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앞의 쥐, 라는 표현을 아시나요?


말 그대로 고양이 앞에 서면 몸이 굳어버리는 쥐처럼, 무서운 사람 앞에 가면 발걸음이 멈춘다는 뜻이랍니다! 보통은 대하기 껄끄러운 사람, 혹은 앞에 서기만 해도 찍소리도 못하는 그런 사람 앞에 설 때 이런 표현을 자주 쓰고는 해요!


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랍니다. 심지어 제 천적이 누구냐, 다른 사람도 아닌 제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여자친구, 시라사기 치사토 짱이에요! 에헤헤...


어쩌다가 이렇게 되버렸을까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답니다. 물론 제가 잘못한게 거의 대다수라서, 혼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어찌나, 어찌나 많이 혼났는지! 이제는 잘못한게 없어도 치사토 짱이 저를 부르면 저도 모르게 괜시리 긴장하고는 한답니다!


어째서 혼나냐고요? 으음, 치사토 짱은 있지요, 사귀기 전부터 저를 엄~청나게 혼내고는 했어요! 보통 혼내는 이유의 대다수는 군것질 때문이었지요. 아야 짱은 아이돌인 만큼 몸매관리를 해야되는데, 왜 참지 못하고 먹을걸 먹냐...가, 저를 혼내는 주된 내용이었답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단 것의 유혹은 너무나도 강렬하고, 강렬하고, 강렬하기 짝이 없는걸요! 길거리를 걷기만 해도 맛있어보이는 길거리 간식에, 맛있어보이는 햄버그, 맛있어보이는 양식점....우우, 참을려고 해도 참을 수 없어요!


물론 저도 바보는 아니였어요! SNS에 올리는 걸 바탕으로 치사토 짱이 혼내기 시작하니까, 역으로 SNS에 아예 안올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렇지만 우리 치사토 짱, 어찌나 촉이 귀신같이 좋은지! 어디다가 안올려도 귀신같이 찾아내고는 했지요, 저번에는 햄버그 집에서 이제 막 나온 햄버그를 썰어서 한 입 크게 베어물려고 하니까, 뒤에서 치사토 짱이 조심스럽게 어깨를 잡은거 있죠? 그 때는 진짜, 어찌나 무섭던지...


사귀고 난 다음에는 좀 부드러워졌겠지? 싶었답니다! 그렇지만 착각이었어요! 물론 성격이 부드러워진건 맞았지요, 부를 때 마다 사랑을 듬뿍 담아서 부른다던가, 가까이만 오면 꼬옥 껴안아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스킨십은 잔뜩 늘었거든요! 하지만 혼내는건 전혀 변하지 않았답니다! 아니, 오히려 요즘은 더 심해졌어요! 침대 위에서 사랑을 나누다가도, 제 배에 살짝 얼굴을 파묻고는


"아야 짱, 살 쪘네...?"


하고 무섭게 웃으면, 소름이 쫙 돋고는 한답니다! 특히 동거를 시작한 다음에는 어찌나 귀신같이 잡아내던지, 하루가 멀다하고 혼나고는 해요! 어떻게 혼나지 않을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도 해봤지만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었답니다. 


"저한테 비책이 있어요!"


이런 고민을 친한 후배-카스미 짱한테 살짝 물어보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녀가 제 어깨에 손을 올렸어요! 비책? 제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자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그녀가 제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답니다!


"네에, 저도 우리 아리사 한테 자주 쓰는 방법인데요! 에헤헤..."


그것은, 카스미 짱이 저에게 속삭여준 자그만한 비책.


*


"아야 짱?"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였어요.


카스미 짱이랑 만나서 가볍게 타코야키를 먹은것 까지는 문제가 없었답니다.  아무리 치사토 짱이라고 해도 계속해서 간식을 통제하면 제가 힘들거라는걸 아는지, 자기한테 보고하고 작게작게 먹는 것 정도는 허용해주었거든요! 그러니까 여기까지는 허용범위 안이었어요!


