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위를 버석거리며 돌아온 날이었다. 모래알갱이가 신발 가득 쌓여 걸리적 거렸다. 여행의 마지막 날 조차 다 끝나고 돌아온 그 날. 나는 아직 살아있다. 힐끔거릴 은하수도 없고 찬 도시의 바람 속 내가 피할 곳은 양동이 안 속 이다.


비가 내리는 이 곳의 밤에 나는 살지도 죽지도 않은 송장되어 머릿속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다.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비를 맞으면 소리가 사방으로 튀어 신기하다.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기분은 비슷하다. 남은 캔도 마셔야지.


모든 곳에서, 떠났다가 돌아오고를 반복하던 그날. 끝내 나는 깨닫는다. 특별하기를 포기해도 고통스러운게 삶이라면 나는 무얼 믿고 무얼 바라며 파도에 나를 맡길까. 요즘 사람들 잘 끼지도 않는 이어폰 귀로 가져가며 내가 돌아오지 않길 바란다.

구름과 달과 빛의 향연을 그림자 뒤에서 쓰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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