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백일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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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있을 때 편안한 사람, 언제 만나든 간에 너무 재미있어서 입꼬리가 내려가지를 않게 만드는 사람, 혹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사람. 이 모든 것을 다 만족시키는 사람이 있기는 할 지 모르겠다. 평생 사랑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저 조건을 전부 충족시키면서 키도 커야 하고, 얼굴도 뒤쳐지지는 말아야 한다. 물론 내 얼굴 취향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좀 각별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세상을 뒤흔들만한 미인만 원한다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미인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내 눈에는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워보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나는 내 모든 것을 내어주고서라도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을 안식처로 삼지 말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내가 그런 사람의 안식처가 되어 줄 수 있다면 무슨 상관이겠는가.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나는 너무 어렸고, 혹은 너무 꽉 막혀있었다. 뭔가를 제대로 깊게 고민해보기에는 아직까진 짧은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인정한다. 

 학교에 가면서 내 옆자리에 앉은 아이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착하지만 짜증을 많이 내고, 재미는 있지만 쉽게 토라져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게 느껴진다는 것은 내가 이 친구를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선생님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선생님은 완벽하게 보인다. 하지만 완벽하기 때문에 아니다. 나는 선생님을 좋아하지만, 선생님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존경스럽고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고 싶지는 않다. 좋아하지도 않고. 

 내 앞자리, 내 뒷자리, 우리 반 친구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모두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지만 아니다. 아닌 건 아닌 거다. 내가 목숨바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다. 모르겠다. 이런 사람이 나타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은 일찌감치 그만 두고 친구들이랑 노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생각은 나를 책상에, 혹은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있게 하니까 말이다. 

눈을 감고 세상을 보다. 무지한 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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