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와 토오루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카게야마는 단연 1순위는 아니라 해도, 5순위 안에는 들어간다고 자부한 적이 있었다.


「대왕님 만났다!」


그것도 상당히 긴 시간을.


「들었어? 오이카와 선배 아르헨티나 갔다며.」

「카게야마. 알고 있었어?」


그 생각이 저만의 자만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 있을 때마다 항상 연락이 왔었다. 알 거라고 확신에 찬 문자들이. 분명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설명은 제가 도맡아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 문자들로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카게야마는 이 이질감을 못내 견딜 수 없었다. 이 감정을 외로움이라 하는 걸까.


‘토비오쨩은 바보라서 외로움이 뭔지도 모를 거야, 분명.’


언젠가 저를 무시하는 건지, 탓하는 건지 모를 이야기를 했던 그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언제였더라.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제 옆에, 또는 주변에 있는 것이 당연했을 때였던 건 기억난다. 그를 좇고는 있지만, 사심 없이 이길 생각만을 했던 때.


오이카와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애정’의 감정이냐 되묻는다면 답할 수는 없던 때. 애초에 사랑이 무엇인지 철학적인 감상을 하기에는 배구하기에 바빴고, 깊은 생각을 하기에는 약 올리는 오이카와가 항상 곁에 있어 되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그 물음은 오이카와가 이 나라를 떠나, 지구 반대편으로 가게 되고, 자부하던 것보다 이야기를 꽤 늦게 듣게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묻게 되었다.


사랑은 무엇인가. 카게야마는 이번 기회에 절실히 배웠다. 사랑은 외로움이라고. 그리고 이 감정은 오늘 같은 날 극대화된다.


「딱히 축하는 안 하는데, 생일 잘 보냈냐.」

「쿠니미도 참. 생일 축하해, 카게야마!」


다시 이어질 거론 생각지도 못한 인연들을 시작으로 연락들이 끊이질 않는다. 굳이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축하 인사들은 어느새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답장하기도 했다. 단 한 사람에게 올 연락도 기다려 보며.


“기다리는 연락이라도 있어?”

“예?”

“아까부터 핸드폰만 만지길래.”

“아, 아뇨.”


정곡을 찔렸음에도 아닌 척 캐비닛에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애초에 안부 인사도 주고받지 않는 사이에 생일 인사는 무슨. 


‘오이카와 선배 생일이잖아, 챙겼어?’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 출신인 쿠니미와 킨다이치와는 다르게, 고등학교조차 라이벌이었던 카게야마는 자신이 그의 생일을 챙길 군번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었다. 그날 용기를 내 먼저 축하한다고 연락했으면 축하를 받을 수 있었을까. 돌이킬 수 없는 후회도 한 번 해보며, 알림음이 없는 조용한 캐비닛을 돌아보았다.



*



“생일 축하해, 토비오쨩.”

“… 아. 감사합니다.”

“뭐야, 왜 반응이 늦어?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오이카와 씨 생각이요.”


어우, 진짜. 짜증 난다는 말투로 말하는 것치고는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옆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손을 잡아 보였다. 이제는 한결 익숙해진 스킨십을 보며, 오이카와는 내심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진짜 무슨 생각 했는데?”

“예전에는 왜 축하 인사를 못 했을까에 대한 생각?”

“와, 토비오쨩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쪼잔해!”


토라진 체하며 어깨에 고개를 기대는 탓에 오이카와의 머리칼이 목 주변을 간질거렸다. 간지러워요. 헹, 벌이다! 


“오이카와 씨한테 한 말이 아니라 저한테 한 말이에요. 왜 먼저 연락하지 못했을까 해서.”


먼저 했다면 지금보다도 더 일찍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카게야마는 그 사실이 아쉬웠다. 사랑인지도 모르고, 외로운 채로 몇 년을 떨어져 지낸 세월이.


한 번 놓친 기회를 다시 잡는 일은 영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년에 챙기지 않은 생일을 올해는 챙기는 건 웃기지 않나. 어쭙잖은 태도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그가 대표팀에 만나기 전까지 연락 한 번 주고받지 못했다. 용기 있는 자만이 승리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자신은 완벽한 패배자에 불과하다고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오이카와 토오루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들으면 다른 건 몰라도 저는 아니라고밖에 말하지 못할 때쯤, 그리고 이제는 다른 국적을 가지게 된 그에게 또다시 반하게 되던 날,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 생일이라는 진부한 핑계를 대며 인사를 건넸고,


카게야마 토비오는 오이카와 토오루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존경하지만 얄밉고, 성격 나쁘지만 뒤를 좇고 싶은 선배에서 사랑스러운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외로운 사랑은 드디어 끝이 맺었다.


“그래도 먼저 생일 축하한다고 해줘서 오이카와 씨는 좋았는걸. 뜬금없긴 했지만.”

“제일 만만한 건수였으니까요.”

“연애 한 번 못해본 것 같진 않다니까. 뭐, 못 해준 만큼 해주면 되잖아.”


여유로운 휴일 덕분인지 오이카와의 목소리는 나른했고, 또 기분 좋게 들렸다. 긴 속눈썹을 자랑하듯 내리깔린 그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간지러워~. …칭찬이에요. 오이카와는 고개만 살짝 들어 올려 샐쭉 눈을 찢어 째려보였다. 필히 제 말을 따라 한 건방진 연하 애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곧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칭찬을 누가 눈에다 해. 입에다 해야지. 야릇한 분위기와 함께 짧은 입맞춤이 이어진다. 아쉬워서 다시 한번 더 입을 붙였다 뗐다.


별거 아닌 일임에도 웃음이 삐져나왔다. 행복한 하루다.


오이카와 토오루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하더라도, 그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일 것 같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게 만드는 목소리로,


“생일 축하해.”


오이카와는 또 한 번 사랑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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