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리디북스에서 유료 연재 되고 있는 ‘상수리 나무 아래’ 팬픽션으로 본편과는 일체 상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또한, 그 어떤 사실 고증이 되어 있지 않은 완벽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무단 배포 또는 불펌을 허용하지 않으며 출처를 필히 남겨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썸네일 제작은 ♡사랑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2nd. 귀신공주 ( https://ghostprincess.postype.com/ )



02. HADES : 보이지 않는 자 



리프탄이 벼락으로 산산조각난 나락의 파편을 모아 자그마한 행성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요람과 나락의 경계, 생명과 죽음의 지평선에 태어난 불꽃들이 마침내 새 땅을 얻게 되었다.



시기심으로 우주의 균형을 깨트린 쿠아헬에게 아그네스가 크게 노하여 그를 꾸짖었으나, 영악한 태양신은 제 빛과 따스함으로 인간들을 보살피겠노라 그녀를 꾀며 요람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자애로운 만물의 어머니 아그네스는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빛을 용서하였다. 그리고 세상의 이치 하나 알지 못하는 순수한 피조물을 어여삐 여겨, 그들에게 축복을 내리고자 하였다. 



여신이 잿빛행성으로 다가가 작게 손짓하자 인간의 발 밑에 비옥한 토양과, 머리 위에 바람과, 손 닿는 곳에 맑은 물이 생겨났다. 



그녀는 새카만 눈동자에 별을 가득 담아 응시하는 리프탄을 위로하였다.





“아가, 별들의 무덤이 부서졌구나.”





그러자 리프탄이 슬픈 눈으로 폐허가 된 나락을 돌아보다, 그럼에도 평화로이 공전하는 빛의 요람을 지그시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머니, 저는 어둠이 아니옵니까.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려가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초연한 얼굴의 리프탄은, 인간들의 행성-그 깊숙한 지하세계로 내려가 자취를 감추었다.









불에서 태어난 인간은 총명하여 신의 축복을 용이하게 다루었다. 


그들이 땅을 일구고 열매를 길러 작은 신체를 보전하는 동안에 빛은 하늘 위에서 그들의 삶을 비추었으며, 어둠은 땅 밑에서 그들의 마지막 숨결을 감싸 안았다.


리프탄은 인간을 무척이나 아꼈다. 그 중에서도 그는, 타오르는 불꽃처럼 찬란한 머리칼을 가진 소녀를 가장 사랑하였다.


쿠아헬에 의해 제가 돌보던 나락이 파괴되었을 때, 모든 것이 무용으로 돌아간 그 순간에 - 불꽃에서 태어나 저를 올려다보던 맥시밀리언의 은빛 눈동자는 어둠에게 있어 단 하나의 우주이며 새로운 안식처였다.


리프탄은 이 소녀를 바라볼 때에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다. 

제 어머니조차 빛으로 인해 어둠이 태어난 것을 몰라, 추위 속에 홀로 웅크린 채 요람 아래에서 수억광년의 시간을 견디지 않았던가.


일년에 몇차례 태양이 흐려지는 날이면, 어둠이 지상으로 올라와 그녀를 어루만지고 소녀는 은하수가 흩뿌려진 뺨을 수줍게 붉히며 그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호기심 강한 인간들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을 갈구하였다. 

죽음을 모르는 그들은 삶을 살다말고 자꾸만 지하세계를 찾아 리프탄에게 안식을 달라하였다.




-어둠이시여, 저는 안식을 얻고 싶습니다. 죽음이란 평화롭고 따뜻한 것이 아닙니까? 죽음으로 저희를 쉬게 하시옵고...





그러한 인간들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리프탄은 더이상 지상으로 올라오기를 멈추고, 제 팔을 갈라 그 피가 강물이 되어 흐르도록 하였다.

폭포수처럼 흐르는 시뻘건 강은 저승과 이승을 나누어 그 강을 건너는 이는 누구라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피 흘리는 그를 본 인간 소녀가 작달만한 발로 달려와 상처를 붙잡고 울며불며 눈물을 흘렸다.


어둠이 혼란스레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어찌하여 너는… 나를 위해 울어주는가.”





소녀는 다른 인간들과 같이 말을 잘 하지 못하였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술만 달싹이더니, 그녀는 이내 깊숙이 베인 리프탄의 팔을 다시 내려다보며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나는… 죽음이다.” 





나는 너희를 보살피고, 또 너를 사랑하나

어둠은 빛의 그림자일 뿐이며... 

