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으로 부정약물 제조 및 고위험군 무기 제작, 일반인 및 가이드 납치 행위를 한 조직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이 조직의 우두머리인 박철민에 대해서는 센터에서 후처리에 관한 논의 후에 처벌을 정확하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기 제작이라던지 약물 제조는 감금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만, 납치에 대한 죄질이 두터워 대한민국 사법부와 협의 하에 최대 사형까지 집행 할 수 있음을 미리 말해드립니다."


태일의 얼굴이 숙소에 있는 75인치 모니터에 크게 잡혀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엔시티 팀원들 또한 후처리에 더 힘을 쏟을 생각이라는 태일의 말에 한숨을 내쉰다. 물론 사법부에서는 박철민의 연쇄 납치 및 감금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형을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센터에서 엔시티 팀원들이 할 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서류 작업도 많이 남아있었고, 저번 가이드 집단 납치에 대한 자백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할 일이 쌓여 있는 것에 대한 귀찮음...? 아니 여주랑 놀고 싶은데 시간이 없는 것에 대한 분노라고 해두자...

그리고 여주는 어젯밤 갑자기 걸려온 지성의 전화로 센터 옥상 정원에서 엄마를 다시 만났다. 그동안의 오해를 모두 풀고 만난 두 모녀는 그저 말없이 눈물만 펑펑 흘리다 헤어졌다. 그리고 여주가 엄마와 헤어지고 센터장인 태일에게로 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아빠의 묘지를 센터 안에 있는 기념묘로 이전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자신을 지키다 결국 죽음까지 간 아빠의 명예를 뒤늦게라도 살려주기 위해, 그리고 살아있을 때 효도 한번 하지 못했던, 죽어서도 원망만 했던 아빠를 위한 여주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당연히 흔쾌히 여주의 부탁을 들어준 태일이 오늘 브리핑만 끝나고 팀원들이랑 다 같이 이전 절차를 밟으러 가자는 약속을 했고, 지금 팀원들 모두가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태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이동 센티넬인 비서의 도움을 받아 숙소 안으로 들어온 태일이 오늘은 재현이도 편하게 가자며 미리 준비해둔 의전 차량을 호출한다. 

여주의 아빠가 계신 납골당으로 향하는 내내 차 안에는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았고, 여주의 양옆에 앉은 동혁과 재민이 그저 여주의 손을 꼭 잡아줄 뿐이었다. 납골당에 도착해 여주가 혼자 아빠를 마주하고 인사를 건네는 동안 뒤에 그들을 따라온 또 한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 여주의 옆으로 간다. 

지성이 여주의 옆에 서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감으며 마음속으로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자 여주가 떨리는 손을 들어 아빠의 납골당 서랍을 열어 안에 들어있던 단 하나의 가족 사진을 꺼낸다. 그 사진 속에 활짝 웃고 있는 네 가족의 모습이 들어있었고, 지성은 처음 보는 아빠의 얼굴, 그리고 처음 보는 엄마의 웃는 얼굴에 고개를 떨군다. 어쩌면 지금 옆에서 같이 웃고 있어야 할 사람이... 그리고 매일 저를 다정히 안아주었을 사람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이곳에 갇혀 있는 게 오로지 단 한 사람의 욕심 때문이라서 더 화가 나고 아쉬운 지도 모른다.

여주가 지성의 어깨를 토닥이며 뒤를 돌아 밖으로 나가자 센터에서 온 단복을 입은 군인들이 여주와 지성이의 아빠의 납골당 앞에서 예를 갖추고 서 있다. 묘를 이전하기 위해 여주의 앞으로 아빠의 뼈가 담긴 유골함이 전해진다. 여주가 유골함을 안고 리무진에 타자 그 뒤로 센터군이 줄지어 따라간다. 

여주에게는 저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아빠를 위한 마지막 효도이자 센터군으로서 센터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을 위한 예우였다. 무사히 아빠의 유골함을 센터 안에 있는 기념묘로 옮겨놓고 난 뒤 모두가 자리를 떠난 뒤 한 여인이 그 앞에서 밤새 울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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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후


"다녀오겠습니다!"


여주가 아침 일찍부터 만든 빵을 도영에게 자랑하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뒤에서는 아직도 자기들을 두고 가지 말라며 투정을 부리는 팀원들이 있었지만, 오늘로 3일째 일에 치여 숙소에 들어오지 않는 도영을 보러 가겠다는 여주의 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재현에게 위치를 보고하고 도영의 방으로 들어서자 많이 힘들었는지 책상에 엎어져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 도영. 소리 나지 않게 조심조심 다가간 여주의 행동이 무색하게 여주가 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챈 도영이 눈을 뜨고 여주를 마주한다.


"많이 피곤해? 내가 괜히 왔나?"

"무슨 소리야... 내 피로 회복제 너 밖에 없는 거 알잖아."


