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똑바로 앉죠?"



김정우의 목소리에 팍하고 나의 손을 잡고 있는 정재현의 손을 쳐냈다. 그런데 그러자마자 정재현은 다시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손을 빼내려고 해도 어찌나 악력이 센지 놓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동공이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김정우를 돌아볼 수도 없어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재현은 한치의 움직임 없이 대답했다.



"제가 머리가 좀 아파서."



정재현은 그러더니 내가 앉아있는 조수석에 머리를 콩콩 부딪혔다. 그의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김정우가 헛웃음을 쳤고 결국 내가 김정우를 돌아보았다. 표정을 굳힌 채 나를 바라보고 있던 김정우와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그 와중에도 그가 바라보는 각도에서는 우리의 손이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재현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내 손을 더 끈적하게 주물렀고 그의 체온과 내 체온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여주야 넌 좀 어때?"

"괜찮아."



다정하게 물어오는 김정우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 하나는 정재현에게 준 채 미소는 김정우에게 주고 있었다. 사람 마음은 한개라지만 여러갈래로 나눠줄 수도 있는 것일까.

곧 차가 집 앞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마자 정재현이 뒷좌석의 문을 열고 내려서는 조수석의 문을 열어줬다. 안전벨트까지 친절하게 푼 정재현이 비틀거리며 내린 나를 안듯이 부축했다. 정재현에게서 술 냄새와 진한 향수 냄새가 섞여 풍겨왔다. 



"조심."



휘청이는 나를 안은 채 다정히 말하는 정재현이 내 등을 쓰다듬었다. 그날 밤에는 내게서 나는 술 냄새와 그의 향수 냄새가 섞였었는데. 어쩌다가 우리는 여기까지 와버린 걸까. 향기와 함께 그날 밤의 일이 상기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계속 안고 있고 싶다."

"응?"

"무슨 뜻인지 알잖아."



정재현이 중얼거리자마자 뒷좌석에서 내린 김정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황급히 정재현을 밀쳐냈다. 정재현은 순순히 밀려나 내 옆에 섰다. 어느새 다가온 김정우가 정재현 옆에 서 있는 나를 보더니 눈썹 한쪽을 올렸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새였다. 알아서 김정우 옆으로 가려는데 그는 내 팔을 슬쩍 끌어당겨 제 옆에 세우며 물었다.



"멀미 안 했어?"

"응 난 괜찮아."

"집에 가서 따뜻한 물로 씻으면 괜찮을 거야. 같이 좀 욕조에 들어가 있자."



김정우가 걱정스레 바라보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우리 둘을 말 없이 바라보던 정재현은 제 턱을 손가락으로 쓸며 난데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미소에 마주보고 있던 시선이 흩어져 그에게로 옮겨갔다.



"여주씨 남자친구는."

"네. 제 남자친구..."

"연하죠?"



여주보다. 어느샌가 그의 입에서 다정하게 들리는 내 이름이 짐짓 낯설게 들려졌다. 그리고 그건 김정우도 마찬가지였는지 내 손을 잡은 김정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김정우는 한참 말이 없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동갑인데요."

"아 그래요? 동갑이었어요?"

"왜 그러시죠?"



제가 딱히 어려보이는 얼굴은 아닌데. 하며 김정우가 덧붙였다.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들썩인 정재현이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김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왠지 남자친구분을 여주씨가 챙겨줘야 할 것 같았거든요."

"네? 정우를 제가요?"

"그냥. 지금 상황은 반대니까 뭔가 안 어울려서?"

"취했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김정우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묻자 정재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 날도. 여주씨 엄청 힘들었던 날이었거든요. 상사한테 꼽 먹고 본의 아니게 나 역시 여주씨 먹인 날."



정재현이 문제가 된 그 날을 입에 올리자 김정우의 어깨가 살짝 떨려왔다. 김정우는 모르는 그 날, 우리가 잊기로 했던 그 날을 저 사람이 입에 올렸다. 이를 악 문건지 슬쩍 올려다 본 김정우의 턱이 굳어 있었다.



"열한시 다 돼서 사무실 정리하고 나오는데 손에는 맥주캔이 가득하고."

"...재현씨?"

"그랬어?"

"웃는 것만 예쁜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

"..."

"울고 있는 것도 예쁘지 뭐에요. 안아주고 싶게."

"..."

"...여주가... 울었다구요?"

"그거 남자친구분은 알았나 몰라."



정재현이 빙그르르 돌린 듯 직구를 날리자 김정우는 꽉 잡았던 내 손을 힘 없이 놓았다.

