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어―.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웃고 있던 팬텀은 루미너스의 다녀왔다는 인사에 현관 쪽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며 그를 반겼다. 루미너스는 그의 모습에 살짝 눈이 커지다가 금세 어두운 표정을 되찾았다. 어딜 다녀왔냐며 옆에 달라붙는―아니, 정확히는 달라붙었다하기 보다는 그의 옆에 있었다.― 팬텀의 모습에 루미너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 피곤해, 오지 마. 팬텀은 차가운 그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지……? 겉옷을 벗고,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루미너스를 바라보다가 팬텀은 입을 열었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알바 구하러.”
 “알바? 알바 구할 필요가 있어? 하얀 마법사가 다 대주잖아. ……도대체 그 돈들이 다 어디서 나오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 말에 루미너스는 몸을 일으켜서 소파에 등을 기대고 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까지 하얀 마법사한테 기대기만 할 수는 없잖아, 자립해야지.

 “그런가…….”

 무슨 알바 구했는데? 팬텀은 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루미너스는 그가 앉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말했다.

 “편의점.”
 “……잘 할 수 있겠어?”
 “……잘 해야지.”

 팬텀은 힘이 빠져버린 그의 옆에 다가가려다 중학교 때 이후로 ―이전에 호숫가에 다녀온 이후로 조금 사이가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다가서면 움찔거리는 그를 떠올리고는 행동을 관뒀다. 열심히 해.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루미너스를 보고, 팬텀은 먼저 들어가겠다고 말을 한 뒤에,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방 안에 들어온, 천장에 비친 달빛을 지켜보다가 눈을 감았다.


 루미너스의 반인 1학년 3반에서 팬텀은 멈춰버렸다. 팬텀의 반은 5반이어서 더 가야되건만, 루미너스보다 한 걸음정도 더 앞으로 갔을 뿐 더 이상 움직이질 않았다. 그렇다고 루미너스에게 말을 거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는 길에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루미너스는 뒷문을 열고 안 가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팬텀은 갑자기 자기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소리를 질렀다.

 “……아, 정말!”

 소리를 지르고 바로 뒤로 돌아 루미너스를 바라보자, 루미너스는 꽤나 놀란 건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을 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팬텀은 그런 루미너스를 보고 살짝 웃다가 말했다.
 “미안, 미안. 그냥 너랑 같은 반이 아니라 왠지 화가 나서.”
 “……뭐라는 거야. 아무리 짜증나도 남들한테 피해주진 말라고.”
 “어, 그런 이유로 화난다고 하면 나한테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안하네?”

 능글맞게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팬텀을 보면서 루미너스는 고개를 저으며 반으로 바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팬텀은 바로 웃음을 지우며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고, 다시 발길을 뒤로 돌려 자신의 반으로 향했다.


 고등학교를 입학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팬텀과 루미너스는 당연한 듯이 다른 반에 배정되고 말았다. 덕분에 교무실을 뒤엎을 뻔 했지만 루미너스의 저지―라고 말하고 폭력이라고 읽는다.―로 징계는 막을 수 있었다. 루미너스의 저지 후 팬텀에게는 모든 선생님들의 시선이 모였고 팬텀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끌려 나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망했어, 첫 날부터 선생님한테 찍혔을 거야. 교무실을 나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후회하는 팬텀의 모습에 루미너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내가 말렸잖아.”
 “……고마워. 근데 샌님 너 너무 세게 때렸다고…….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네가 약한 거다.”

 단호한 말에 반박할 말이 없어진 팬텀은 가던 발걸음도 멈추고 입을 꾹 다물며 루미너스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자신이 멈춘 것은 알고는 있는지 무시하고 제 갈 길가는 루미너스에 팬텀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어릴 때처럼 다시 친해지고 싶어도 중학교 때의 그 일 이후로는 둘 사이에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두꺼운 벽이 생긴 것만 같았다. 조금만 닿아도 움찔거리는 루미너스의 모습은 팬텀까지 변화시켰다. 팬텀 또한 루미너스와 닿으면 소스라치게 놀라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그럴 때마다 루미너스는 눈을 잠시 크게 뜨다가 꿈뻑이고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제 할 일을 하곤 했다. 평소와 같으면 화를 내거나 겁을 먹었을 상황인데 그 일 이후로는 루미너스와 팬텀, 둘 모두 많이 바뀌어버렸다. 팬텀은 가만히 그와 자신을 생각하다가 어느새 루미너스가 저 멀리 가 있는 모습을 보고 울상이 되어서는 그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달려갔다. 같이 가, 루미너스―!


