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 DNA

프롬님 :)

호구 크러쉬

01




어릴 때부터 호여주는 별명이 무진장 많았다. 호랑이, 호떡, 호크아이.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호로요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더랬다. 여주는 어떤 걸로 불리든 아무렴 상관없었다. 딱딱한 이름 석 자를 부르는 것보다야 그게 더 애정 넘치게 들렸다. 그런 여주가 싫어하는 별명은 딱 하나였다.

호구. 불과 이틀 전에 헤어진 전남친이 여주를 부르던 별명이었다. 자꾸 호구라고 불리니 진짜 호구가 된 것만 같고. 그리고 그 개새끼는 진짜 여주를 호구처럼 다뤘다. 여주가 착해서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니까 진짜 자기가 뭐라도 된 것처럼 여주를 굴려댔다. 여주는 그놈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헌신했고,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호구야, 수업 가냐?"

"네에."



저를 부르는 말에 화라도 내려고 고개를 홱 돌렸더니 선배다. 그것도 전남친과 제일 친한. 전남친과 그리 오래 사귄 것도 아니었는데 벌써 과에서 별명은 이미 호구라고 땅땅, 확정이 났다. 헤어졌는데 아직도 사귀면서 굴려지는 듯한 느낌은 아주아주 거지 같았다.

단짝 채아와 함께 강의실에 자리 잡은 여주는 멍한 표정으로 가방을 들여다봤다. 뭐해? 채아가 아이패드를 꺼내며 물었다. 오늘 수업에 필요한 프린트를 뽑아오지 않은 거였다. 바보 호여주. 여주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채아가 같이 보자며 아이패드를 여주 쪽으로 밀어주었다. 여주의 눈에 금방 부러움이 가득 찼다. 나는 매일 수업 전에 복사실 가서 프린트 뽑아오는데, 복사 카드 충전도 해야 하고. 채아는 신세대답게 웹하드에서 PDF를 다운 받아 아이패드로 필기했다.

사실 여주도 아이패드를 사려면 살 수 있었다. 대학에 들어와 알바해서 번 돈은 아이패드를 살 만큼 충분했다. 그러나 그 돈은 모조리 전남친의 생일선물을 사는 데에 빠져나갔다. 수업 필기도 제대로 안 하는 새끼가 아이패드를 갖고 싶다고 해서. 호구라고 불려도 할 말 없는 저의 화려한 과거가 생각난 여주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여주, 오늘 알바 가?"

"으응. 대타."

"또? 거기 대타는 왜 맨날 네가 해."



호구라서 그런가 보지 (쒸익).








여주가 금토일 알바를 하는 카페는 학교에서 이십 분 넘게 버스를 타고 내려 십 분을 또 걸어야 했다. 그래도 집이랑 많이 멀지 않아서 선택한 곳이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알바를 시작한 여주는 반년 넘게 카페에 몸을 혹사했다. 일이 빡세 알바생이 자주 바뀐 탓에 매니저를 제외하고 최고참이었다.

여주와 함께 일하는 주말 알바가 고된 일을 버티지 못하고 말도 없이 튀어버렸다. 그 덕에 매니저가 평일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풀로 일했고, 결국 뻗어버린 매니저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여주에게 대타를 부탁했다. 채아에게는 장난스럽게 호구여서 그런 거라 말했지만 실상은 이랬다.

대로변에 위치한 카페로 가는 길은 인싸들이 많이 출몰하는 곳이었다. 외관부터 화려한 레스토랑부터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가게까지 없는 게 없었다. 핫한 거리를 걸어가며 아이쇼핑을 하는 게 여주의 소소한 취미 거리였다. 물욕이 별로 없었던 터라 한 번도 구매한 적은 없었지만.



"노회장님이 미성년자 성매매 근절 운동 같은 거 하시지 않나? 나랑 사귀면 그거 완전 모순인 거 알죠? 요즘은 뭐라고 하더라? 키워서 잡아먹는다고 하나? 뭐, 사회면에 얼굴 크게 박고 싶으면 나랑 찐하게 연애 한번 해도 되고요."



엄마야, 저게 뭐람. 거리 한복판에서 펼쳐진 낯 뜨거운 상황에 여주가 토끼 눈을 뜨고 멈춰 섰다. 한눈에 봐도 핫한 여자가 남학생의 교복 재킷을 움켜쥐고 있었다. 시선을 확 잡아끄는 상황에 주변으로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이기 시작했다. 여주도 사람들 틈에 끼었다.



"이 새끼 진짜 미친 새끼 아냐?"

"대한민국 고3이 미치지 않고 어떻게 버텨요. 이 험한 세상을."

"이 개 또라이 새끼. 넌 내가 가만 안 둬, 진짜. 아, 쪽팔리게 진짜."



