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을 찍었다. 나무를 캐는 힘에 코비는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나무를 겨우 서른 개 밖에 못 캔 까닭이다. 마을에서 유독 나무를 잘 캐기로 유명한 코비에게 있어서 이 숫자는 수치러운 수준이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흐른 땀을 식히고 코비는 다시 찍던 나무를 찍는다. 아, 나무를 찍고 찍을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르지만 코비는 그 생각들을 무시하고 다시 나무를 찍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라 함은 자신이 혼기가 찬 생각이다. 물론 코비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었다. 고아로 자라 나무 캐는 일 밖에 하지 못한 코비에게 있어서 나무를 캐는 일이라함은 목숨을 부전하는 일과 가깝다. 오늘 이 나무들을 다 캐야 조기라도 한 마리 사서 부모님의 제사상에 올릴 텐데, 고아인 코비는 그렇게 나무를 열심히 캤다. 지게에 여러 나무 부산물이 담길때야, 코비는 진땀을 닦으면서 고개를 들어올리다가 근처에 물소리가 들리는 것에 속으로 환호했다. 땀이라도 씻으려는 의중으로 호수로 다가간다. 호수로 다가가던 코비의 얼굴이 새빨개 진 것도 그즈음이었다.

 

눈물짓는 선녀를 발견했던 것이 그때라는 소리였다. 폭포 소리가 훤한 가운데 귤빛 환한 머리칼을 가진 촉촉이 물기에 젖은 선녀의 황홀한 피부결을 보고 코비는 그 자리에서 아찔하여 쓰러질 뻔했다. 그러나 간신히 없는 이성을 모아 겨우 코피를 참은 코비도 멀거머니 서서 울상을 지으며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아름다운 선녀를 찾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남자의 본능이라는 것이 발하는 것을 멸족한 사대부 가문의 마지막 위엄으로 누르고 코비는 알몸으로 있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괜찮으세요?”

 

선녀는 대답 대신 눈물을 눈가에 달고서 코비를 놀란 눈으로 올려다본다. 하늘의 여인이 내려와 목욕을 하는 것에 수치심을 느낀 것일까. 코비는 연달아 묻는다. 이름이 무엇이세요? 물음에도 하늘의 여자는 말을 저어하는 기세다. 코비는 말을 다시 가다듬으며 그녀를 놀라지 않게 할 말을 모색했다. 괜찮으시면 이 옷이라도 입으실래요. 저고리를 벗어주며 까 말하자 망설이는 기색의 아름다운 여인은 옷을 받아들면서도 망설이는 기색이다. 그녀는 옷을 봉그스름한 가슴을 가리는 것에 썼다. 아무리봐도 아름다운 여인이다. 홀린채 코비는 그녀를 그의 집으로 안내했다.

 

코비의 집으로 온 여인은 여전히 훌쩍대었다. 날개옷이 사라졌다는 말에 코비는 역시 그녀가 하늘의 여자임을 짐작했다. 이렇게 곱고 귀한 여인을 자신의 집에 두어도 되는 것일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여인은 자신을 미캉이라고 소개했다. 먼 나라의 말로 귤이라는 이름에 그는 그마저도 그녀와 같다고 생각했다.머리색이 그녀와 같았기에, 첫날은 미캉은 코비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훌쩍거렸다. 그러나, 제집에 편히 머무시라 말한 다음날 코비는 나무를 베고 돌아와 방안에 한가득히 차려진 밥상을 발견하고 놀랐다. 하늘의 여인은 어지간히 완벽한 여인인 모양이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조기 한 마리 밥상에 나물 반찬 고기반찬까지 다채롭게 차려진 모양새에 코비는 여인에게 물었다. 선녀님께서 하신겁니까? 선녀는 대답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여러 날이 흘렀다. 때는 아니노니 노총각은 아님에도 혼기가 찬 나이의 코비의 시간이 흘렀다. 여러 날을 다녀올때마다 선녀는 다채로운 밥상을 차리고 어디서 났을지 모르는 베짜는 기구를 가지고 베를 짜는 것을 일상시 삼았다. 그때까지도 코비는 미캉이라고 자신의 이름만을 소개한 선녀의 한마디를 듣지 못했으나, 고귀한 여인이니 자신이 받들어 모셔야 함을 알고 그저 자신의 일과인 나무 캐기를 반복했다.