도영의 다정한 말에 웃으며 책상 옆으로 다가간 여주의 허리를 끌어당긴 도영이 제 무릎에 여주를 앉힌다. 뿜어져 나오는 가이딩을 마음껏 흡수하며 여주의 품에 얼굴을 묻은 도영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여주의 체취를 남김없이 마신다. 그런 도영의 숨결이 간지러웠는지 몸을 움츠린 여주를 단단하게 받혀 안은 도영이 여주의 손에 있던 종이백을 열어 안에 있는 빵을 확인한다.


"오빠한테 이거 주려고 온 거야? 고마워... 잘 먹을게.."

"오빠 오늘은 집에 올 거야..?"

"오늘까지는 못들어가...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라... ㅠㅠ 대신 내일 아침 일찍 갈 거니까 오늘 밤은 무조건 혼자 자...! 알았지? 다른 팀원들이랑 같이 있으면 내가 아침에 가자마자 여주 얼굴 보기 힘들잖아..."

"근데 그게 내 맘대로 될까...? 오빠도 밤에 맘대로 들어와서 나 괴롭히면서..."

"그래도 내일은 절대 안 돼. 나 자는 것보다 너랑 있는 게 더 좋은 거 알잖아.."


도영의 아이 같은 투정에 여주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노력해보겠다고 말하자 여주의 입술에 잘게 입을 맞추며 여주의 볼을 살살 쓰다듬는 도영. 점점 분위기가 잡혀 가기 시작할 무렵 언제 나타났는지 의무실 침대 위에 앉아있던 재현이 벽을 똑똑 두드리며 입을 연다.


"저기 선생님? 바쁘다고 하지 않으셨나? 나한테는 절대 들어오지 말라더니?"

"... 언제 왔어?"

"형이 여주 입술 괴롭히기 시작할 때? 바쁘다더니 여주 입술 괴롭히는 게 아주 바쁜 일이었구나~"

"아 알았어. 여주 데리러 온 거지?"

"응. 가자 여주야."


재현이 여주를 데리고 밖으로 나갈 때까지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도영이 여주가 놓고 간 빵만 만지작거린다.

재현과 밖으로 나온 여주가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어가자 일부러 순간이동을 안 쓰고 여주와 함께 걷기 시작하는 재현. 말 없이 손을 잡고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여주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마자 재현이 숙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바로 박철민 및 반정부 소탕의 공을 인정받아 승진된 엔시티 팀 덕분에 각각의 개인 계급도 상승했고, 드디어 스타를 달게 된 재현에게 생긴 개인 팀장실이다. 팀장실로 들어오자마자 아까 도영과 맞닿았던 입술을 깊게 부딪혀오며 혀로 입술을 살살 핥아오는 재현. 도영과 닿았던 흔적을 다 지우려는 듯한 재현의 행동에 웃음이 터진 여주가 입술 사이로 웃음을 짓자 재현이 입술을 떼고 여주의 눈을 마주친다.


"티 났어...?"

"응... 왜 이렇게 질투가 많아?"

"나 온 것도 모르고 도영이 형이랑 키스하는 데 어떻게 질투가 안나..?"

"그래도 나 오늘 립스틱 예쁜 거 발랐는데 이렇게 다 먹어버리면 어떡해!"

"새로 사줄게... 그럼 됐지?"


못참겠다는 듯 다시 입을 맞추는 재현의 입술을 받아주고 있다 보니 불이 난 듯이 울리는 여주와 재현의 워치. 아무리 무시하고 키스에 집중해보려고 하지만, 워치가 뜨거워지면서 살에 닿자 짜증이 난 재현이 결국 입술을 떼고 워치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왜... 무슨 일 있어?"

-도영이 형이 아까 여주 형이랑 나갔다는 데 왜 안 들어와요? 또 팀장실에서 여주 괴롭히는 거 아니죠? 설마 팀장이란 사람이 그런 파렴치한 편법을 써가면서 우리팀 유일한 가이드를 독점하고 있지는 않겠죠..?

"갈게."


눈치 빠른 동혁이 도영의 방에서 떠난 지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두 사람에 결국 전화를 걸어 방해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 전화를 다 듣고 있던 여주가 귀여운 동혁의 질투에 재현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해온다.


"집에 빨리 가자! 우리 팀원들 질투가 많아도 너무 많아..."

"오늘 밤에는 무조건 나야. 알았지? 이러고 끝내면 나 진짜 서운해..."

"내일 도영오빠 오자마자 나 찾을 텐데..."

"그건 아침이잖아. 내가 도영이 형 오는 소리 들으면 바로 방으로 옮겨줄게. 절대 안 들켜."


여주가 혼자 방에 있은 척 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여주와 밤을 보낼 때마다 여주의 가슴을 씹어놓는 자신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지 당당하게 절대 안 들킨다고 말해오는 재현. 여주는 이 집에서 밤에 제가 생각한 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팀원들이 원하는대로 하게 냅뒀다. 워낙 예전부터 스킨십이 부족했던 여주라 누가, 특히 팀원들이 자길 만져주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팀원들도 좋아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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