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


실내에 들어선 기영이 나직한 탄식을 터뜨렸다. 뜻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 탓이다.

기영의 시선은 거실 한쪽, 창가와 마주보이는 쪽에 붙박인 채다. 다정은 느른한 표정으로 그 눈길을 좇았다.

환한 오후 볕이 늘어진 곳엔 새하얀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몸체에 흐르는 매끈한 광택. 푹신해 보이는 의자.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최상품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피아노가.

살짝 벌어진 기영의 입은 한동안 다물릴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것은, 다정의 인내심을 바닥나게 하기에 충분했고 말이다.


“어때요?”


결국 다정은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좀 모양 빠지는 것 같긴 한데, 답답한 것보다야 나으니까……. 다정은 그렇게 합리화를 했다.

다정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이 든 듯, 기영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아, 죄송, 죄송해요.”


다정의 표정이 미미하게 틀어졌다.


“저거 어떠냐구.”

“……사신 거예요? 이번에?”

“그럼 빌렸겠어요?”


다정은 턱을 치켜든 채 거들먹대며 되물었다. 기영의 얼굴에 난처한 웃음이 스쳤다.


“그러게요. 죄송해요.”


이번에 다정은 노골적으로 표정을 굳혔다.


“자꾸 사과하지 말랬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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