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사내라면 스물을 넘기기 전에 제 짝을 찾기 마련이다. 못 찾으면 억지로라도 갖다 붙여 가정을 꾸리게 하는 것이 부모들의 소망이고. 하지만 도련님은 스무 살을 훌쩍 넘은 스물세 살의 나이가 되도록 어떤 어여쁜 여인이 찾아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어르신께서 제대로 된 자리를 잡아보려 하면 어느새 방을 비우고 사라진 뒤였다.

그토록 인자한 어르신께서 호통까지 치시는데도 소용없었다. 도련님이 얼핏 한량 같은 성인의 삶을 보낸 지 4년이 지난 이제는 거의 포기한듯 싶다. 도련님은 신선마냥 이산저산을 쏘다니고 바람을 벗 삼아 여유에 취해 산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한심하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도련님은 우리 같은 일꾼들에게도 다정하며 어르신을 닮은 인자한 성품을 지녔으니까.


“얘. 너 이거 도련님께 드리고 와라.”

“네가 가면 되잖아.”

“나는 심부름을 다녀와야 해서 몹시 바쁘다.”


향숙이가 실실 웃으며 바구니에 가득 찬 복숭아를 내밀었다. 별일도 없으면서. 심부름을 핑계 삼아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농땡이를 피우려는 속셈이 다 보였다. 나는 괜히 얼굴을 구겨보였다.


“그리고 도련님은 네가 가야 더 좋아하신다구.”

“지금 방에 계시긴 해?”

“너도 모르는 걸 내가 어찌 아니?”


낼름 혀를 내밀곤 살랑살랑 뛰어가는 향숙이의 뒷모습에 그러다 넘어지라는 저주를 걸었다. 괜한 심술이었다. 평소 같으면 알겠다고 대답하며 바로 가져다 드렸을 텐데. 오늘의 나는 빈정이 상해있다.

분명 좀 전에도 간식을 들고 찾아갔었다. 평소보다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내내 방에 틀어박혀 있던 도련님은 진영인데요, 하는 말이 마쳐지기도 전에 간식상이 필요 없다며 문전 박대를 하셨다. 한 번도 나를 물러 보낸 적 없던 도련님이기에 조금 의아했다. 작은 소반에 차곡차곡 차려졌던 떡과 조청은 그대로 주방에 돌아갔다.

이게 웬 떡이냐며 눈을 반짝인 향숙이가 그 많은 떡덩이를 다 집어먹었다. 바로 옆에서 아궁이를 청소하던 향숙이 어머니가 혀를 찼다.


“기지배야 도련님 드릴 걸 네가 먹으면 어쩌냐!”

“어차피 버릴 것을 뭐 하러 아깝게 둬요. 아이구 맛있네.”


두 모녀가 떠들거나 말거나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틈이 날 때마다 도련님의 방을 힐끔힐끔 돌아보았다. 기척이 없었다. 무언가 중요한 일이라도 하고 계신 모양이지. 간식을, 나를 다 물러내시고. 자꾸 신경이 쓰였다. 어차피 간식 중에 팔 할은 내 몫이다. 그래. 내가 먹을 떡이 향숙이의 입에 들어갔으니 기분이 상한 걸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납득이 갔다.


그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간식거리를 드시는 도련님을 걱정하던 이모들이 싱싱한 복숭아를 챙겨주셨다. 싫은 내색을 해놓고도 서둘러 도련님의 방으로 향했다. 꽤 무거워 진땀을 뺐다. 이번에도 물러가라 하시면 어쩌나. 문 앞에 서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도련님! 저...!”

“잠시만 거기 있어.”


나긋한 목소리는 방문 너머가 아닌 왼편에서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나는 마루턱에 바구니를 내려놨다. 슬그머니 다가갔다. 뒤쪽 담장과 도련님 방 사이의 틈에 웅크려 앉아 있는 커다란 등이 보인다. 무얼 하시는 거지?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귀엽다 귀여워.”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배를 깐 채 바닥을 뒹굴고 있다. 도련님은 허허 웃으며 희게 드러난 고양의 털을 만지고 계셨다. 나의 인기척을 느낀 건지 몸을 뒤집어 일으킨 고양이가 이쪽을 빤히 쳐다봤다. 경계하는 눈빛이다. 나 또한 똑같이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나를 마다하고 저런 조그만 짐승이랑 놀고 계셨던 건가.


“무슨 일이야?”

“복숭아를 드리라고 하셔서요.”