 팬텀은 핸드폰에서 나오는 신나는 노래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며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한 손에는 치킨을 사든 채로. 오늘은 루미너스가 알바하는 곳을 찾아가려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필 걱정되게, 고등학생의 시간 상 알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야간 알바밖에 없으니 루미너스는 야간 알바를 하게 되었다. 심히 걱정되는 마음이 솟구쳐오르긴 했지만, 아무래도 루미너스도 이젠 다 큰 남자이니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 골목길만 들어서면 편의점이다. 어쩐지 이젠 루미너스를 사적으로, 직접 보러 가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어색해진 느낌이었다. 항상 먼저 말을 걸면 루미너스는 별 다른 반응이 없어 처음 말 건 목적을 달성하면 금방 말이 끊기곤 했다. 팬텀은 주저 앉아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가만히 멍 때리며 그 상태로 있다가, 이러면 치킨이 식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얼른 일어서며 다른 골목길에 들어섰다. 아직 더운 날씨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팬텀의 등 뒤로 한줄기의 땀이 흘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루미너스의 모습은 참 모범생다웠다. 영어 단어장으로 추정되는 것을 들고 루미너스는 그 수첩에 코를 박을 듯이 뚫어져라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키는 자신이 먼저 크고, 여전히 자신이 조금 더 크긴 하지만 루미너스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오는 무렵 쯤에 갑자기 키가 커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남자 평균 키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단어장을 보는 모습에 혹시라도 목 건강이 안 좋아지는 건 아닐까 하고 가만히 루미너스를 바라보며 걱정을 하다가 눈이 마주쳐 버렸다. 둘 다 놀라서 어버버 거리는 무렵, 루미너스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편의점의 문을 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웬 일이야?”
 “……그, 그냥. 혹시 혼자면 위험……, 아니 심심하지 않을까 해서, 아 그리고 이 시간쯤이면 배고플지도 모르고 어……, 혹시라도 악덕사장이면 돈은 최저 시급 잘 맞춰서 주는지도 모르는데 식대도 안 줄 수도 있고…….”
 “……알았어,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들어……, 아니다. 그냥 거기 있어. 안은 좀 더울 수도 있으니까. 먹을 곳도 마땅치 않고.”

 루미너스는 팬텀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말들에 작게 한숨을 쉬고 말을 끊었다. 팬텀은 자신의 말이 끊기자 입을 꾹 다물었고, 루미너스의 말을 듣고 다소곳하게 서 있었다. 루미너스가 하는 말을 곰곰이 들어보니 자신이 찾아온 걸 그렇게 나무라지 않는 것 같아 표정이 환해지며 마지막 말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루미너스는 그런 팬텀의 모습에 헛웃음을 짓다가 치우고 가지 않은 손님들 때문에 더럽혀진 밖의 테이블과 의자를 치우고 그에게 앉으라고 말한 뒤에 자신은 다시 편의점에 들어갔다. 팬텀은 익숙해보이는 루미너스의 움직임에 어딘가 마음의 한 구석에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쳐먹고 치우고 가질 않는 거야……! 팬텀은 마음 속으로 불평을 하다가 음료수를 들고 나오는 루미너스를 보면서 그제야 자신이 의자에 앉지도 않고, 치킨 박스도 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급하게 치킨 박스를 꺼내는 팬텀의 모습을 보면서 루미너스는 재차 한숨을 쉬었다. 물론 최근에 계속 저러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 팬텀은 굉장히 정신이 없어보였고, 심지어 치킨 박스도 떨어트릴 뻔한 모습에 루미너스는 그 치킨 박스를 자신이 받아서 펼쳐놓았다. 손에 묻는 걸 싫어하는 자신을 위해 순살로 사온 배려를 보고, 루미너스는 새삼스레 이 녀석이 이런 세세한 점도 챙긴다는 것에 속으로 감탄했다. 루미너스는 음료수 한 개를 그의 앞에 놓고, 하나는 따서 한 모금을 마시려 했으나 갑자기 눈 앞이 흐려지며 몸이 휘청거렸다. 팬텀 또한 놀라서 급히 일어났지만, 루미너스는 다행히 쓰러지지 않고 테이블에 손을 짚고 몸을 지탱했다. 새, 샌님, 어디 안 좋은 거야? 응? 루미너스는 고개를 저으며 의자에 앉아 눈가를 꾹꾹 눌렀다.