 

옥황상제의 팔백 딸중 하나인 미캉은 어느날 이복녀들의 말에 따라 하늘 아래로 내려왔다가 날개옷을 잃었다. 그 대신 부지런히 자신을 모시는 남자 하나를 만났으니, 그와의 만남에 다른 선녀들이 줄곧 말하는 하계인과의 만남에 대한 꿈을 저도 모르게 현실로 실천하게 되었다. 미캉은 그가 자신을 데려와 집에 모셔놓고 일을 하러 나감에 의문을 품었다. 선녀들 사이간에 말을 듣기로는 하계의 인간 남자는 짐승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 남자는 자신을 집에 데려다 놓고 손끝 하나도 건들지 않고 늘상 일을 하러가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에 미캉은 집의 살림살이를 보살피다 못해 할 짓이 없어 신통력으로 여러 일들을 행하였다. 밥상을 차려놓았더니 그는 밥상 하나를 보고도 행복해마지 않는다. 천계의 남자들은 존재 자체가 우월함이라 여자에게 감사를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밥상하나로 감사한다며 말을 전하는 코비의 존재를 미캉은 이상한 것으로 두었으나 얼마가지않아. 하계의 여자들의 사랑이 제 바깥양반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코비의 다녀온 후의 환한 얼굴이 그 답이 되었다. 그가 이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선녀인 미캉에게 답이 되었다.

 

코비는 훤칠히 생겼다. 그 윗 후손에 누가 있었는지 몰라도 머리카락까지 복사꽃을 닮았다. 나무꾼이기는 하나 그에 마을 처녀들 여럿이 마음 춘풍이 드는 것은 사소한 일이다. 거친 사내와 달리 코비는 그 팔뚝에 솟은 힘줄보다는 성향이 선하고 부드러웠다. 강한 핏줄을 가진 사내의 부드러운 면에 읍내의 아가씨들은 황홀하여 쓰러지기 직전이었으니. 그러나 코비는 그 사실을 몰랐다. 부끄러움에 혼인을 신청하는 여인들 없음이니 매일 하루 하루를 그저 나무를 베는 것에 소비할 따름이었다.

 

미랑 또한 그 부드러움에 흔들릴 따름이었다. 매일 베를 짜고 음식을 차렸는데 그 정성에 항상 코비는 감사하다 말했고 미캉은 선계의 오만한 남자들보다 부드러운 성향에 흔들렸다. 그에 작은 싹이 텄음은 당연한 일이다. 여자는 부드러운 남자에게 흔들리는 법 하늘의 여인인 미캉의 감정 또한 그에따라 가을 춘풍처럼 흔들린다.

 

두 사람 사이에는 남녀간의 정이 쌓였다. 미캉은 한낱 나무꾼에게 반하면 어김없이 노할 자신의 아비인 옥황상제의 화를 알고 있었으나, 남녀간의 정이그러하니 끌리는 것조차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이 늦게 잠들 때까지 오지 않았다가 다음날 이불을 덮고 일어나는 자신의 모습에 그가 이불을 덮어주는 것에 마음 흔들리지 않을 여인이 없으리라 미캉은 지레 짐작하고는 했다.

 

미캉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집안의 이런 저런 일을 행하고 일 끝마치고 돌아오는 그를 기다림이었다. 거기까지 가서는 미캉은 제 아버님의 노함이 있더라도 이 남자를 제 낭군으로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웃는 모습이 한 가닥은 했지만은 하염없이 눈에 콩깍지 낀 그를 사랑하기 이제 시작한다는 마음이었다.

