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라고 다 같은 옛날이 아니고 60년대 70년대 80년대가 다르듯이, 옛날 커피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닙니다. 피피커피는 옛날 커피 중에서도 좀 더 옛날 커피를 내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숯불로 로스팅을 하고, 융드립으로 30g에서 50g에 이르는 대량의 원두를 사용합니다. 제 생각에는 좀 더 보편적으로 알려진 옛날 (일본식) 커피라고 하면 원두를 많이 쓴다고 해도 최대 35g 정도를 사용하지 않나 싶구요.(아시겠지만 요즘은 커피 한 잔에 원두 20g 내외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죠.)

진한맛(40g) Hot을 마셔보니 깔끔하면서 두툼한 바디감이 돋보이는데, 상대적으로 맛과 향은 좀 약하고 단조롭네요. 비슷한 레시피와 맛을 내는 곳으로 안국역의 ‘이태리 탁’이 생각나는데, 개인적으로 이태리 탁의 맛이 좀 더 마음에 듭니다.

괸상용 골동품인가 싶지만, 매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그라인더

융드립을 마시면 커피와 함께 직접 만든 빈투바 초콜릿을 조금 주시는데, 이 초콜릿도 맛이 괜찮긴 한데 조금 지나치게 단 것 같구요. 저 단 거 좋아하고 잘 먹는데, 전체적인 밸런스에 비해 단맛이 조금 과한 느낌이에요.

그런데 피크 그라인더에 머신은 슬레이어를 쓰시길래 에스프레소는 어떠려나 싶어 주문해 보니, 이건 커피가 거의 사발로 나오는데, 유감스럽게도 맛은 그냥 밍밍하네요. 슬레이어로 많은 곳에서 밍밍한 커피를 만들던 시절의 맛이 생각나는데, 그 맛의 옛날 커피 버전이랄까요. 융드립의 맛이 좋음 정도라면, 에스프레소는 별로네요.

개인적으로 재방문할 이유는 찾지 못했지만, 요즈음의 힙하고 모던한 인테리어와 친밀한 서비스로 무장한 매장들과 맛을 비교한다면, 대개의 경우는 피피의 (융드립) 맛에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Taste & Expa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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