 “아니, 피곤해서…… 그런 걸거야.”
 “그래도……,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집에 가야 되는 거 아니야?”
 “……한 시간만 지나면 교대니까, 괜찮아.”

 팬텀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루미너스를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 루미너스만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어쩐지 자신도 자기가 이상하다고 여겨졌지만, 그저 그런 일들이 있고 난 후에 예민해진 거라고 생각하며 루미너스를 슬쩍 바라보았다. 누가봐도 낯빛이 안 좋아 보였고, 팬텀은 살짝 입술을 씹으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오늘은 집에 가서 공부하지 말고 일찍 자, 샌님 진짜 그러다가 쓰러지겠어.”
 “난 괜찮…….”
 “내가 안 괜찮아. ……샌님 쓰러지면 데려와야 하는 건 나니까.”

 그게 문제였냐. 루미너스는 치킨을 들고 먹으면서 생각했고, 팬텀 또한 왜 저런 말을 했나 속으로 깊이 후회를 하고 있었다. 앞 말이 머릿속의 필터를 거치지도 않고 나와버려서 그 말만 하면 이상할까봐 뒷 말을 붙이려 한 거였는데 하필 이상한 말만 나오고 말았다. 덕분에 둘의 대화는 끊겨버렸고, 중간에 손님이 들어와 루미너스는 바로 편의점에 들어가 계산을 했다. 손님이 나가고 루미너스가 한숨을 쉬며 다시 자리에 앉자, 팬텀은 젓가락을 입에 문 채로 그를 계속 바라보다가 말했다.

 “진상들은 없어?”
 “……왜 없겠냐.”

 술 쳐먹고 와서 깽판 부리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생각만 해도 속이 답답한건지 루미너스는 재차 크게 한숨을 쉬고 음료를 들이켰다.

 “혹시, 너한테 뭔 짓한 놈은 없지?”

 루미너스는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팬텀에게 되물었다. 뭘?

 “아니, 성추행이라던지, 뭐 협박이라던지.”
 “……내가 여고생이냐. 예쁠 것도 없는데 왜 성추행을 하겠어. 지금까지 당해본 적은 없어.”

 팬텀은 그 말에 안심을 하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충분히 예뻐보일만 한데. 너 외모가 그렇게 못나진 않았잖아? 그 말에 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루미너스의 말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런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고, 아 물론 루미너스가 무슨 일을 당하지 않고, 아까처럼 쓰러지지 않는 그런 나날이 반복되었으면 좋겠다고, 팬텀은 생각했다.

 카운터의 위에는 팬텀의 모습을 보고 급히 놓고 간 루미너스의 단어장이 널부러져 있었다.


 “……하아, 도대체 합동체육은 무슨 합동체육이야?”

