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내용은 허구, 실제 인물과 다름을 명시합니다. 가상의 인물이며, 모든 내용은 전부 픽션임을 명시합니다. 모든 글은(공지포함) 무단 배포를 금합니다.  

※트리거 및 범죄 등 성향에 따라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재가 있습니다. 국민 외 다른 멤버 나옵니다. 짐총소재 주의 

※14편에 13편 내용을 쓰려니 너무 조잡하네요. 최대한 꾸금부분 제외하고 올립니다. 미자분들께서는 이거 읽구 14편으로 이동해주세요. 


“지금부터 제대로 할 건데,”


시선에 숨통이 조여들었다. 최면에 빠진 것처럼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느릿하게 감겨졌다 떠지는 눈은 아마 취해서 그런 걸꺼다.


“숨이 너무 막혀서, 죽을 것 같으면 말해요. 그때 풀어 줄 테니까.”

“야! 으읍.”


열린 입술 안으로 쏟아지듯 들어온 말캉한 혀가 지민의 혀를 휘감고 강하게 빨아들였다. 채 입을 다물 시간도 없었다. 예고 없이 쏟아진 폭풍우에 속절없이 젖어간다.


“흐읍.”


깜짝 놀라 어깨를 좁히며 지민의 이성이 돌아왔다. 까만 눈동자에 홀려 굳었던 뇌가 되살아나고 반대로 몸은 차디차게 굳었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유일하게 저를 돌보아주는 구원자라고 여겼다.

 가족이랑 이래도 돼?

당연히 안 되는 거였다.

 


snare: 피도 눈물도 없이

정국X지민

W.코이






“정국, 읍, 잠시만 야.”


뒤로 몸을 무르며 지민이 양발을 휘어졌다. 손으로 어깨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정국은 단단한 그 힘을 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꽉 무르는 머리를 움켜쥐고 더욱 집요하게 파고든다. 고개를 암만 비틀어 보아도 그의 손바닥 안.

사방이 바다인 섬에 고립되어 완전하게 갇혀 버렸다.

벌려진 입술 속에서 노니는 혀가 적나라하고 거침없었다. 피하면 다가오고, 도망가면 쫓아온다. 남아있는 알코올의 잔재가 콧속과 입속으로 들어와 몸이 더욱 뜨거워진다. 격렬하게 거부해야 하는데 몸이 늘어져서 오히려 녀석에게 매달리게 될 정도다.

몸에 힘이 풀리고 입속에서 느껴지는 생경한 감각에 지민의 눈동자가 개개풀렸다. 위태롭게 고개만 내밀고 그에게 머리통이 붙잡힌 채로 신음했다. 키스라는 게 뭔지 제대로 본적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러니 충격일 수밖에.

심장이 쿵쿵쿵쿵 뛴다. 터질 것처럼.

지민이 그러쥔 정국의 옷깃을 잡고 늘어졌다. 포갠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흐르는 호흡 역시 거칠어진다. 이러다간 숨이 멎고 말 거다. 잠식당해 죽고 말 거야. 애원하듯 정국의 옷깃을 잡고 흐느꼈다. 죽을 것 같으면 말하랬잖아. 말할 틈도 주지 않고서 어떡하라구. 죽을 것 같아. 지민의 얼굴이, 눈가가 점점 빨개진다.


“하아, 하아,”


약속했듯 숨이 막혀 죽을 때까지 밀어붙이고 나서야 정국은 멀어졌다. 입술이 찐득하게 붙었다가 떨어졌다. 눅진하게 녹아내린 마시멜로우처럼 서로의 붉은 점막에 잔재를 남기며, 미련스럽게.

그것처럼 정국은 성에 차지 않나 보다. 쳐다보는 시선이 거칠게 호흡하는 지민을 알알이 담아낸다. 상기된 볼, 불어터진 입술, 그 잇새로 농밀하게 뱉어지는 숨과 숨에 섞인 알코올 냄새까지.

츕 소리가 날 정도로 짤막하게 한 번 더 입술을 맞댄 정국이, 진한 입맞춤으로 축축해진 지민의 입술을 쓸었다. 엄지에 짓눌려진 입술이 퉁퉁하게 튕겨져 나갔다가 찰싹하고 달라붙는다.


“몰랐어? 내가 너 좋아하는 거.”


