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주의✖️

✖️HL[HeteroLove]✖️







" 할 말이 뭔데? "


" 한 대 치려고? "

" 뭐? "


나도 모르게 우민이의 심기를 거슬리게 할 만한 말을 뱉어버렸다. 내가 말하고 내가 놀랐다. 나, 왜 이렇게 변한 거지? 스스로가 치졸하다고 느껴졌다. 여전히 우민이만 보면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어느새 시기와 질투가 죄책감을 가릴 정도로 몸집이 커져버린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치사하고 유치하게 나오는 것 같다. 우민이가 인상을 쓰고 있다. 이렇게 보니 민유랑 많이 닮은 것 같다. 정말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나보다.


" 짜증나 "


나만 들을 수 있게 작게 말했지만 우민이도 들었나보다. 우민이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 민유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거지? "


훅 들어오는 말에 놀라기도 하고 나를 정확하게 꿰뚫어 본 것이라 당황하기도 했다.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자 우민이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잇는다.


" 민유를 보는 감정이 나랑 똑같길래 "


아... 너에게는 보였구나 하지만 정작 민유는 보지 못했어. 아니, 못 본 척한 걸 수도 있어.


" 그래서? "

" 민유를 위해서 약혼한 거지? "


정말 모든 걸 다 아는 듯한 저 말투, 체념한 표정, 그 모든 게 나를 괴롭힌다. 괴롭다.


" 응. "

" 나, 민유랑 헤어질게 "

" 뭐? "


내가 원하던 그림은 이게 아니다. 말도 안 된다.


" 민유의 옆에는 내가 있으면 안 된대 "

" 우민아 "

" 민유의 곁을 지켜줘 "


돌아서는 우민이를 붙잡았다. 우민이는 놀란 듯 잡힌 손목을 내려다보았고 나는 괴로움에 절로 눈물이 나왔다.


" 울고 싶은 건 나야 "

" 미안해... "

" 사과하지 마 "


넌 내 인생에서 최고로 나쁜 사람이니까, 네가 밉고 또 밉지만 그런 너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 모든 상황이 제일 나빠. 그러니까 넌 내 인생에서 제일 나쁜 사람으로 남을 거야. 우민이의 저 말이 나를 밑바닥으로 끌어당긴다. 미칠 것 같다. 죄스럽고 또 죄스럽다. 속이 매스꺼웠다.


" 야! 너희 거기서 뭐해! "


저 멀리 검은 실루엣으로 보이던 사람이 우리 곁으로 가까이 오면서 소리친다.


" 채민유가 쓰러졌어! "


심장이 내려앉고 숨을 쉴 수 없었다.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때, 우민이가 손목을 뿌리치고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이때 깨달았다. 이 모든 게 내 욕심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내가 포기해야 된다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울었다. 소름 돋게 이 타이밍에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비인지 눈물인지도 모를 액체를 그냥 흘려보낸다.


저린 심장을 부여잡고 모든 감정을 토해낸다.

🌈 [업로드]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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