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피어오른 꽃잎이
계절을 따라 스스로 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향을 모두
채 쏟아보기도 전에 지고 말았네.
아. 깊은 골짜기 누구도 찾지 않아
잊혀 때 묻지 않은 꽃잎이
피어오르기 전에 저물었네.
굳게 닫힌 봉우리 속에서도
은은하게 퍼지던 향기는
이제는 누굴 위한 것인지.
야속한 세상은
뒤늦게 활짝 핀 꽃잎을 외면하고
손가락질로 고개 숙인 저 꽃잎은
스스로 질 수도 없어
누군가 자긴을 꺾어주기를 기다리네.
꽃잎이 지는 늦봄의 밤
애석하게도 계절의 밤을
모두 겪은 뒤에야 바람에
힘없이 떨어지네.
아. 자신의 의지도 뜻도 아닌
시린 봄날을 겪은 꽃잎이여
계절이 돌고 돌아 따뜻한 봄이
왔을 때 붉은 꽃잎을 피워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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