형이라는 호칭도 붙이지 않은 채 나직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달뜬 호흡을 정리하지 못하고 지민이 떨리는 눈으로 저를 옭아맨 시선을 마주했다. 당연히 몰랐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다고는 수없이 생각했다. 대가리가 저렇게 컸는데 아직도 저를 졸졸 쫓아다니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여긴 적은 몇 번이고 있었다. 근데 감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가, 사내이면서 빈털터리로 태어난 저에게 그런 감정일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거다.

성인이었으나 지민은 아직 미성숙했고, 사람과의 관계는 특히나 더 서툴렀다. 사회생활이라는 것 자체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으니 감정이라는 것 자체도 배울 새가 없었다. 저를 애정하는 사람은 없고 싫어하는 사람만 넘쳤다. 그런 삶에서 유일하게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그였다.

정말 단순하게 소유욕인 줄 알았다. 그의 방 안에 켜켜히 쌓여있던 인형처럼 그런 단순한 애정인 줄만 알았다. 회장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정국이한테 잘하라고. 정국이가 질리는 날에 내가 버려질 거라고. 그래서 예쁜 인형으로 착실하게 그의 집에 들러붙어 있었던 거였다. 성인이 될 때까지, 졸업할 때까지 참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에 소름이 돋으면서 어쩌면 녀석의 말대로 굳이 장남이 아니어도 될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거다.

계집도 아닌데 나를 좋아한다. 단순히 불쌍해서 잘해준 게 아니라 진짜 나를 좋아해서 어떻게 해보려고 잘해준 거였다. 그럼 장단 맞춰주면 그만이었다. 근데 그랬다가 얘가 싫증 나면 어떡해? 그럼 나 어떻게 되는 거지?

지민이 복잡한 표정으로 그대로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머릿속 가득 복잡하게 얽힌 털실이 꼬였다가 풀리길 반복했다. 인간관계에 서투르다고 했지, 계산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잔에 따르는 것도 잊고 아예 병째로 나발을 불었다. 어떻게 녀석을 봐야 할지 몰라서 술기운이라도 빌려야만 했다. 술이라도 취하지 않으면, 녀석을 보며 차갑게 계산하는 게 들켜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짱구 굴리는 거 다 보여요. 다 티 나니까 적당히 해.”


스산히 들리는 목소리에 생각이 깨어지고 빠르게 술을 들이키던 목젖이 멈춘다. 병을 내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 눈동자만 도르륵 움직였다.

정국이 턱을 괸 채로 내려다보며 느릿하게 웃고 있었다. 하염없이 굴리는 머릿속을 완전히 꿰뚫어 본다. 시선이 섬뜩하다. 천천히 술병을 내리고서 지민이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궁금한 거 많을 거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흘러나오는 음성에 지민이 화답 대신, 정국에게 병을 건네준다. 정국이 망설임 없이 병을 받아들고 그대로 들이켰다. 독한 술을 먹는데 표정의 변화조차 없었다.


“너 언제부터 나 좋아했어?”

“글쎄, 중학교?”


술병을 내리고서 막힘없이 말하는 목소리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사실 정국도 언제부터 그를 좋아하게 됐는지는 아리송한 거다.

지민이 무릎 걸음으로 걸어가 정국의 곁으로 좀 더 가까이 가 앉았다. 허공을 응시하며 시작이 언제인가를 떠올려보던 정국이 눈을 맞추고 내려다본다.

다리 사이로 와 술에 취해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탐욕에 번뜩였다. 정국은 그 눈동자가 싫지 않았다. 이래서 더 좋았다. 가식 없이 솔직하지. 아닌 척 앙큼떨고 고고하게 구는 것들보다야 훨씬 나았다.


“근데 왜 말 안 했어?”

“왜, 말했으면 바로 받아줄 거였어요?”

“아니. 어떻게 그래. 동생인데...”

“그런데 왜?”


지민이 대답을 망설이며 시선을 내렸다. 또, 또, 저 작은 머리통을 굴린다.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얼굴이 귀여웠다. 약아 빠져가지고.


“왜, 더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는데.
하고 후회하는 거예요?”


