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보: 직접 촬영했습니다. 1. 중간 실습에서 우수 학생으로 선발된 날이었어요. 칠판 앞으로 저를 불러낸 선생님은 그러셨죠. 순간의 현명한 판단이 던전의 모두를 구했고 저는 구원의 여신과도 같았다고. 어딘가 묻혀 있다가 발견된 보석처럼 정말 빛났다고. 후끈 낯이 달아오르는 찬사에 저는 고개나 숙일 수밖에 없었어요. 여신이라니. 아난타족이 말하는 락슈미처럼 자애로운 웃음 따윈 흉내도 내지 못하는데. 보석이라니. 자기 색깔조차 제대로 갖지

“병아리 지점토랑 고무찰흙, 눈알 스티커 얼마예요?” 미술 준비물을 사러 문방구에 왔다. 줄이 조금씩 짧아지더니 벌써 내 차례라니. 눈꼬리에 주름이 잡히도록 웃는 주인아저씨의 시선을 피했다. 아저씨는 벌써부터 나를 놀릴 생각으로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누구 마음대로. 오늘은 나도 완벽한 계획이 있었다. 일단 침착하게 계산대에 가져온 물건들을 올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휴대폰에 적어온 글을 또박또박 읽었다. 떨리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지만 아직은

(마이너만 파다가 메이저에서 드림 관련으로 조회수가 뛰니 괜히 불안하네요. 드림이 불편하신 분은 뒤로 가기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마음이 아니라 감초 대사라든지 스토리를 보면, 개인적으로 단순한 라이벌 의식을 넘어 자존감이 낮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ㅠ 자존감 지킴이 하나 붙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떠올린 드림주였어요) 이미지 정보: 얀니무님(@CKD_Yarn) 선물 디자인도 도와주시고 그림까지 예쁘게 그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번

이미지 정보: Photo by zhengtao tang / Unsplash 오르막길 하나 걷기조차 버거운 오늘이에요. 늦은 저녁을 차려먹기도 벅차지만 괜한 걱정은 끼치고 싶지 않아요. 양손에 들린 슈퍼마켓 봉투가 부스럭대며 손가락을 죄어 오네요. 노을이 유독 무거운 해질녘을 등에 업고서 걸어가요. 사람의 발걸음은 어딘가로 닿기 위한 과정이래요. 저도 그런가 봐요. 최근 사랑하기 시작한 쪽빛의 밤으로 차츰 다가서고 있거든요. 오늘 하루는 상냥했나

아직 넘쳐흐르는 이 마음을 이도저도 못하고 있어요 아직 오갈 데 없는 이 마음을 접어두기에는 너무나 커요 털어내 버린다든지 닦아서 지운다든지 쓸어 모아서 버릴 수 있다면 좋았을까요 부풀어 가기만 하고 담아두기도 벅차는 전하지 못할 바람에 오늘도 미소 짓네요 겨울처럼 차가웠던 마음을 눈보라 속에 감추었던 미소를 소중히 담아서 보랏빛 하늘에 눈물에 젖은 소망이 뻗어가 그 마음에 닿는다면 좋을 텐데

이미지1~2 : 고누님(@GONU_0627) 커미션, 리퀘스트 이미지3 : 밀하님(@chiem_oooo) 커미션 이미지4~5 : 별빛우산님(@Starlight_Rainb) 커미션, 리퀘스트 이미지6 : 학과 동기분 Gyu 리퀘스트 예쁜 그림 그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눈꽃은 태양 앞에서 녹아버리는 법이지요. 쉬이 따스해지지 않지만 간신히 부끄러운 온기를 지녀도 여린 약동에 녹아 사라지는 운명. 가엾게 여겨주신다면 그걸로 감사하겠습니다.

방학에 가족이랑 여행을 갔었어. 강원도에서는 별들이 듬성듬성 박힌 밤하늘도 보고 마지막으로 갔던 경포대에선 바다가 바로 보이는 호텔에 묵었어. 베란다에 앉아 밤새도록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검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상상을 했지. 산책하는 사람 하나 없던 시각에 맛본 고요함은 뭔가 특별했어. 바닷가와 새벽을 독점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일출을 기다리며 아무 단어나 끄적이는데 휴대폰 액정이 빛났어. 불면증에 고생하던 네가 보낸 메시지였지. 싱숭생숭해서

"재면접도 같이 지원하고. 둘이 친해요?" 우리가 처음으로 얘기했던 순간이 떠올라. 고등학교 신입생 시절이었어. 우리는 도서부 면접을 두 번이나 봤고 사이좋게 함께 떨어졌지. 첫 번째 면접 때까지만 했어도 너하고는 얼굴만 아는 사이였어. 그런데 재면접을 보면서 우리더러 친한 사이냐고 묻는 질문에 둘의 대답은 갈렸지. 넌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했지만 나는 단번에 아니라고 말했어. 질문을 던졌던 도서부원 선배님은 물론이고 우리 둘 다 당황한 기색을

사람의 숨결이 묻은 곳에는 위선과 가식도 덕지덕지 붙어 있어. 이미 그런 게 호흡하는 것만큼 당연한 세상이야. 어떤 수업시간에는 그런 말도 나왔지. 거짓말을 긍정하고 포장과 꾸미기가 예의인 세상이라고. 꾸며진 윤리가 원조 행세를 하면서 진짜 윤리를 죽였다고 생각해. 그들의 장례식에서 조문객은 전부 하나같이 위선을 두르고 있어. 그렇게 죽은 윤리의 빈자리를 위선으로 대신하려 들지. 활력의 장송곡이 폐허에 흐를 무렵, 어느 취객이 우는 듯한 웃음소

배상태는 좀 어때? 과민성 대장 증후군 그거 말이야. 차라리 죽을 만큼 아프다면 모를까. 저주 받은 화장실 귀신처럼 화장실만 찾게 하는 그거. 신경성이라 사실상 약도 없고. 학교생활이나 수험생활이나 어느 쪽이 더하다 할 수도 없이 고생스러울 것 같아 걱정이야. 달라진 게 있다면 현역 학생에서 한 살 더 먹은 재수생이 되었다는 것 정도. "또 화장실이야? 나중에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수업 도중에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조심스레 일어나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