 체력이 그리 나쁜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귀찮아서― 체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루미너스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팬텀은 평소보다 훨씬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왜? 난 좋은데? 그리고 너네 반 애들 중에 예쁜 애들도 많고……, 라니아라던지. 물론 우리 반의 아리아도 예쁘지만. 그런 팬텀의 반응이 평소와 같다고 생각되어 루미너스는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건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혼란이 와 고개를 저어 아무런 생각도 안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제발 체육이 이상한 걸 시키지 않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지만, 체육 선생님은 결국 두 반에게 루미너스가 예상했던 ‘이상한 것’을 시키고 말았다. 종목은 ‘짝피구’. 자신의 짝은 반에서 꽤 인기가 있는―심지어 팬텀도 눈독을 들인― 라니아였다. 그녀는 자신보다 한 살 어렸지만 빠른 년생으로 같은 학년이 될 수 있었고, 그래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항상 모든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다녔다. 아무리 존댓말을 쓰지 말라고 해도 쓰고 다니는 그녀 때문에 모든 아이들은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루미너스는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도 귀찮은데 라니아까지 방어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더 귀찮음을 느끼고 있었다. 피구 하면 빨리 퇴장하려 했는데, 불가능하겠네. 라니아는 루미너스에게 다가와 웃으며 잘부탁한다고 말했고, 주위의 남자 애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따갑게 쏟아져내렸다. 일찍 탈락이라도 하면 죽일 듯한 기세군. 루미너스는 작게 한숨을 쉬며 라니아가 내미는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편 팬텀의 반에서 팬텀은 아리아와 짝이 되었고, 팬텀은 예쁜 아이와 짝이 되었다는 생각에 속으로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다. 저 멀리 루미너스는 라니아와 짝이 된 것 같았고, 팬텀은 반드시 루미너스를 맞추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게임이 시작하고, 평소 팔 힘이 좋던 루미너스는 세게 공을 던지며 팬텀의 반 아이들을 대거 탈락시켰다. 그러나 팬텀은 마음에 들지 않게도 잽싸게 움직이며 그 공을 피하고 있었고, 루미너스는 심기가 불편해져 더욱 팬텀 주위로 공을 세게 던지기 시작했다. 계속 공이 왔다갔다 거리고, 루미너스의 팀도 많은 아이들이 탈락이 되어버려 양쪽 팀 다 팬텀과 루미너스, 그리고 그들의 짝인 아리아와 라니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꽤나 살벌한 분위기에 구경하는 아이들은 침을 꿀꺽 삼켰고 초반에 공을 다 맡아 던지는 바람에 루미너스는 지쳐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루미너스, 괜찮아요……? 라니아가 물었고, 루미너스는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공을 가지고 있는 팬텀은 꽤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일격이라고 생각하며 루미너스에게 공을 던졌다. 루미너스는 피했다고 생각했으나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울렸다. 루미너스는 아무도 맞지 않았다고 반박하려 고개를 들었으나 다들 시선이 자신의 뒤로 쏠려있어 정신을 차리고 뒤를 바라보니 라니아가 살짝 웃으며 루미너스에게 미안하다고 작게 말하고 있었다. 라니아가 한 손으로 감싸고 있는 곳은 발목이었고, 루미너스는 한쪽 무릎을 꿇고 라니아의 발목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 않고 살짝 붉어진 정도여서 루미너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라니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탓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도 라니아 널 못 지켜줬잖아.”

 ……그래도. 이어 말하려는 라니아에게 루미너스는 살짝 웃어주고는 고개를 돌려 자기들끼리 잔뜩 좋아하고 있는 팬텀의 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 팬텀은 자신의 반을, 아니 정확히는 자신 또는 라니아를 바라보고 있는 듯 했고, 눈이 마주치자 팬텀은 급히 눈을 돌려 자신의 반 아이들과 기뻐하고 있었다. 자신의 반 아이들이 수고했다고 말하며 서서히 정리하는 느낌이 되자 루미너스는 눈이 마주쳤던 건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정말 라니아를 좋아하는 건가. 곰곰이 생각하며 자신도 수돗가에 가서 더러워진 손을 닦고 자신의 물건을 챙겨 교실로 들어가려 했으나 팬텀이 달려와 옆으로 다가왔다. 잠깐만 기다려줘! 라고 말하고 팬텀 또한 손을 닦고 세수까지 한 뒤에 마치 노란 빛의 물이 나올 수도 있을 만큼 밝은 금색의 머리칼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여자 아이들에게 팬텀이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안 가? 라고 묻는 팬텀에 루미너스는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걸음을 옮겨 교실로 들어갔다. 팬텀은 오늘도 루미너스가 들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뒤에서 바라보다가 문이 닫히고 나서야 자신의 반으로 들어갔다.











16.06.18


읽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



Maplestory1 | 팬텀루미, 루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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