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 노래를 듣다가 끄적이기...

오늘도 그냥 술이나 마셔야겠다는 생각으로 온 뒤풀이에서 범규형이랑 마주쳤다. 아. 이게 몇 번째야... 쓰디쓴 술이 참 달다. 범규형을 슬쩍 보니 형은 괜찮아 보였다. 나는 아직도 헤어진 게 실감 안 나는데. 일부러 자리를 옮겨 범규형이 있는 식탁으로 갔다. 

"형."

"...."

"자기야."

"...."

"야, 최범규."

"누가 반말하래."

"그러게 누가 대답 안 하래?"

술잔에 술을 가득 채워 다시 마셨다. 아,달다. 그렇다, 우리는 헤어진 연인이다. 그렇게 뜨거웠다가 식어버린 그저 그런 평범한 연인 사이였다. 내가 술을 이렇게 마시면 항상 옆에서 제지해주던 내 연인이 나한테 아무렇지 않게 술을 따라주고 있다. 난 또 그 따라 주는 술을 넙죽 받아 마시고 있다. 범규형한테 자기야라고 부르던게 최근이었는데, 이제는 이름조차 부르는 것도 사실은 눈치가 보였다. 뭐, 상관 없겠지. 우리 이제 남이잖아. 연겨푸 술을 들이마시니 세상이 물렁물렁 해졌다. 답답해져서 밖으로 나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푸하...."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마신 건 오랜만이다. 이게 다 최범규때문이야. 비틀거리는 나를 누가 잡아준다.

"뭐야?"

"가자."

갑자기 나한테 와 나를 부축해주는 최범규. 복잡하다 이게 참. 연인이라면 기대다 못해 안겼을텐데 연인이 아니니 자세가 어정쩡해진다. 하지만 취기때문인지 나는 그냥 최범규에 나를 맡겼다. 갑자기 내가 힘을 빼서놀랐는지 멈칫하는게 느껴졌지만 어쩌라고. 너가 먼저 나 부축했잖아, 최범규. 이상한 사람. 헤어졌는데 자꾸 마주쳐. 마주쳐도 안 피해. 아무 일도 없었던 사이였던 것 처럼 행동해. 헷갈려... 난 최범규에게서 몸을 떼 비틀거리는 몸을 다잡고 최범규를 꼭 안았다. 

"너...!"

"가만히 있어봐요."

쿵쿵쿵

역시 뛰고 있잖아. 사귀었을 때도 나와 범규형은 서로를 안는 스킨십으로 가장 좋아했는데 서로의 심장박동이 제일 잘 들려서였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 헤어졌는데, 왜 이렇게 뛰어? 나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

"아직도 내가 좋아?"


귤탱이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