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열정이 불타는 싸움이었는지 싸움이 끝나고 나서 결혼식장은 온통 박살이 났다.


잡아들인 해적들은 일렬로 체포되어 울상을 지으면서 감옥으로 걸어간다. 그들의 행렬을 바라보던 미캉이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발목이 저렸다. 갑작스런 공격들에 구두를 신던 발목이 다쳐 시큰거렸다. 높은 웨딩구두가 박살난 것을 한손에 들고서 미캉이 절뚝이면서 대기실로 간다. 아깝다. 이렇게 예뻤는데 뒷굽이 부러져버릴 정도로 격렬하게 싸운 까닭이다.

 

코비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쓰릴까, 하기사 그럴법하다 평생에 한번 뿐일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항상 품에 무기를 가지고 살아도 가장 꿈결같이 행복해야할 순간이었으니까,

 

따라간 코비가 대기실에서 부러진 뒷굽을 바라보는 미캉을 보다가 이내 말을 건넸다.

 

“잠시 발 좀 볼까요. 미캉 씨?”

“코비?”

 

신랑이 다가와 드레스를 들추고 하얗고 작은 발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말마따나, 하얀 발의 뒷꿈치는 엉망진창으로 까져있다. 불편한 신발을 신고 전투를 위해 뛰어다녔으니 당연스러운 일이랄까, 물집까지 일어나는 것을 코비가 보자 미캉이 부끄러운새라 발을 거둬들이려 했으나 코비는 힘있게 발목을 잡아당겼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었다. 그는 조심스레 미캉의 발을 주물러주다가, 이내 팔이 올라와 단단하게 미캉을 받쳐서는 드레스 밑에 오금 아래에 팔을 넣어 미캉을 안아올렸다. 아, 귀엽다고 생각했던 연인이 남자인 것을 알게 되어 버린 미캉의 심장이 불붙은 꽃처럼 피어올랐다.

 

안경을 벗은 얼굴이 잘생기게 씨익 웃는다. 아, 남은 한평생 죽기 전까지 같이 살 상대다. 미캉이 저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사랑의 대화를 입구 문에서 보던 이들이 고개를 숨긴다. 둘만의 시간이었다. 코비가 말한다.

 

“우리 옷 편하게 입으러 갈까요?”

 

말이 이상하게도 기묘하기도 야릇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가 자신의 팔뚝 살을 바친 채 엄지손가락으로 더듬고 있기 때문에도 있을 것 같았다. 미캉이 말을 더듬으며 얼굴이 붉어져 말을 못하자 코비는 그녀의 주홍빛 머리카락 흩어진 하얀 이마 속에 입술을 묻었다가 이내 작은 귓속에 속닥였다.

 

“물론, 미캉 씨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그 말에 피가 얼굴로 몰려 심장이 터졌다. 넌 어떻게 그런 말을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미캉이 원망서린 말을 내뱉으면서 코비의 가슴팍을 가녀린 주먹으로 한번 쳤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자라서 자신을 압도할 정도로 유들유들해졌지, 미캉이 부끄러워하는 사이 코비는 움직였다. 문 앞에서 눈만 내밀고 훔쳐보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서, 그는 결혼식 참석 인원들이 모인 뒷풀이 장소로 향했다. 중간에 헤르메포가 어쩔 수 없다면서 몰래 훔쳐보러가는 인원들을 쥐 잡듯이 잡다 결국 못이겨 보내주는 것을 목격했다. 헤르메포의 시선에서 미캉은 어쩐지 얼굴이 붉은 사과처럼 터져선 손으로 가리고 있다. 이야, 신혼부부 깨 쏟아지는 시간이로구만, 헤르메포가 물었다.

 

“가냐?”

“네, 오늘은 좀 일찍 가도 괜찮겠죠?”

 

그렇게 말하고 스르륵 내려오는 치맛자락에 코비는 다시 한 번 미캉을 고쳐 안아들었다. 한번 튀어 올라 안기는 것이 불안정해 미캉이 목을 끌어안았다. 헤르메포가 축하한다고 몇 번 박수를 더 쳤다.

