렌.



오베르가 편지 적는다길래 나도 적어 보낸다. 그거 알아? 아니, 모르겠지. 여기는 달빛을 실체화해서 돌 같은 걸로 만들 수 있다? 이걸 다듬어서 목걸이로도 만들고 팔찌로도 만들고 뭐 어쩌구 하는데, 커다란 돌로 만들어서 조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심심해서 조각을 해봤어. 특별히 그렇게 만든 첫 작품을 네게 하사하마. …너 지금 첫 실패작을 자기한테 버리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지?! 아니거든! 아니니까 잘 간직하도록 해. 나중에 잘 있는지 물어볼 거야.


아니, 오베르 쟤는 편지를 뭘 저렇게 길게 적지? 난 할 말 없는데. 잘 지내냐? 잘 지내라. 난 잘 지내니까. 이제 진짜 할 말 없다. 편지 끝.



오베르 보냄.




별도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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