정곡을 찔렸다는 듯이 지민이 헤실거렸다. 하는 짓이 꼭 술독에 절인 생쥐 같았다. 숨겨야 하는데 숨기질 못한다. 완벽히 알코올에 지배당한 얼굴이 지나치게 야했다.

정국이 턱을 괸 손을 풀어 붉어진 지민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손끝에서 말랑하게 접히고, 만질 때마다 더욱 빨개진다.


“기분 안 나쁘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돼.”

“진짜?”

“응.”

“근데, 너 나중에 나 재미없어지면 나 버리는 거 아니냐?”


풀린 목소리로, 귀가 간지러워 몸을 배배 꼬며 눈썹을 내리고 말하는 목소리가 고양이의 가르릉거림처럼 낮고 퇴폐적이었다. 엄마가 창녀라고 하더니 그걸 그대로 물려받은 몸짓이었다. 정국이 미간을 찌푸렸다. 예쁜 건 좋았지만 천박하게 구는 건 싫었다.

귀를 만지던 손끝을 내려 뒷덜미를 주무른다. 얌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는 그의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그의 솜털을 꼬집으며 흐트러지는 정신을 깨웠다. 이렇게 잠들면 안 된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계속 재밌게 해주면 되지.”

“그럼 내가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질 수 있고?”

“하는 거 봐서?”

“하는 거 봐서?”


묵직한 혓끝이 뭉그러지고 흐트러졌다. 또박또박 선명하게 말하는 것은 정국 하나뿐이었다.


“존나 비싸게 구네 진짜.”


지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정국의 팔을 내쳤다. 휙 하고 살짝 밀었을 뿐인데, 생각보다 쎈 힘이었는지 정국의 팔이 큰 원을 그리며 멀어졌다. 지민이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올리고 째려본다. 빨개진 눈을 마주하고 정국이 웃었다. 기가 찬다는 듯이.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요.”


술로 인해 거짓 없이 욕심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조금의 꾸밈도 없이 날 것을 보여주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뻔뻔했지만 솔직한 모습이 귀여웠다. 정국은 그의 이런 점이 좋았다. 자신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비슷해지려 야망을 드러내는 그를 볼 때마다 그가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비겁하게 교만을 떨어대지 않는 게 좋았다. 가지고 싶은 걸 꾹꾹 억누르며 분노를 참는 모습도 귀여웠다. 악에 받쳐 저에게 악다구니를 써댈 때는 그 악마저도 사랑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그였기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제가 만들어냈다는 걸 알았기에. 미워할 수 없었다.


“앞으로 예쁜 짓 많이 해봐요”


턱을 괴고 내려다보며 정국이 싱긋 웃었다. 지민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하염없이 갈등했다. 마지막 남은 양심과 도덕심이 악에 빠지려는 지민을 겨우겨우 이성으로 인도하는 듯했다. 그중에 저를 향한 사랑 같은 건 단 1%도 없다는 것에 조금 서글펐지만 괜찮았다.

정국은 확신했다.


“어제 내가 말했잖아.”


궁지에 몰려, 더는 잡을 것이 없으면 결국 잡는 것은 제 눈앞에 있는 동아줄일 테니까. 사방이 막혀 결국 기댈 수 있는 곳이 저뿐이라면 결국 그는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정국은 그의 동아줄이 되고 싶었다. 그 동아줄로 동여매 저 아니면 뒤조차 돌아볼 수 없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은아그룹 가지는 거 장남 말고도 방법 있다고.”


그가 좋아하는 것들 전부 눈앞에 선사해주면 언젠가는 필히, 그가 저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 사람이 그렇다. 가지고 싶은 걸 가지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사람이다.

느긋한 시선과 고조 없는 말투에 피가 날 정도로 깨물던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진다. 혼탁하게 알코올로 점철되어 있던 두 눈이 더욱 빛났다.

욕망이 드글드글한 눈동자가 우스워서 정국이 웃었다. 지민의 턱을 잡고 그 시선을 아주 가까이에서 마주했다. 흔들림 없이 고정하고서.


“형은 똑똑해서 이 정도만 말해도 잘 알 거야.”


삼킬 듯이 노려보는 시선에 지민의 얼굴이 빨개졌다. 주먹을 말아쥐고 입술을 말아 넣는다. 정국이 그 얼굴을 도자기 만지듯 소중히 만졌다. 상기된 볼에 스치는 손가락이 차갑다.