고등학생 상대로 뭐 하려고 했나 봐. 여주 옆에 선 아줌마가 수군거렸다. 핫한 여자는 클러치로 제 얼굴을 가리고는 대로변에 주차된 새빨간 스포츠카에 올라타 순식간에 거리를 빠져나갔다. 살다 살다 별 상황을 다 보는구먼. 여주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남고생을 쳐다봤다. 남고생은 집중된 사람들의 이목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구겨진 재킷을 털어냈다.




"세상엔 진짜 무서운 사람 많아요, 그쵸? 공부하기도 바쁜데~"



남학생의 말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순딩하게 생겨서 하는 짓은 똑 부러지고 개 멋있다. 여주도 사람들을 따라 열렬히 박수를 치며 생각했다.








매니저가 대타를 해줘서 고맙다며 기프티콘을 보내왔다. 그거 하나에 기분이 좋아진 여주는 평소보다 삼십 분이나 일찍 카페에 나섰다. 왜 이렇게 일찍 왔냐며 싱글벙글하는 오전 알바와 교대를 한 여주는 진열대에 케이크를 정성스레 올려놓았다. 금요일은 케이크가 많이 나가는 날이었다.




>연스커피 매니저님

: 여주야

: 이따가 저녁에 내가 갈 거긴 한데

: 새로 뽑은 주말 알바생

: 교육받으러 올 거야~



헉스 드뎌...

몇 시에 와요?


>연스커피 매니저님

: 여섯 시쯤




주말 알바면 여주와 같이 일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신입 교육은 매니저가 도맡아서 했지만 여주는 어쩐지 격한 관심을 주고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차피 여주의 퇴근은 아홉 시였다.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설거지까지 마친 여주가 겨우 숨을 돌렸다. 시간을 확인하니 여섯 시였다. 헉, 신입이 올 시간이었다. 여주는 커피 머신에 반사된 제 얼굴을 스윽 확인하고는 허리를 꼿꼿이 폈다. 바로 그때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용~"



손님인지 신입인지 몰라 일단 해맑게 인사를 건넨 여주 앞에 낯익은 얼굴이 섰다.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더라. 여주가 기억을 더듬으며 인상을 썼다. 맞은편에 선 남자는 저를 보며 찡그리는 여주를 보며 따라 표정을 구겼다.



"어!"

"..."

"그때 그 고딩!"




"...?"



맞아, 맞아. 그때 그 고딩 맞잖아. 여주가 반가움과 놀라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그때는 교복이었는데 지금은 사복이라 못 알아봤다. 게다가 사복을 입으니 이미지가 완전 달라져서 다른 사람 같았다. 여주는 레스토랑 앞에서 봤던 상황을 설명하며 고딩을 치켜세우기 바빴다. 오바가 섞인 여주의 말만 들으면 십칠 대 일로 싸운 무용담이 따로 없었다.



"엄청 멋있었구 짱이었어. 너는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이 팍 들었지. 경찰이나 그런 거 하면 완전 잘 하겠다."

"..."

"근데 혹시 다른 사람, 인가요. 제가 사람을 잘못 봤나요. 아니, 근데 얼굴 개 똑같은데."

"..."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그게 너무 반가워가지고 말이에요. 제가 원래 호구라는 소리를 잘 듣고 살아가지고 먼치킨 같은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웹툰도 먼치킨만 봐요. 어쨌든 죄송합니다. 주문하시겠어요?"

*먼치킨: 말도 안 되게 강한 캐릭터.



핫한 언니를 내쫓을 때 순딩하면서도 당당하던 고딩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표정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도플갱어인가. 어쨌든 눈빛으로 태워 죽일 것 같아 여주의 재잘댐도 점점 멎어 들어갔다. 고딩, 아니, 남자는 여주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상황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문 안 하실 거면 창피하니까 이만 가셔도 좋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대던 여주는 실시간으로 유해지는 남자의 표정을 목격했다. 잔뜩 구겨져 있던 얼굴이 점차 펴지더니, 그때 여주가 봤던 그 순딩한 표정이 나타났다.



"민망해서 표정 관리가 잘 안됐네요."

"그, 그, 그치! 그때 그거 너 맞지! 세상에, 너무 반갑다, 야!"

"네."

"그런데 진짜 여긴 왜 온 거야?"

"아. 저 오늘부터 여기서 일해요.





누나."








민기수는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업, 연화 그룹 회장이었다. 그의 이름이 곧 브랜드였으며, 대한민국에 그가 뻗지 않은 분야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민기수의 아들 중훈이 사업을 이어 받아 더욱 확장했으며, 중훈과 유명 디자이너의 결혼은 비공개로 치른 식장 주변 일대가 마비될 정도로 세기의 관심을 받았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게 윤기였다.

