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요하고 작은 연회장




넓은 공간의 중앙에 존재하는 기다랗고 새하얀 식탁보가 얹힌 식탁. 그 중앙에 놓인 촛대. 일렁이는 다섯 개의 촛불이 방안의 유일한 빛이다. 두 사람, A와 B가 마주보고 앉아있다. 각자 앞에 접시가 놓여있다. B는 제 앞의 접시를 비우고 있고, A는 그런 B를 바라보고 있다. B의 접시는 A와 다르게 깨끗하게 비어 있다.


A: 그거 아세요? 이 세상의 어떤 사람은 작품을 먹고 똥을 쌌다네요.

B: 으, 더러워. 그런 누구나 하는 생리현상을 왜 굳이 지금 말하는 거죠?

A: 이야기를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이런 게 싫으시다면야, 주제를 돌려보도록 할까요. 고기 맛은 어떠신가요?

B: 뭐, 먹을 만은 하네요.

A: 영광이네요.

B: 그쪽이 요리사도 아니면서.


후후, 하고 A는 웃는다. B는 A의 빈 접시를 신경쓰지 않은 채 검은색 물잔으로 손을 뻗는다.


A: 그런 말 들은 적 있지 않나요. 시간을 버리지 말고 생산적인 일을 하라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렇지만 빛나지 않는 결과는 다른 사람이 절대로 봐주지 않아요. 내게는 조금은 찌그려진 하트 모양의 돌맹이로 보일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그저 찌그러지고 쓸모도 없는, 도로에 굴러다니는 아스팔트 덩어리와도 같은 돌덩이로 볼 뿐이죠.


남은 불빛 다섯 개 중 하나가 꺼졌다.


A: 누구나 생산적인 일을 해야죠. 그게 '숨을 쉰다'는 행위를 할 때마다 산소를 먹고,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먹고,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가지려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잖아요? 사람에게 필요한 뭐든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아요.


남은 불빛 네 개 중 하나가 꺼졌다.


B: 아까 전의 그 사람은, 결국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었나요?

A: 물론이죠. 


남은 불빛이 한꺼번에 꺼졌다. 암전. 암칼과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무언가 삼키는 소리. 이내 조용해졌다.

쓰고 싶은 걸 쓰고 있습니다.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