언젠가는 내 손으로 네 숨을 거두어야만 한다. 


신의 말에도 소녀는 아랑곳 않고 조약돌처럼 흰 손으로 제 얼굴을 문지르며 슬퍼하였다. 


그를 바라보던 어둠은, 제 심장의 조각을 떼어내 납작한 원모양의 표식을 만들어 소녀에게 주었다.


죽음의 피가 묻은 심장을 지닌 자는-죽음의 피로 흐르는 강을 건너고도 살아남을 수 있나니.





“내 심장이 아픔은, 너를 사랑함이라.”





리프탄은 그녀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자신을 보러 올 수 있도록 하여 오랜 시간 사랑을 나누었다.










스틱스강으로 인해 지하세계로 가는 길이 막히자, 인간들은 더더욱 안식을 갈망하며 어둠의 신을 숭배하였다. 

그들은 어둠의 신을  '보이지 않는 자’라 하여 '하데스(HADES)'라 불렀다. 



아그네스조차 수많은 별들 중에 단연 그 행성만을 어루만지자, 요람 위에서 내려다보던 쿠아헬의 마음 속에 미움이 파생되고 욕망과 분노가 들끓어올랐다. 

나는 제깟 놈이 가진 것을 경멸하고, 미치도록 빼앗고 싶다.



참지 못한 쿠아헬이 은하수를 가로질러 행성이 있는 나락의 지평선으로 내려갔다. 





“너희 인간은, 저를 낳은 빛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가.”





빛이 벼락으로 행성을 내리치자, 천지가 뒤흔들리는 굉음이 일고 행성의 지반이 쩍 하고 갈라져 그 틈으로 바닷물이 솟아나 마을 전체가 아비규환으로 뒤집어졌다.





“죽음은 언제나 굶주리고, 짚고선 땅이 부서져 솟아오르고, 살이 찢기는 고통 속에서 찾아올지니.”





인간들은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고 빛에게 용서를 빌었다.






-신이시여, 미천한 종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빛이시여, 부디 저희를 용서하소서.






그리하여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더이상 어둠을 숭배하지 않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아름답고도 냉정한 쿠아헬의 황녹색 눈동자가 흡족한듯 희번득거렸다.


그러나 단 한명의 인간만은 저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온통 시커먼 지하세계에서 유일하게 색채를 발하는 소녀만이.


그러나 제 아무리 태양신이라 할지라도 저승의 일에 간섭할 수는 없었다. 쿠아헬은 때를 기다리며 그녀에게 가는 빛을 모조리 거두었다.









빛을 잃은 맥시밀리언은, 인간의 몸으로 하루하루 약해져갔다. 빛나던 은색 눈망울은 갈수록 총기를 잃어갔으며 붉디붉은 머리카락은 리프탄의 손길이 닿을수록 잿빛으로 바래어갔다.


어둠의 신은 울부짖으며 제 품에 힘없이 축 늘어진 소녀를 쉼없이 어루만지고, 키스하고, 작은 몸을 주물렀다. 그러나 어둠의 기운으로 인해 점점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자 리프탄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 형제를 원망하였다.






“쿠아헬!!!”



“나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야만 만족하는 것인가. 왜 이토록… 이토록 여린 것까지 죽이려 하는가!!!”





그러나 빛은 어둠과 결코 섞일 수 없었다. 

태초의 어머니조차 순리를 어길 수는 없다 말하지 않았던가. 

요람에서 지하세계를 내려다보던 빛의 신은 잔인하게도 조소를 머금었다.





“이 또한 나의 권능인 것을.”





제발 그녀를 살려달라는 리프탄의 절규에, 쿠아헬이 승리감이 깃든 비웃음을 지으며 소녀의 몸에 용암처럼 뜨거운 태양빛을 내리쬐었다.


그 빛은 잔혹하게도 순식간에 그녀의 두 눈을 멀게하고, 온몸이 시뻘겋게 부르트도록 베어내어 여린 살가죽을 불태웠다. 


가냘픈 몸이 까맣게 녹아내려 리프탄의 손가락 사이로 바스스 쏟아져내렸다. 그는 할 말을 잃고 재가 된 맥시밀리언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이 욕망을 품는 것이야말로 죄악이기에.”






쿠아헬이 말했다.



불꽃에서 태어난 소녀는, 다시 불꽃으로 되돌아갔다.




<계속>

상수리나무아래_연성을 쓰고 있습니다. 죽기살기로.

엔딩요정 맥친놈🧚‍♀️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