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과 장마
주방에 난 쪽창을 보았다. 작은 유리 너머로 빗방울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다. 고개를 내려 아래를 보았다. 꼭 그것과 같은 방울들이 톡톡 튀고 있다. 샛노란 기름이 끓어오르면서 뻐끔거리는 광경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홀에선 요란한 탄식과 프리킥에 실패한 키커를 욕하는 목소리가 터진다. 후드에 달린 타이머에서는 삐삐삐, 하고 알람이 비명을 질렀고 주방 바깥에서는 전화기가 일제히 울렸다. 덜컥. 네, 태양맨션 101동 304호요? 아, 좀 전에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