문제가 되는건 그 직후 먹은 크레이프, 카스미 짱이 하나만 더! 하나만 더요 아야 선배! 하고 저한테 졸라대는 퉁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가버렸지 뭐에요! 그리고 치사토 짱, 평소같이 그걸 귀신같이 눈치챈 모양이에요! 집에 돌아가자마자 작게 손짓하더라고요!


"왜...왜?"


물론 처음에는 부정을 해보았답니다. 크레이프를 먹은건 저와 카스미 짱, 단 둘만 아는 사실이니까 오늘만큼은 속여넘길 수 있지 않을까? 했답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죠, 어림도 없다는 듯이 웃은 그녀가 제 어깨에 지긋이 손을 올렸어요!


"크레이프, 먹었지?"


"무...무...무슨 소리를 하는걸까나아~?"


콧노래를 부르면서 시선을 살며시 피했지만 누가 들어도 거짓말이라는걸 알 수 있었어요. 망했다, 제가 당황해서 살짝 혀를 내밀자 화가 난 치사토 짱이 제 어깨에 손을 올렸답니다.


"알겠니 아야 짱? 몇 번이고 말했지만 아야 짱은 유명한 아이돌, 그런만큼 체중관리를..."


오늘도 혼나게 생겼네...눈을 질끈 감았어요! 거짓말까지 해버렸으니 오늘의 잔소리는 아마 한 시간은 가지 않을까요? 오늘도 잔뜩 혼나겠구나..생각하던 제 머리속에 방금 전 만나고 온, 카스미 짱의 말이 떠올랐어요!


그래요, 저한테는 카스미 짱의 비책이 있었지요! 눈을 빛낸 제가 그대로 고개를 들어서 치사토 짱을 쳐다보았답니다. 그리고, 작게 입을 열었어요!


"치사토 짱!"


"그러니까 아야 짱은...응? 왜그러니?"


갑작스러운 제 부름에 조금 놀랐는지 그녀가 고개를 들어올렸답니다. 그런 그녀의 자그만한 입술을 보고 제가 망설임없이 그녀의 자그만하고 예쁜 입술에, 제 입술을 그대로 붙였어요!


[저도 있죠, 아리사한테 혼날 때가 많아요!]


쪽, 하고 작게 소리가 났답니다.


[그럴 떄는 아리사의 화를 한 번에 푸는 방법이 있답니다!]


고개를 들어서 보자 치사토 짱이 자기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상황을 파악했는지,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지기 시작했어요!


[곤란할 때는, 일단 키스를 하면 대게 해결이 되더라고요! 에헤헤...곤란할 때에는 쪽, 잊지 마세요 아야 선배!]


 성공했나? 카스미 짱의 말을 되새기면서 작게 입술을 매만진 제가 앞을 보자 치사토 짱,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귀까지 붉어졌지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눈을 빛낸 제가 손가락 하나를 펼쳐서 입술에 가져다대며 속삭였어요!


"용서해주면...안돼?"


살며시 홍조를 띄우면서 속삭인 제 말 대답대신 그녀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답니다. 귀까지 붉어지다 못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을 보니 카스미 짱의 조언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에요!


"치사토 짱?"


"아야 짱..."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걸까요? 오 분이 지났음에도 치사토 짱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답니다. 조심스럽게 이름을 부르자, 손 틈으로 제 얼굴을 살며시 쳐다본 그녀가 자그만한 목소리로 말했지요.


"아야 짱...혹시 한 번더 안될까?"


"얼마든지!"


이어지는 치사토 짱의 사랑스러운 말에 견딜 수 없어진 제가 망설임없이 그녀의 이마에 작게 입을 맞췄어요! 그러자 치사토 짱, 행복한 듯이 몸을 살짝 떨고 곧장 제 품에 안겼답니다!


에헤헤, 오늘은 안혼나고 넘길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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