“그리고 나는 그런 형이 좋고.”

“........”

“형이 지금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거 그대로예요. 나는 형이 너무 좋아서, 여기서 더 좋아지면 내가 가진 거 전부 다 줄지도 몰라요.”


인생이 너무 구질구질하고 답이 없어서. 천애원을 떠난 이후, 손에 쥔 것은 은아그룹의 외동아들인 이 전정국 밖에 없어서. 인생이 꽃밭이 될 수만 있다면 녀석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오늘 아침까지.

지민이 턱을 옥죈 손끝의 감각을 느끼며 눈동자를 잘게 떨었다. 반병이나 마셨던 술이 지민의 마지막 남은 도덕심마저도 끊어내려 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야? 없는 것도 만들어서 주겠지. 내가.”

“네가 어떻게?”

“왜 못해요. 나 이제 곧 성인인데.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을 거예요.”


기생충처럼 옆에 들러붙어 사는 인생이 여기에서 더 얼마나 인생 역전을 이루어 낼지 모르겠지만. 그래. 내 인생의 동아줄이 날 좋아한다는데. 내가 못할 게 뭐야?


“그렇게 되면 나는 더 대단해질 텐데 그 전에 내가 형한테 질려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쵸.”

“안되지.”


그 어떤 것보다 더 위험하지. 그렇게 되면 이제껏 쌓아왔던 모래성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건데. 완전히 회유에 함락당한 지민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귀엽다는 듯 정국이 볼에 입을 맞췄다. 볼에 닿는 입술이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몸에 열이 올랐다. 완전히 알코올과 그의 목소리에 취해버린 지민의 눈동자가 옅어졌다. 이성도 사고도 모두가 정지되어 그의 손길에 따라 힘없이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에 불과했다.


“그럼 나 꼬셔요.”

“.....”

“내가 형한테 더 미쳐 날뛰게.”


그것이 마치 신호탄인 것처럼 지민의 시선이 정국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가 말하는 예쁜 짓이 본능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너무나 잘 아는 시선이었다.

정국이 정답이라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지퍼를 내렸다. 바닥에 뚫은 무릎이 좀 더 그의 곁으로 가까워진다.

두려움은 잠깐. 양심의 가책은 찰나다. 그래 뭐 어때. 얘랑 피도 안 섞였잖아. 술에 절여져 이성이 마비된 지민은 이내 물욕에 눈이 멀어버린다.

회장님의 말이 맞았다. 엄마는 창녀였고 나는 그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거다.

정국의 것을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이라도 시궁창 같은 삶을 벗어나려면, 좆같은 그 지옥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라면,

그래. 나는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었다.


가족끼리 이래도 되나?

아니, 애초에 우린, 

가족 따위가 아니었다. 


 

 



눈을 떴다.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


“더 자요...”


직각으로 일어났던 몸이 다시 푹신한 침대로 눕혀졌다. 너무나 평온하고 고요한 느낌에 머릿속이 또 복잡해졌다. 꿈인가?

지민이 퉁퉁 부은 눈을 비비고 도르륵 굴러 옆에 누운 정국을 바라보았다. 눈앞이 뿌옇고 머리가 뱅뱅 돌았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도 까마득했다.


“더 자라니까.”


나직하고 숨이 깃든,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어젯밤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다리가 제 몸을 옭아매고 팔이 더욱 강하게 몸통을 끌어안는다. 지민이 이불을 슬쩍 들어 아래를 바라본다.

씨발. 역시 꿈이 아닌 모양이다.


“야 잠깐 떨어져 봐.”


속옷이 바뀌어 있었다. 바꿔입은 기억이 없는데 다른 색으로 바뀌어 있다. 지민은 피가 차가워짐을 느꼈다. 술이 깨니까 정신이 팍 들었다.


“왜요. 좀 더 있어요.”

“너 어제 일 기억 안 나냐?”


지민이 머리를 싸매고 일어났다. 여전히 눈을 꼭 감은 녀석을 팔로 조심히 흔들었다. 우린 대화라는 걸 좀 해야 했다.


“어제 뭐요..”


눈을 비비고 힘겹게 눈을 뜬 정국이 창을 등지고 앉은 지민을 바라보며 묵직한 눈을 깜빡거렸다. 여전히 수면 중인 것 같은 몽롱한 얼굴에 지민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제 말이야. 우리 술 먹었잖아.”

