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게 담은 가방에
완성된 지도는 없다
모서리가 구겨질 정도로 들고 다니는 시집과
언제 받았는지 모르는 찢어진 명함
정말로 그리는 건 무엇이냐는
뻔하기만 한 질문에
더는 치지 않는 여분의 기타 줄과
잊은 지 오래인 게임 캐릭터 딱지를 생각했다
한때는 계속할까 했던 헤어진 것들 틈에
계속하고 싶은 건 공책 속 문장들로 대신하고
언제 샀는지 모르는 스카프를 가방에 묶어 장식하기
재료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골라 담은
소소한 야생화와 책 속에서 넘쳐흐른 이야기
맘속으로는 분명히 대답했다
멈추지 않을 이유는 좋아하고 있어서
다만 지도는 고치기를 반복하고
발목은 아파 주저앉는 게 머릿속을 선회하는 게 걸려
정답은 기출문제 변형
언제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통증에 멈추어도 그만두는 건 관두기로 했다
꽃마리 옆으로 피어난 건
시와 지도와 폭풍이 지나간 흔적
스피카 플라리스(세리안 더 로스피엘)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