나에게도 따뜻하게 웃어 보이신 도련님이 몸을 일으켜 다가왔다. 겁도 없는지 여전히 도망치지 않는 고양이가 도련님의 다리에 제 몸을 비볐다. 한 달음에 내 앞에 선 도련님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당연하게도 내 머리칼을 쓰다듬고 어깨를 감싸 안아야 할 도련님의 손이 허리춤에 딱 붙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어쩐다.”

“네?”

“복숭아는 저기 두고 가.”


묘하게 당황한 표정이다. 나는 한동안 도련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희고 햇살 같은 얼굴을 멀거니 보기만 했다. 정신이 들자 더욱 민망해졌다. 네, 하고 대답하며 물러가기도 전에 도련님이 먼저 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나는 조금 울적해졌다.


“갑자기 왜 저러시지.”

“냐-”

“너는 알아?”


여전히 흙바닥을 뒹굴며 동그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고양이에게 물었다. 너도 참 팔자가 좋구나. 산뜻한 머리칼과 어깨가 허전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 좀 전에 도련님이 했던 것과 똑같이 고양이의 배를 만졌다. 고로롱고로롱 거리는 울음소리가 울렸다.


고양이는 위험한 동물이다. 이 집에 들어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사나운 야생 고양이 한 마리가 주방으로 숨어 들어온 일이 있었다. 워낙 지저분하고 사나워 감당이 되지 않자, 겨우 고양이를 잡아낸 내가 담장 너머로 던져버렸다. 겁에 질려있던 어머니와 이모들이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혹시 모르니 계곡 물에 손을 씻고 오라고 하시기에 후다닥 달려가 아주 깨끗하게 씻었다.

그런데 영물은 영물인지, 자신을 내쫓은 일에 대한 복수를 한 것 같았다. 나만이 밤새도록 열병을 앓았기 때문이다. 목구멍이 막혀 숨을 쉬기 어려웠고 손가락부터 팔뚝까지 울긋불긋한 종기가 올라와 벅벅 긁은 자리에 핏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밤새 나를 간호한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셨다.


“고양이가 많이 화가 났나 보다. 다시는 손대지 말아라.”


얼굴까지 퉁퉁 붓게 만든 열꽃은 이틀이나 지속 되었다. 당연히 방에서 나가지도 못했고 도련님의 시중도 들지 못했다. 그날 후론 산짐승이라면 무엇이든 먼저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아기고양이가 얼마나 위협이 되겠는가. 나는 조심스럽게 흰 배를 만지다가 살짝 꼬리를 잡아 멀찍이 밀어놓았다. 그러자 다시 또 내 쪽으로 다가온다.


“저리가. 너는 도련님이 만져주셨잖아.”

“냐- 냐옹-”

“욕심도 많네.”


이제는 손목에다가 머리를 비빈다.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려 했지만 꾹 참았다. 여전히 못마땅했다. 마음 같아선 목덜미를 잡아 담장 밖으로 내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또 복수를 당해 고생하기는 싫어서 꾹 참았다.

매번 귀찮고 당황스럽다고만 여겼던 도련님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이유로 얼굴이 굳은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자꾸만 유치한 생각이 드는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중 손에서 물기를 털며 돌아온 도련님이 보였다. 어라. 금방 오셨네. 몸을 일으켜 인사를 하려했다. 그러자 무섭게 표정을 굳힌 도련님이 순식간에 달려드셨다. 처음 보는 낯선 표정에 놀란 나는 엉거주춤 허리를 숙인 채 얼어버렸다.


“뭐 하는 거야.”

“고양이를...”

“그냥 가라고 했잖아.”


도련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호통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다. 그토록 아끼시던 걸까. 잠시 손을 댔다고 이렇게 화를 내시다니. 덩달아 놀란 새끼 고양이도 후다닥 담장을 뛰어넘어 사라져버렸다.


“왜 말을 안 들어.”

“죄송해요 도련님...”

“미치겠다.”


이마를 짚고 한 숨을 내쉰 도련님이 내 손목을 잡아챘다. 거센 힘 때문에 더욱 눈물이 났다. 입술을 깨물어 참았지만 이미 툭툭 흘러내리고 있었다. 혼을 좀 냈다고 애처럼 울다니. 이럼 안 되는데. 내 눈물을 보자 더더욱 화가 나셨는지 갑자기 팔을 잡아당기며 어딘가로 향하셨다. 나는 순순히 끌려가면서도 무척 두려워졌다. 그냥 혼을 내시면 될 걸 왜 굳이 뒷산까지 끌고 가시는 거지. 다리가 떨리고 무릎이 꺾였다. 불쌍하게 훌쩍여봤지만 도련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벗어.”