사실 챙겨주는 의미로 따지면 김정우가 나를 챙겨주곤 했었다. 김정우는 다정한 강아지 같은 느낌으로 연애내내 내 끼니를 챙기고 내가 없을 때 내 방 청소를 해주고 가거나 오늘처럼 회식이 있는 날엔 꼭 데리러 오며 살뜰히 챙겼다. 그렇다고 내가 김정우를 안 챙긴 건 아니었다. 같이 학교를 졸업하긴 했으나 먼저 취업을 한 탓에 늘 내 지갑이 먼저 열리기도 했고. 김정우 기살리기 차원에서 그의 텅빈 지갑에 용돈을 찔러넣어주기 일쑤였다. 



"오늘 같은 날도. 나 같으면 취한 여자친구 데리고 택시부터 탈텐데... 토 안 하던데, 여주씨가 남자친구분 엄청 배려했나봐. 아 남자친구분 지갑을?"

"저기요. 선 넘지 마세요."

"내가 이런 말 왜 하는 지 궁금하죠. 남 연애사에 끼어들고?"

"안 궁금해요. 취한 사람 말 그만 듣겠습니다."



김정우가 정재현을 무시하며 내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잔뜩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김정우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



"저희 먼저 들어갈..."

"그냥. 난 여주씨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이라서."



그의 말인 즉슨 김정우 옆에서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우리의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었기에, 정재현의 말은 우리의 연애를 흔들고 있었다.



"씨발 진짜. 경고했잖아요."



정재현의 말에 김정우는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쉬었다. 한계였다. 김정우의 자존심을 긁은 정재현을 슬쩍 째려보자 정재현은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아, 죄송. 기분 나빠지라고 한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제 기분이 나쁜데요. 저희한테 자꾸 왜 그러시죠? 더 이상 선 넘는 말 하시면 가만 안 있겠습니다."

"몰라서 그러세요?"

"네."



김정우가 굳은 목소리로 정재현에게 묻자 정재현은 내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이거 봐. 모르잖아."



바람에 날렸는지 내 목을 계속 간질이던 머리카락을  정재현은 조심히 잡아 내 귀 뒤로 넘겨주었다.



"간지러운지, 불편한지, 아픈지도."



그의 손이 내 귓바퀴에 닿자 온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김정우는 그런 정재현의 손목을 턱하고 붙잡으며 화를 참아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거 건들지 마."



정재현의 손목을 잡은 김정우의 손위로 다시 정재현의 손이 올려졌다. 네거? 하고 비웃듯 물었다. 더 이상은 두 쪽 다 무리였다. 



"두분 다. 그만..."

"그만?"



두 사람의 신경전 사이에서 어느 쪽에 서야 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정재현이 싱긋 웃으며 나를 보았다. 그 웃음 속에 심장이 뜀과 동시에 불안함이 겹쳐졌다.



"좋아해요, 여주씨."

"...네?"

"나 여주씨 좋아한다고."



김정우 맞으라고 대놓고 날린 펀치에 내가 입을 떡하고 벌렸다. 맞은 건 나였는데. 김정우는 결국 참다못해 정재현의 턱을 날렸다. 한방 날렸지만 오히려 배로 맞은 것 같은 김정우가 씩씩댔다. 씨발. 김정우는 힘없이 웃었고 정재현은 바닥에 나뒹군채 나를 올려다 바라보며 웃었다. 미쳤어. 내가 입을 살짝 벌리자 정재현은 천천히 일어나 다가와서는 손가락 하나를 뻗어 내 턱을 슬쩍 들어 올렸다. 올라간 시야에 완벽히 정재현만 가득 찼다.



"그냥, 알아두시라고."



이렇게 고백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내 시야에는 정재현이 가득했다. 김정우가 내 손을 잡아끄는 덕에 곧 그가 사라졌지만.



"내일 여주 회사에서 봐야 하니까 주정은 여기까지만 들을게."



김정우가 내 어깨를 감싸며 기분 나쁜 듯 나를 확 끌어당겼다. 김정우의 숨이 거칠었다. 고개를 돌려 김정우를 바라봐도 김정우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여주를 너무 쉽게 보시는 것 같아 기분이 엿같은데."

"쉽게 안 봐요."

"아무리 그래도 남자친구를 옆에 두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 아니지 씨발아."

"저한테 여주씨가 너무 어려운 사람이라 안달이 난 지경이죠. 그래서 이렇게라도 어렵게 말씀 드리는 거에요."

"말 가려해."

"억지로 뺏고 싶은 거 겨우 참고 있는 건데."



