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지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어쩐담, 숨을 내쉬면서 조심스럽게 옆을 쳐다보자 사랑하는 모카가 자신의 마음도 모른 채, 태연하게 웃으면서 주변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사과부터 해야할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걸 말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쩌지, 어쩌지...이도저도 못한 채 답답한 마음을 품고 있으려니, 어느새인가 옆으로 온 츠구미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려주었다.


"저기, 란."


"응..."


힘없이 대답해주면서 옆을 쳐다보자, 작게 웃은 그녀가 의자를 끌어서 자신의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목을 가다듬고는 모카에게 들리지 않게 끔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주었던 것이다.


"착각이라면 미안한데, 모카랑 싸웠어?"


"싸운건 아닌데...아니, 싸웠다고 하면 싸웠다고 해야하나..."


이걸 대체 뭐라고 말해야 한담...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팔짱을 낀채 끙끙거리던 내가, 결국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그냥 처음부터 말해줄게.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인데..."


이렇게 된 김에 그냥 누군가한테 털어놓기라도 하면 편하겠지 싶었기에 고개를 저은 내가 천천히, 천천히 오늘 아침의 일을 떠올렸다


그건, 모카랑 한 침대에서 자고 일어난 직후의 일.


*


"앞으로 안할래~"


눈을 뜨자마자 들린 말은, 잔혹하기 그지 없는 한 마디였다.


처음에는 자신이 잠이 덜 깬줄 알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랑하는 모카의 입에서 들릴 말은 아니었으니까. 지금 뭐라고...? 당황한 내가 곧장 되묻자, 포옹을 푼 모카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기지개를 쭈욱 폈다.


"그치마안~매일같이 나만 스킨십 해주고~"


"그건..."


그 말에 뺨을 붉힌 내가 시선을 피했다. 아닌게 아니라 확실히 그랬다. 모카랑 사귀기 전은 물론, 사귄 다음에도 그녀의 말마따나 내가 먼저 스킨십을 한 적은 없었던 것이다. 손을 잡은 것도 모카가 먼저, 키스를 한 것도 모카가 먼저, 하다못해 사랑한다는 말 조차 모카가 먼저 했던 것이다.


"그건, 미안하긴 하지만..."


말 끝을 흐리면서 내가 시선을 피했다. 생각해보니 모카의 말마따나 그동안 쑥쓰럽다, 는 이유로 제대로 된 스킨십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네, 내가 고개를 푹 숙이자 머리를 쓰다듬어준 모카가 베시시 웃었다.


"그러니까아~그런 란에게, 모카 짱이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아~"


"제안?"


"으응~제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자, 곧장 대답해준 그녀가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내 입술을 손가락으로 스윽 매만졌다. 입술 끝, 모카의 부드러운 촉감에 나도 모르게 뺨을 붉히자 그녀가 소악마처럼 키득 웃더니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여주었던 것이다.


"란이~먼저 사랑한다는 말을 안해주며언~나는 앞으로도 먼저 스킨십 안해줄거야~"


어떄? 그렇게 이야기하는 모카의 미소는 어쩐지 사악하기 짝이 없어서...


*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그 말을 한 이래로 오늘 아침부터 점심시간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모카한테 스킨십이 없었던 것이다.


매일 받을 때라면 모를까, 받다가 안받으니 미칠 것 같았다. 모카 성분이 부족해,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완전히 퍼져서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으니까. 이 상황을 해소하려면 모카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방법 뿐이긴 했지만, 또 막상 말하려니까 쑥쓰럽기 그지 없어서...


"저기 란."


이야기를 다 들은 츠구미가 한숨을 내쉬면서 이마에 손을 짚었다. 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되묻자 한숨을 푹 내쉰 그녀가 모카와 날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냥...응...화이팅?"


뭔가 굉장히 말하고 싶은 분위기였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는 듯 말을 더듬은 그녀가 대답대신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대체 왜 위로해주는걸까, 일단 고맙다고 생각한 내가 모카 성분이 부족한 걸 느끼면서 그대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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