“네...?”

“빨리 벗으라고.”


흉흉한 눈빛에 잔뜩 기가 죽은 나는 꽉 동여맨 앞섶을 손에 쥐었다. 도련님과 처음 만났던 맑은 물가였다. 꾸물거리는 나의 어깨를 잡아당기더니 억지로 끈을 잡아 옷을 벗겨낸 도련님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화가 아주 많이 나신 것이다. 두려움에 떨면서 휑하니 드러난 나의 상체를 내려다 봤다. 이제부터 날카로운 나뭇가지로 매질이라도 하시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눈물이 떨어졌다.


“이거 봐. 벌써 눈이 아프잖아. 어떡할래.”


눈물을 닦으려 손을 올리자 단호하게 손목을 쥐어 저지한 도련님이 나의 뒷덜미를 잡아 눌렀다. 그리곤 차가운 계곡 물에다 내 머리를 갖다 대셨다. 나는 기겁을 하며 몸을 비틀었다.


“도련님, 자, 잘못했어요. 다시는...”

“어허. 힘 빼.”


겁도 없이 도련님의 손길을 뿌리치려 발버둥친 나의 힘 때문에 중심을 잃은 도련님이 넘어지셨다. 덕분이 우리 둘 모두 사이좋게 계곡물에 빠져버렸다. 이제 나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도련님이 나를 예뻐하신다 해도 이 지경으로 말을 듣지 않는다면 봐줄 수가 없을 것이다.


“눈 감아.”

“흑...”


겨우 바닥을 짚고 일어난 내가 얼굴의 물기를 덜어내는 사이 단정한 머리카락까지 물에 푹 젖은 도련님이 단호하게 말하셨다. 눈을 질끈 감고 이어질 타박이나 매질을 기다렸다. 하지만 내 얼굴에 닿아온 것은 늘 그랬듯 다정한 손길뿐이었다.


“얼른 씻어야 돼. 아무리 여린 털이라도 무척 간지러울 거야.”

“......”


제 옷과 몸이 다 젖은 것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지 꼼꼼하게 내 얼굴과 손을 물에 씻어낸 도련님이 걱정스런 눈을 하고 계셨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차게 식은 도련님의 품에 기댔다.

그대로 한참동안 계곡 안에 몸을 담그고 있으라 명한 뒤 마른 천을 들고 돌아온 도련님에게 이끌려 돌아갔다. 나는 계속 훌쩍거렸다. 하지만 손목을 잡은 도련님의 아귀 힘 때문에 눈물을 닦아내지 못했다. 어쩐지 이제는 서러워서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저절로 무언가를 흘려보내는 느낌이었다. 뜨끈한 방바닥에 눕자마자 얼굴과 손이 미친 듯이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전에 사나운 고양이에게 저주를 받았을 때와 똑같았다.


“다 부었네.”

“몸이 이상해요.”

“내 잘못이야. 네가 올 줄 알았다면 거기 두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화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도련님의 다정한 손이 나를 어루만져 주셨다.


“가만히 있어. 의원을 불러올 테니.”


두터운 이불까지 꺼내 덮어준 도련님은 그 자리에서 젖은 옷을 벗어 갈아입으셨다. 덕분에 하얀 등과 허리가 훤히 보였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도 고양이의 저주 때문일까. 나는 감히 보아선 안 된다는 생각에 눈을 감으며 잔뜩 부은 목에 억지로 침을 삼켜 넘겼다.


“도련님.”

“응.”

“가지 않으셔도 돼요. 어머니께 말씀드리면...”


억지로 몸을 일으킨 내 얼굴을 빤히 본 도련님은 문고리를 잡았던 손을 물리신 뒤 내 곁으로 돌아오셨다. 걱정스러우면서도 조금 웃는 얼굴이다.


“고양이는 왜 저한테만 복수를 할까요.”

"진영아.”

“진짜 이상해요.”


눈도 붓기 시작했는지 시야가 흐려졌다. 도련님은 내 뺨을 쓰다듬어주셨다.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도련님의 소매를 잡았다.


“무서워요.”

“금방 나을 거야. 겁먹을 필요 없어.”


결국 의원을 부르러 가지 못한 도련님은 그대로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내 곁을 지켜주셨다. 끙끙 앓는 동안 힘이 빠진 팔과 상체를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시기까지 했다. 부어오른 피부보다 도련님의 손가락이 닿는 자리가 더 간지러웠다.


