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 그 남자는 유능한 광대이자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였다. 그는 절대 인정하는 법이 없었지만 꽤 먼 곳에서도 행사를 할 때면 그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해 올 정도였다. 마을 사람이라면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그를 사랑했다. 그는 모두에게 친절했고 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기분 좋은 웃음을 건넸다. 그래서였을까. 일가족 살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진 날 마을 전체가 마비되었던 건. 범행 현장은 문자로만 보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처참했다. 시체의 훼손 정도나 방식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남자가 그동안 쌓아 올린 명성과 업적은 경찰의 공식 발표와 함께 무너졌다. 고개를 깊게 숙인 채 연행되어 가는 그의 모습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고, 길가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남자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말들이 거리를 채웠다.


 나는 그 남자의 발치도 따라잡지 못하는 무명의 광대였다. 그랬던 내가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남자의 체포 이후였다. 그의 조수로서 지난 몇 년간 일을 해 왔고,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정확히 꿰고 있었으니 경찰 측에서는 나보다 나은 증인을 찾기 힘들었던 것이다. 처음엔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곧 세상에서 제일가는 이야기꾼이라도 된 마냥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그가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던 동물 모양 풍선은 희생자를 꾀기 위한 미끼가 되었고, 그가 주로 사용했던 저글링용 핀은 명백한 범행 도구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의 다정함은 그저 범죄를 숨기기 위해 꾸며진 일면이었고, 그의 미소에는 한 점의 진실조차 남지 않았다. 남자는 성별도 나이도 상관 없었는지 발길이 닿는 족족 누군가를 겁탈했고, 폭력을 휘둘렀고, 끝에 가서는 결국 잔혹하게 죽여 버렸다.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은 취조실과 흐릿한 조명. 초라하기 짝이 없는 공간일지라도 내게는 수천 관객을 동원한 무대와 같았다.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전율이 온몸을 내달렸다. ……. (후략)



[관련 기록]

· 이름: Daniel C. Lexington

· 나이: 36세

· 특징: 망상 장애, 과도한 폭력성, 이중자아

· 주의 사항: 

그의 이야기에 의문을 품지 않을 것.

자신이 일기장에 적은 내용을 통해 소통하길 원하는 편.

고개를 끄덕이거나 간간이 미소를 지어 주는 등 그의 기록을 제대로 읽고 있음을 나타낼 것.

질문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음.

· 사형 집행 예정일 : 2022년 0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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