정재현의 협박 같은 말에 김정우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정적이 이어졌고 새벽의 찬 공기가 콧등을 스쳤다. 정재현의 차에 타 있던 대리기사가 빵하고 아주 작게 클랙슨을 울렸다. 나는 그 덕에 깨진 정적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자. 그리고 우린 다시는 보지 맙시다."



가까스로 말을 내뱉은 김정우의 말에 나 역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정재현을 지나쳐갔다. 정재현은 틈을 놓치지 않고 나를 보며 말했다.



"내일도 데리러 갈게."

"네?"

"회사에서 봐요."



회사에서 보자는 말 역시 김정우를 멕이는 말이 분명했다. 너는 모르는 우리만의 공간, 이라는 뉘앙스였으니까. 씨발 진짜. 그 뉘앙스를 눈치 못챘을 리 없는 김정우가 작게 욕을 뱉었다. 정재현이 차에 올라타고 그의 차가 골목을 빠져 나가는 것을 보고 있는데 김정우가 시야를 비집고 들어왔다.



"...들어가자."




그의 말에 발걸음을 재촉해 가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김정우에 몸에 기대어 걸어갔다. 김정우는 내내 한숨을 퍽퍽 쉬며 말이 없었다. 말 없던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문 앞에 다가가자 김정우는 현관 안으로 나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들어가."

"안 들어와?"



평소라면 취한 나를 씻기고 이불에 눕히고 재워주고서야 일어나 꿀물을 침대 맡에 놓고 가는 김정우였다. 나 혼자 집에 두는 일은 없었는데. 김정우는 내 말에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고개를 떨궜다. 현관문이 반쯤 열린 채로 난 집 안에, 김정우는 복도에 서 있었다.



"여주야."



한참을 말이 없던 김정우가 입을 뗐다. 고개를 여전히 바닥에 고정한 김정우의 머리칼이 새벽의 찬 바람에 휘날렸다.



"응?"

"우리 여기까지만 할까?"



그 말에 나 역시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나를 보지 않는 김정우의 머리를 바라보며 왜? 하고 떨리는 입술로 물었다. 방금 정재현 때문이여? 그러자 김정우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슬픈 눈으로 애써 미소를 짓는 김정우와 잔뜩 미간을 찌푸린 나는 말이 없었다.



"그냥... 네 옆에서 내가 너무 부족해 보이는 게 싫어. 너한테 못해주는 내가 밉고."



김정우의 말에 오늘따라 넓은 그의 어깨가 축 처진 것 같이 느껴졌다. 길어지는 취업 준비 생활에 내가 주는 용돈과 뒷바라지가 부담 아닌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겠지. 게다가 저보다 잘난 정재현이 나를 좋아한다니 계속 비교가 되었겠지. 김정우의 맘을 알아채고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손을 뻗어 흘리고 있을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데, 품에 안고 토닥이며 달래줘야 하는데, 손은 안 다쳤는지 살펴봐줘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 그리고 그래서는 안되는 마음이 커져버렸기에.



  "그 사람이 너를 흔들었다는 게 내가 너한테 얼마나 못 해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

"그런거 아닌 거 알잖아."

"...너를 옆에 계속 두는 것도 내 욕심인 것 같아."

"정우야."

"그렇지만 난 아직도 널 사랑해."

"......."

"아마 평생 널 사랑할 거고." 



김정우의 뒷 말이 울음으로 번졌다. 오랜 기간 친구처럼 다정한 연인이었다.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큼. 그런데도 나는 지금 그 소중한 사람인 김정우를 붙잡을 수 없었다. 내 마음속에 정재현이 크게 자리 잡았다는 것은 나도, 김정우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정우는 울음이 멈추지 않는지 현관문을 억지로 닫으려고 했고 나는 그에게 다가가려다 발걸음을 멈추었다. 시야가 자꾸 뿌얘져 김정우의 모습이 흐릿했다.



"이건 내가 가져갈게."



나를 아프게 했던 낡은 구두가 든 쇼핑백을 흔든 김정우가 애써 웃었다. 



"잘자 여주야. 행복해."



그렇게 현관문은 닫혔다.















兩者擇一

phrase















다음 날 아침 현관문을 열었지만 김정우도, 정재현도 없었다. 두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어느 한쪽도 내가 정리하지 못했다. 그래, 내가 나쁜 년이지. 그렇지만 어쩐지 드는 아쉬움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익숙한 차 한 대가 보였다. 차 보닛에 기대고 서 있던 정재현이 나를 보고 몸을 똑바로 일으켰다. 진짜로 데리러왔네, 나를 지옥으로 이끌 그 사람이.

