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간이든 쓸개든 다 내줄 것처럼 구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행위가 익숙하지 않아 거리를 둔 건 자신이지만, 그렇게 스스럼없이 아무때나 사랑한다고 말하면 나는 말들이 귀에 걸려서 한참을 귀가 간지러웠다. 간드러지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부러 낸다는 건 알지만, 날 보고 기분이 좋아져서 어쩔 수 없이 낼 수 밖에 없는 소리라고 생각하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깃털 수십 깃을 삼킨 듯하여,


좋지만, 좀 적당히,


그만 녹아내릴 거 같으니까, 제발.


눈에 새로운 망막이 덧입혀진 듯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고, 그 가운데 시선을 내리면 네가 있다. 멘톨을 목구멍에 쑤셔 넣어서 숨을 쉬는 것처럼 가슴은 이상하게도 차갑고 또한 뜨겁다. 도무지, 이 가열찬 감정을 너도 느끼고 있을지, 난 알 수가 없어서 두렵다. 나는 이렇게 좋고, 행복한데, 너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너와 나의 감정이 같지 않다면 몹시도 슬플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네게 어떤 보답을 내어주어야 하나, 너는 네게 누구도 줄 수 없는 걸 주었는데, 내가 느끼는 바가 너와 같을거라는 얄팍한 믿음으로 네게 가까워졌다.


난 적당한 사랑을 아는 사람이 아니다. 적당히 멀어지는 법만 알지, 그래서 그렇게 다가오는 데는 면역이 부족하다. 많이 부족하다.


가끔씩 서러워지기도 한다. 이유없이 거대한 빚을 지면 으레 그런 기분이니까.


아무튼,


사랑한다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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