“어. 진짜 많이 먹었지.”


머리 아프네. 푸드득 머리를 털고 마른세수를 하는 모습에 지민은 헷갈린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너 기억 못 해?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왜. 왜 그러는데.”


복잡미묘한 표정의 지민을 올려다보며 정국이 입꼬리를 올렸다. 자못 지민은 심각한데 녀석은 전혀 동요하고 있지 않은 몸짓이다. 지민은 억울해졌다. 입이 아픈 거 같고, 아래가 간지러웠다. 분명히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도 정국의 섬뜩한 시선을. 강하게 제 것을 움켜쥐었던 손을 기억했다. 처음이었다. 몽정조차 제대로 해본 적 없었던 지민에게 가장 날 것의 감정을 선사한 것이 전정국이었다. 저에게 먹을 것을, 쉴 곳을, 안락한 감옥을 선사한 것도 모자라 육욕에도 눈을 뜨게 해준 그였다. 퉁퉁 부운 눈두덩이 아래 회색눈동자가 잘게 떨린다. 음탕한 생각들이 철철 흐르다 못해 손끝에 만질 정도로 선명한 기억이었다. 그런데 너는 기억을 못 한다고? 거짓말. 너 어제 술도 나보다 안 먹었잖아.


“말을 해야 알죠.”


차분하게 올려보는 시선이 상냥했다. 아침 햇살을 머금은 것처럼 부드러운 시선이 어젯밤과는 확실한 대조를 이루었다. 지민은 갈등했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고민한다. 대놓고 말하기 싫다는 몸짓이다. 어떻게 말해. 혹시나 진짜 필름이 끊겼으면 어떡해. 그럼 나만 이상한 사람 되는 거잖아.

지민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숙취로 바짝 마른 입술을 축이고서 정국을 바라본다. 까만 눈알이 지민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시트를 꼭 말아쥔 손을 움켜쥐었다. 한참이나 고민에 빠져 있던 지민이 침대에 다시 누웠다.

지민이 움직이는 대로 까만 눈동자를 데구루루 구르기만 하던 정국이 지민의 행동을 따라 옆으로 눕는다. 지민이 갈등하듯 정국을 바라보다가.


“...예쁜 짓.”


정국의 허리를 잡고 저의 곁으로 좀 더 가까이 이끌었다. 지민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아양이다. 다정하게 미소짓던 정국의 얼굴에 일순간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인다. 그러더니.


“푸하-”


별안간 웃음을 터뜨리며 지민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 거다. 정국의 허리를 끌어안았던 손끝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새끼 지금 이거...


“형 뭐예요.”


어깨에 파묻은 얼굴이 예쁘게 웃으며 이마를 맞댄다. 이 새끼 이거 진짜. 기억 못 해?


“형 지금 애교 부린 거예요? 진짜 귀엽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베고 있던 베개를 집어 그대로 웃는 낯에 집어 던졌다. 푹 얼굴에 꽂힌 베개를 쥐면서 정국은 한참 동안 소리 내 웃었다. 귀까지 빨개진 지민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요. 정국이 손을 뻗어 잡으려 하면 그대로 몸을 멀리한다.


“일어나 집에 가게.”

“형-”


‘몰랐어?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나직하게 저를 꼬아내던 목소리. 수심 깊숙한 곳에서 저를 유혹하던 눈빛과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아이 같이 칭얼대며 지민의 뒤를 졸졸 따라온다.

화장실 문을 쿵 닫고서 지민이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똑똑똑 두드리는 노크를 애써 외면하며 아래를 바라본다.

얼굴이 더욱 빨갛게 닳아 올랐다.

언제부터였는지. 속옷 안에 숨겨진 것이 단단하게 솟아 있었다.


“씨발. 미치겠네.”


금단 사과를 베어 문 것처럼. 성욕에 완전히 눈을 떠버렸다. 안타깝게도 그 모든 걸 가르쳐준 동생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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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꾸금인 부분만 잘랐는데..이거 섹텐이 죄다 있어서. 조금 겁나네, 흠. 그래도 14편 보는데 불편하진 않으실겝니다. 

13편 구매하신 분들은 구매하지 마세요. 클린버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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