정재현은 내가 신고 있는 구두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와 그대로 나를 껴안았다. 그가 선물한 내 취향에 딱 맞는 새 구두.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정재현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나 나쁘죠?"



한참을 껴안고 있던 정재현이 귓가에 속삭였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쁜 쪽이라면 내가 더 가깝죠. 하자 정재현은 푸흐흐 웃음을 터뜨렸다.



"아 계속 웃음이 나오네. 이러면 안 되는데."

"웃지 마요. 나 벌써 행복하면 진짜 나쁜 년이야."

"내가 죽을 만큼 행복하게 해줄 건데."



정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에 쪽쪽 입을 맞췄다. 마치 이러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았던 사람처럼. 그를 겨우 떼어내고 나는 정재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퉁퉁 부은 눈으로 정재현만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김정우 생각은 조금도 않는 내가 미웠다.



"지옥 같을 줄 알았는데."

"천국이죠?"



정재현이 눈을 접으며 웃었고 나는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정재현과 함께 한 그날 밤도, 그리고 지금도. 정재현과 함께 있으면 어디든 천국이었다.


그렇게 정재현과 아찔한 사내 연애가 지속됐다. 우리 둘 사이에는 거리낄 게 없었다. 퇴근하면 서로의 집 어디나 함께 했고 행복하고 짜릿한 생활이었다. 그렇게 반년이 흐르고 그 날도 같이 출근을 하고 있었다. 내 손을 잡은 채로 들어 올려 손등에 입을 맞춘 정재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어디서든 내 냄새가 나네요?"

"내 손에서도?"

"응. 너무 좋다. 온 몸에서 내 냄새가 났으면 좋겠어."

"그게 무슨 뜻이야."

"무슨 뜻인지 알잖아."



정재현이 내 손등에 코를 박고 습하 습하 숨을 쉬자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손등으로 그의 코를 살짝 밀어냈다. 변태. 응 변태 맞잖아. 이제는 회사 100m 밖에서 내려 걷는 일도 하지 않았다. 정재현은 매일 밤 품에 날 가둔 채 당장이라도 결혼하자고 속삭였고 회사 내에서도 나를 보면 함박웃음을 짓는 탓에 알만한 사람들은 우리 관계를 눈치채고 있는 듯했다. 그의 차가 주차장으로 내려갔고 엘리베이터 앞에 차를 멈추자 나는 벨트를 풀었다.



"주차하고 올 거예요?"

"응. 가기 전에 뽀뽀."



정재현의 말에 문을 열려던 내가 뒤를 돌아 정재현의 입에 쪽하고 입을 맞췄다. 그에게서 떨어지려는 찰나 정재현의 손이 내 뒤통수를 부드럽게 눌렀다. 정재현의 입술이 내 입술을 부드럽게 삼켰고 곧 그의 혀가 내 안에 들어와 끈적하게 혀를 쓸었다. 타액이 오가는 소리와 쪽쪽 하는 소리에 어딘가가 불편해진 정재현이 몸을 움찔하자 나는 웃으며 그에게서 떨어지며 말했다.



"팀장님, 열 좀 식히고 오세요?"

"자기, 이대로 나 두고 갈 거야?"

"응. 이대로 들어가면 큰일 나."



아 도와주고 가지. 아침부터 너무하네. 내 말에 아쉬운 표정을 한 정재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등으로 제 입가를 훔쳤다. 혼자 잘 식혀볼게. 그의 말에 나는 웃으며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여주씨, 좋은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자리에 앉아 약간 번진 입가를 정리하고 다시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데 누군가 내 데스크를 주먹으로 콩콩쳤다.



"네네, 좋은 아침."



당연히 정재현일 거라는 생각으로 여전히 거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하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입사한 신입사원입니다."

"아 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신입 사원? 아 어제 새로 온다고. 기억을 되짚으며 거울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신입사원 김정우.

목에 걸린 그 명찰을 먼저 봐 버렸기에 자연히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있는 김정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김정우의 뒤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정재현이 나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좋은아침입니다."



정재현의 목소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정우는 여전히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운명 한번 더럽게 꼬였다.









안녕하세요 프레이즈입니다.

결국 완결이 났군요. 치열했던 주식싸움은 장마감이 안 된채 끝이 났네요. 여러분은 어느쪽이셨어요? 개인적으로 이번엔 정말 고르기가 어려웠네요. 

글 읽는 동안만이라도 행복한 순간이 되시길, 그리고 제 글 이외에도 행복한 일들이 더욱 많아지시길. 

항상 건강하세요!


프레이즈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