윤기는 어머니 배 속에서 태어나 처음 응애 하며 울 때부터 돈이 많았다. (당연히) 기억도 못 하겠지만 갓난아기였던 윤기를 감싼 이불조차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기용품 브랜드에서 특별히 선물한 것이었다. 하루 이용금액이 몇천만 원은 가볍게 드는 산후조리원에서도 가장 유명한 아기였으며, 아버지와 처음 나들이를 나온 날에는 대한민국 포털 사이트 곳곳에 기사도 떴다.

어렸을 때부터 유복하다 못해 입이 떡 벌어지는 환경에서 자란 윤기는 부족한 게 없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졌으며 필요한 것은 요구만 하면 오래 지나지 않아 제 앞에 놓였다. 기업을 이어받을 적자였으니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경영 수업을 빡세게 받았다. 여느 남자아이들과 다름없이 풀밭을 뛰어놀고 싶었던 윤기가 반항을 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 즈음이었다.

어렵게 잡아놓은 수업은 땡땡이치기 일쑤였고, 장난을 심하게 쳐서 홈스쿨링 교사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집안의 빽이 무서워 마음 놓고 윤기를 혼내지 못하는 탓에 기고만장해져 버릇은 날로 나빠졌다. 결국 부모가 선택한 건 사회성과 참을성을 기를 수 있는 학교에 보내는 것이었다.

연화 재단의 초·중학교를 나와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윤기는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나아질 것 없는 인성으로 자랐다. 저와 비슷한 레벨의 친구들을 만나 술과 담배에 손을 댄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재력을 탐내는 여자들을 막지 않아 악질의 소문을 몰고 다녔다. 네 나이 때 중훈이는 안 그랬는데, 윤기의 할아버지가 날숨보다 자주 뱉는 말이었다.



"할아버지. 내가 아직 스물하나밖에 안 됐는데 약혼을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되고 말고! 이 할애비는 네 나이 때 이미,"

"그래, 알아. 결혼도 하고 애도 있었잖아. 근데 언제 적 얘기야, 할아버지. 지금은 2021년이야."



그걸 아는 놈이 교복을 입고 깽판을 쳐! 윤기가 높게 쳐드는 할아버지의 지팡이를 피해 몸을 숙였다. 그러나 그것까지 예상한 할아버지는 한 번 더 지팡이를 휘둘러 윤기의 허리를 내려쳤다. 아아아, 미쳤나 봐. 남자의 허리는 생명인데! 윤기의 말은 그의 화를 더욱 돋우기엔 충분했다. 그걸 아는 놈이 맞선 자리에서 교복을 입고 나타나서 고등학생인 척을 해? 그의 분노는 허겁지겁 달려온 비서가 겨우 말릴 때까지 계속됐다.



"허리 아작난 것 같아, 할아버지."

"아작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럼 연화 그룹 대가 끊기는 데 큰일 나지."

"누가 그러디? 네가 연화 그룹을 잇는다고."

"회장님, 무슨 소리야. 혹시 나 말고 숨겨둔 손자놈이라도 있는, 아악!"



내가 죽기 전에 저 새끼가 정신을 차리는 걸 볼 수 있을까. 민회장의 깊은 한숨 소리에 소란이 잠재워지니 회장실의 문이 열리고 사장, 그러니까 윤기의 아버지가 들어왔다. 그는 허리를 문지르며 엄살을 피우고 있는 제 아들을 한심하게 쳐다보고는 회장에게 사무적으로 말했다.



"말씀하신 매장들 리스트입니다, 회장님."

"어. 민사장도 앉아서 같이 들어."



회장의 말에 의자를 끌고 와 앉은 중훈은 여전히 바닥에 엎어져 아픈 척을 하는 윤기를 보며 인상을 썼다. 할아버지한테는 애교로 어떻게든 된다지만 호랑이 같은 아버지에게는 통하지 않는 수법에, 윤기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회장은 한쪽 벽면에 붙은 TV의 화면을 켰다. TV 하단에는 선명하게 연화 전자가 새겨져 있었다. 수많은 연화 계열사 중 가장 주가가 높은 곳이었다.

화면에 연화 푸드 로고가 떴다. 연화 전자가 그룹 주가 1위라면 푸드는 치열하게 순위를 앞다투는 2위였다. 연화 푸드는 수출로 매출의 대부분을 채웠고, 국내에서는 외식과 커피 산업에 주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화면에 뜬 리스트는 연화 푸드의 카페 체인점, 연스 커피의 수도권 매장 현황이었다.



"와, 많다. 대한민국 사람들 카페인은 우리 집이 다 섭취시키나 본데."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드냐?"

"화양동 부자 동네잖아. 그래서 매출도 1위인가? 지난주에 선보러 갔을 때 그 동네 사람 많긴 하더라."