 

“어, 그래 오늘은 일찍 들어 가봐, 날이 날인데 어련히 다들 용서해주지 않으실까.”

“고맙습니다. 헤르메포 씨.”

“우리 사이에 뭘.”

 

나 좀 내려줘. 여기 저기 사람들의 시선에 부끄러움으로 평소의 당당한 그녀의 모습과는 다르게 수줍은 새신부의 모습인 미캉이 중얼거렸다. 코비가 괜찮다고 그녀를 얼렀다. 신혼 첫날이다. 신혼여행은 가지 못했더라 할지라도 코비와 미캉의 신혼집에서의 첫 날만큼은 어느 누구도 터치 할 수 없게 반지를 서로 주고받은 죽을 때까지 기억해야할 날임으로, 듬직한 새신랑처럼 코비는 미캉을 안아들고 둘의 신혼집 앞까지 간다. 중간중간 만난 이들은 한창 바쁘기 그지 없음에도 다들 휘파람과 박수 일색이었다.

 

저 둘 언제 결혼하나 했다. 흐뭇한 시선이었다. 집 앞에선다. 해군 내 미캉이 심혈을 기울여 꾸민 집의 마당으로 코비가 들어선다.

 

“우리의 첫 날이에요.”

 

앞으로 함께 걸어 나갈 첫 걸음이에요. 코비가 속삭였다. 미캉은 이제 어쩔도리 없다는 듯이 붉어져서도 웃고 있다. 나 한잔만, 역시 제정신으로 이렇게 긴장되는 순간을 버틸 수는 없었다. 날은 푸르지 그지없고, 바람은 따뜻했다. 품에 안긴 미캉이 문을 열고, 문안으로 들어서 신발장을 지나쳐 그녀를 내려주면서 코비가 아직 불이 꺼진 어둠속에서 그녀의 눈을 보면서 말한다. 샴페인을 준비해두었어요. 아, 남자구나. 어쩐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더라니, 미캉은 인정해야했다. 이제 귀엽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을, 그녀는 내려놓은 그대로 코비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딪혀 묻었다. 그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힘차게 뛰는 것에 올려다본다.

 

미캉이 정말 아름다웠다. 코비는 미캉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그가 중얼거린다.

 

“오늘부터, 내일도 일년 뒤에도, 수십 년 뒤이더라 하더라도...”

 

내 손을 잡아줘야 해요. 그 말에 그녀가 답하듯 내린 손에 깍지를 끼면서 눈을 감는다.

 

오늘 만큼은 이 세상에 우리 둘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야. 천천히 경건하게 입을 맞춘 코비가 그녀의 드레스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 * *

 


야호오오오-! 힘내라고 외치다가 그 병사는 가프에게 한 대 맞았다. 자네, 설마 신혼부부의 첫날밤을 방해할 생각인가! 오늘만큼은 세상이 다 무너진다고 해도 모든 것이 저들의 것이어야했다. 하하, 저 꼬맹이가 해군이 되겠다고 훈련하기 시작하면서 근육통으로 몸져 누운 때가 어제 같 것만 어느새 결혼하여 가정을 꾸릴 남자가 되었어! 가프는 호탕하게 웃었다. 가프에게 있어서도 코비는 손자와 같았고 미캉은 활발하고 귀여운 손녀딸 같은 느낌이었다. 선남선녀가 이렇게 짝을 맺어 다 자라 서로 언약을 나누고 맹세하니 이 보다 더 축하할 일이 없지 않나, 그러니 자네도 좀 그만하게나. 옆에서 코비가 신혼집에 미캉을 안아들고 들어가는 것에 스모커가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며 얼굴이 빨갛게 변해 툴툴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타시기의 부러우신거죠? 어머나- 라는 말에 벌컥 화를 냈다. 츠루는 인정 깊은 미소를 지으면서 두 사람의 미래를 축복했다. 부디 두 사람 앞에 어떤 장애물이 오더라도 두 사람이 함께 그것을 넘어가길, 비온 뒤 땅 굳듯이 두 사람은 더욱 굳건한 하나가 되길.




원피스의 코비연인드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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