 

한편 코비는 곤란하다. 나무를 열심히 베어 마을에 가서 바치다가 어느 주인마님의 눈에 들어 그 집안에 나무를 계약건으로 베어나르게 생겼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그 집안의 주인마님의 눈에 아무래도 코비가 들었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나무를 베 나르는 코비의 팔뚝을 그 집의 주인마님이 눈 여겨 보다가 이내 그를 조심스럽게 불러 이르기를 너, 내 짝이 되지 않겠느냐, 고을 여인들 낭군 몰래 제 짝을 만드는 줄은 코비는 그때까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진실에 들어가고 나서는 코비는 곤란해졌다. 낭군외 짝이 되는 것은 그로서는 바라지 않았다. 평범한 나무꾼의 인생 제 반려를 만나 그에 충성하면서 토끼같은 자식 한 열만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것이 그의 인생이 목표였다. 이래 저래 전대까지 양반의 집이면 무엇하랴, 코비는 생각했다. 자식을 기르며 광에 쌀독에 쌀이 가득차고 먹을 것 잘 있으면 되었다. 글을 배우기는 하였으나, 그를 활용할 곳도 없다. 이렇게 코비의 계절도 이냥 저냥 지나가려했는데 그 양반집 마님이 이내 재촉을 한다. 그에 코비의 한탄은 미캉에게로향했다. 그녀는 그의 말을듣고 제 낭군으로 정한 이의 말에 다소곳히 이렇게 말했다.

 

“그 분을 제가 만나게 해줘.”

 

그렇게 코비는 양반집 마님과 미캉과의 만남을 주선하게 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양반집 마님은 제가 안주인이 있다고(미캉이 제 부인이라 속임)말했으나 호쾌히 그녀와의 만남의 주선을 받아들였다. 미캉은 곱게 쓰게치마를 쓰고 분을 바르고 입술 연지를 바른채 그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이내 말했다. 이제 괜찮을 것이어요. 그 말대로 코비가 그 집에 들어 갔더니 주인마님은 호령을 내렸다. 네놈은 누구냐! 새로온 놈이냐?! 일을 할 것이면 제대로 할 것이지 어딜 갔다 오는 것이야! 마치 그를 처음 보는 것 같은 발언에 그날 곱게 일을 하고 돌아온 코비는 미캉에게 물었으나, 미캉은 다름아닌 고운 미소만 지으며, 선녀에게 이 정도는 일도 아니라 하였다. 그렇게 나날들이 흘러가고, 선녀를 집에 모시고 일만 하는 코비는 남몰래 이따끔 선녀를 제 아내로 모시는 꿈을 꾸었으나, 이내 하늘의 존귀한 여인을 촌구석 나무꾼의 아낙네가 되게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리 저리 일을 하긴 하지만 역시 장을 보는 것은 속세에 익숙한 코비의 일이었다. 그날도 코비는 나무를 팔고, 가끔 잡은 토끼나 여우가죽을 팔기 위해 나갔는데, 나무는 겨울이 앞달아 빠르게도 동났고, 그는 가죽조차도 빠르게 팔고 자리를 일어섰다. 주머니에 엽전이 가득차 오늘 하루는 운이 좋았다싶다. 오늘은 은비녀라도 한 개 사서 미캉에게 가져다 줄 수 있을까싶다.

 

이미 코비의 안에서 제 반려가 되버린 미캉에게 금이요 은이요 모두 갖다 바치고 싶은 코비였다. 이제 가을이 오니, 못하면 대추와 생강이라도 사서 끓여 마시게 해야겠다. 미캉이 고뿔이 시달리는 것을 원치 않았던 그가 신나서 가는데, 무엇인가가 눈에 띄었다. 이상한 옷이었다. 귀하기 귀하기 그지 없는 비단보다 더 고운 옷감으로 지어진 듯한 옷은 이상하게 눈에 띄었고, 코비는 다가가 그 옷을 좀더 진중히 살펴보았다. 사르르 윤기 흐르는 것이 손을 불러서 저도 모르게 그 옷을 집어들어 살펴본다. 옷에는 이상하게 바느질 자국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그 옷은 실과 바늘로 지어진 옷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음새 부분은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그냥 신기한 옷이라면서 남들의 주의를 끌 뿐인 옷에 코비는 물었다.

 

“이 옷은 얼마입니까?”

“아이구, 그거, 좀 비싼디.”

 

은냥 두 개를 말하는 말에 코비는 그날치 팔았던 값을 전부다 썻다. 그 옷을 접어서 옆구리에 끼고오는 동안에도 코비는 자신이 잘 한것인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옷이 미캉에게 누구보다 어울릴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너무 부드럽고 색이 고와서, 결국 그날 저녁만 간신히 먹을 밥값만 남겼지만 코비는 그 상황에서도 신나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은 저녁이 또 늦어 안절부절치못하는 여인네만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이내 코비의 얼굴을 보고 어둡던 안색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왜 앞에 나와 있어요. 그 말에도 미캉은 그저 수줍게 웃고있다가, 이내 코비가 옆에 끼고 온 것을 내밀자 순식간에 안색이 굳어졌다.