“저주 같은 게 아니야. 너는 유독 작은 짐승의 털에 약한 것뿐이지.”


도련님의 설명을 들으며 애써 고개를 끄덕인 나는 부끄러움도 모른 채 잠에 빠져들었다. 계곡물에 푹 젖었다가 보송하게 마른 몸이 나른해 금방 잠이 몰려온 탓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달콤한 향과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에 눈을 떴다. 온통 가려웠던 몸이 한결 나아졌다.


“뭐라도 좀 먹어야지.”

“도련님. 저녁거리는...”

“이걸 먹었어. 너도 좀 먹여야겠다.”


도련님의 손에 쥐인 물렁한 복숭아가 보였다. 어느새 방 안으로 들여진 바구니에는 반 이상의 싱싱한 열매가 남아있었다.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목 언저리에서 콩콩 뛰는 소리가 들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래도 열병이 도진 모양이라 아무것도 못 먹겠다고 고개를 저으니 그러면 더 아플 거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련님의 무릎에 뺨을 댄 채 숨을 몰아쉬었다.


“고개도 못 들겠어요.”

“그럼 누운 채로 먹을래?”


누워서 음식을 먹다니. 너무 버릇이 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던 나를 바라보다가 어깨를 눌러 눕힌 도련님이 기쁜 듯이 웃으셨다. 덕분에 쿵 소리와 함께 머리가 떨어져 잠이 깨버렸다.


“아, 해봐.”

“......”

“빨리. 아.”


나는 얌전히 입을 벌렸다. 정말 누워서 먹으라는 걸까? 좀 전에 버릇없이 군것에 대한 새로운 시험은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되었다. 이리저리 시선을 굴리는 것이 들통 났는지 킥킥 웃은 도련님이 복숭아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입이 아닌 도련님의 입으로 들어갔다.


“왜 그걸...”


‘도련님이 드시나요?’


끝까지 물어보진 못했다. 그대로 입술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달콤한 과육으로 가득한 도련님의 입이 벌어진 내 입술을 삼켰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어라 말하려고 혀를 움직이자 입가로 투명한 과즙이 새어나왔다. 도련님은 붉어진 뺨을 쥐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시곤 열심히 복숭아를 물리고 쪼개 내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잠깐씩 스치는 말랑한 혀끝 때문에 정신이 빠질 것 같았다.


“어때. 먹을 수 있지?”

“도련님... 도련...님...”


나는 멍청하게 도련님을 불러댔다. 어린 아이가 잘 씹지 못할 때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기운이 없는 나에게 복숭아를 먹이려고 열심을 다하는 도련님의 은혜에 감사했다. 그런데 너무나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감사하다 못해 감격스러워야 할 일인데도 할 수만 있다면 세게 밀쳐내 도망치고 싶었다. 숨을 몰아쉬다가 잔뜩 뭉그러진 채 입안에 남은 과육을 꿀꺽 삼켜버렸다.


“하나를 다 먹을 수 있을까.”


대답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시 한 번 복숭아를 베어 문 도련님이 또 나의 입안을 휘저어 놓으셨다. 마주 닿는 눈빛이 아찔해 질끈 눈을 감았다. 덩달아 혀를 움직여 받아먹어야 하는지 얌전히 있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도련님의 혀가 입 안으로도 모자라 입술까지 빨아 당기자 쭙쭙 거리는 민망한 소리가 울렸다.


“이제 하나.”

“하, 하아...”

“평소엔 몇 개나 먹어야 배가 불러?”


다 나았으니 걱정 마시라고 말하기 위해 도련님의 어깨를 짚었다. 도련님은 입가에 흘러나온 과육을 닦아주시며 뺨에도 입을 맞췄다.


“그만 좀...”


남은 한 손으로는 자꾸만 간질거려 신경이 쓰이는 아랫도리를 더듬었다. 아무래도 종기가 여기까지 번져버린 모양이다.


“헉...”


다시 한 번 입술을 들이민 도련님 때문에 말문이 막혔다. 말도 안 돼. 이상했다. 분명 바지춤에 무언가를 넣어 가져온 일이 없는데. 아랫도리 중간쯤에 단단한 물건이 만져졌다. 요상하게 딱딱한 것이... 꼭 도련님의 품에 안겼을 때 느꼈던 단단한 몽둥이 같았다. 꿀꺽 침을 삼킬 때마다 달콤한 복숭아와 함께 도련님의 웃음소리가 섞여들었다. 고양이의 저주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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