그럼 저기로 진행하지. 민회장의 말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아버지의 말까지 들으니 윤기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쳤다. 윤기를 빼고 모두가 다 아는 상황인 것 같았다. 뭐야? 윤기가 물으니 회장이 다시 지팡이를 쳐들었다. 윤기는 반사적으로 제 허리를 막았다.



"저기서도 깽판 치면 정말 호적에서 그어버릴 줄 알아라. 진심이야."



거기 안 때린다, 이놈아. 회장이 코웃음을 치며 지팡이로 윤기의 머리통을 갈겨버렸다.








매니저에게 금요일 하루 교육을 받은 윤기는 바로 다음 날부터 출근했다. 여주는 윤기를 뒤에 달고 매장을 빨빨거리며 자질구레한 것을 가르쳐주기 바빴다. 재고 파악은 매니저님이 하시니까 신경 쓸 필요 없고, 이건 꼭 여기에다가 둬야 하고. 근데 너 머리 좋아? 안 받아 적네. 여주가 홱 돌아보며 말했다. 저 머리가 좋아서 다 기억해요. 윤기가 개구진 표정으로 답했다. 여주가 게슴츠레 뜬 눈을 풀었다. 그때 상황을 보아하니 머리가 좋은 놈인 것 같긴 했지. (수긍)



"근데 고3이 알바를 해도 돼?"

"곧 방학이잖아요."

"원래 고3 방학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나 그때 독서실에서 먹고 자고 다 했는데."

"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뭐 사게? 나도 아이패드 사려고 알바 해."



그냥, 이것저것. 윤기의 두루뭉술한 답에 여주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사고 싶은 아이패드 모델에 대해 조잘대기 시작했다. 애플 펜슬도 살 거고 어쩌고저쩌고. 무조건 전남친보다는 좋은 모델을 사는 게 목표였다. 윤기는 한참이나 여주의 말을 듣기만 했다.

어쩌다 교복을 입고 깽판 치던 상황을 목격 당해(?) 버려서 본의 아니게 고등학생 취급을 받게 되었지만, 윤기는 그걸 정정할 생각이 없었다. 단식까지 하며 일하지 않겠노라 투쟁했지만 실패로 돌아갔으니 이곳에 일하러 온건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윤기 앞에 이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 기회를 놓칠 놈이 아니었다.



"누나는 학교 어디 다녀요?"

"나 한국대."

"와. 거기 똑똑한 사람들만 다니는데 아닌가."

"꼭 그렇지만은 않기도 해... (민망)"



자연스럽게 저보다 어린 여주에게 누나 거리며 말하는 것도 벌써 익숙해졌다. 아니, 사실 엄청나게 재미있었다. 살면서 동안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곧이곧대로 제가 고딩이라고 믿고 있는 순진한 알바생을 놀리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레이싱카 경주를 보는 것보다 훨씬 즐거웠다.

너는 학교 어딘데? 여주가 넌지시 질문을 던지고는 막 들어온 손님의 주문을 받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카드를 받아 결제를 하고 유리컵을 잡을 때까지 윤기의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응? 뭐야. 여주가 의아한 얼굴로 윤기를 쳐다봤다. 윤기는 내비게이션을 켜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를 검색 중이었다.



"학교 어디 다니냐고. 너도 날 호구로 보는 거야?"

"화양고, 네? 무슨 호구요."

"네가 내 말 씹어서 그런 줄 알았다고."

"못 들었어요. 죄송해요."



윤기가 눈 하나 깜짝 않고 거짓말을 했다. 여주는 순딩한 표정으로 미안해하는 윤기를 보며 되려 미안한 얼굴을 했다. 못 들을 수도 있지! 라며 대인배의 모습을 했다. 윤기는 웃음이 터질뻔한 걸 가까스로 참고 컵에 얼음을 담는 여주에게 물었다.



"근데 사람들이 누나를 호구로 봐요?"

"아니, 뭐 꼭 그런 것까지는 아니고,"

"왜요?"

"내가 호씨여서 그런가."

"누나 호씨예요? 저 호씨 처음 봐요."

"그런 소리 많이 들어."



음료 나왔습니당~! 밝은 여주의 목소리에 손님이 테이크아웃 잔을 받아 들고나갔다. 그러고 보니 처음 윤기를 고딩으로 착각했을 때도, 먼치킨 어쩌고 얘기하면서 그때도 호구 소리를 듣는다고 했었지. 여주는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윤기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뭘 그렇게 봐? 그게 꼭 고양이 같기도 했다. 세상에서 제일 센 척 하악대지만 실상은 좃밥인 아깽이 말이다.




"..."



적어도 깽판 치고 튀지는 않을 것 같아, 할아버지. 너무 재밌는 걸 발견해서.





세상 모두에게 호구지만 윤기에게만은 강한 여주와

여주 한정 호구가 되는 또라이 재벌 광공 민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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