 

“......이거, 어디서 났어?”

 

미캉은 사르르 흘러내리는 부드러운 옷을 가지고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에 코비만이 안절부절 못하면서 쳐다본다 그녀는 어쩐지 분노에 가까운 기색을 내뿜다가, 이내 집 안으로 들어간다. 코비가 지게를 내려놓고 따라들어가니, 방안에 이미 화로에 숯이 뜨겁게 달궈져 방안에 온기가 맴돌았다. 연기가 조금 매캐해 문을 열어놓고 미캉을 쳐다보자니, 그녀가 입술을 꾹 깨물고 있다가, 이내, 손에 들고 있던 옷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진중한 분위기에 코비는 말을 걸 수 가 없었는데, 미캉은 눈을 꼭 감더니, 이내 손에 들고 있던 옷을 화로에 집어던져버렸다. 으아! 코비가 놀라서 옷을 주워들려하자 미캉이 그것을 몸으로 밀어 막으면서 부지깽이로 옷을 사정없이 화로속에 집어넣으면서 옷을 불태웠다. 사흘동안 일한 가격이 날아간 것은 아깝지 않았지만, 그 미캉이 울고있는 것은 이상하고도 마음이 아프다. 코비가 물었다.

 

“미캉씨, 왜 울어요?”

“......”

 

그녀는 매우 슬퍼 보였다. 마치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이를 떠나보내는 침묵의 기운이 그녀를 맴도는 것을 보면서 코비는 차마 더 말을 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슬픈 기색으로 미캉이 이 말은 해야겠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계속 같이 살아요. 그러나 그날, 미캉은 밤을 새면서 울었다. 죄송해요. 어머니, 미캉은 그렇게 울면서 밤을 새우는데 코비또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렇다고 무슨일이냐 한마디 건네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새벽녘에야 잠깐 잠을 이뤘다가 떠보니 순식간에 아침이 되었다. 멍하니 있는데 옆에서 꾀꼬리 같은 소리가 들렸다.

 

“코비 일어났어?”

 

눈을 돌려보니, 나물반찬에 고기반찬, 또 신통력으로 차렸을 것이 분명한 따뜻한 밥상이 놓여있다. 미캉은 이제 기분이 나아졌는지 단아한 자태로 밥상을 차리고 그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다 일어난 코비는 침묻은 제 얼굴이 못났으랴, 슬쩍 한번 닦고서 감사합니다하고 밥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밥을 절반쯤 먹었으려나, 옆에서 같이 찬을 들던 미캉이 말했다.

 

“어젯밤 불태운 것은 도둑맞았던 내 날개옷이야.”

 

코비는 의아한 얼굴이다. 미캉은 이미 답을 정했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날개옷을 불태웠으니 이제 더 이상 천상으로 돌아 갈 수는 없어. 코비는 그 말에 젓가락을 떨어트렸다. 그가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 안 그래도 옷의 생김새가 희한하기는 했는데 선녀옷인줄은 몰랐다. 그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그럼 어떻게 해요...? 그 말에 미캉은 살풋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내 돌아앉는다.

 

“뭐긴 뭐야, 여기서 너랑 백년해로해야지.”

 

코비는 다시 입을 쩍 벌렸다가, 이내, 진짜냐고 물었다. 미캉은 진짜지 거짓이겠냐고 말했고 코비는 그대로 밥숟가락을 내려놓고 그 자리서 미캉을 안아들고 한바퀴 빙 돌았다. 진짜죠? 진짜, 내 색시 해주는 거죠? 미캉은 어지럽다면서 간지러지게 웃었다. 코비가 그녀의 뺨에 자신의 뺨을 부빈다. 오늘로서 부부가 되는 날이다. 장에가서 나무를 내다팔고, 고기랑, 산적을 사와야겠다. 그전에 비단 옷 한 벌이라도 사와야한다. 혼례복을 대신 할 참이었다.



 

원피스의 코비연인드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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