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


당일 취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얘 정말 나 좋아하는 건 맞는 건가? 서율은 영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디에 가서 뭘 하고 또 뭘 먹을지까지, 혼자 밤마다 맘 바쁘게 세운 계획이 모두 허사가 됐다. 

서율은 허탈함에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그리곤 다시 한 번 카톡을 천천히 읽었다. 자신과 다른 감성이니까, 자신이 읽지 못한 행간이 있을까 싶어서. 그러나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약속을 취소하는 지호의 카톡에는 미안함은 가득했지만 납득할 만한 취소 사유는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피곤이 덜 풀려서 이러나? 그래. 피곤하시겠지. 아주 뻑적지근하게 1박 2일을 놀고 왔으니.

'거기 가서도 술 마시고 뽀뽀 하고 그런 건 아니겠지?'

온갖 상상이 다 들었다. 둘 중 하나가 고백이라도 했나? 그래서 냅다 넘어갔나? 아니. 근데 보통 키스 쉰 번쯤 하면 보통은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특히 구지호는 로맨티스트인데. 뭐가 됐든 그 두 사람이랑 여행을 간 것에 대한 분도 아직 안 풀렸는데 개빡치기만 했다. 서율은 된소리 섞인 욕을 뱉으며 침대만 팡팡 때렸다. 아무래도 이 분을 풀지 않고서는 참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게 왜 난데? 우리가 친구니?"

"아 왜 이래. 정없게. 으 매워-!!"

"하필 또 이 집으로 골라 가지고... 칫."

"나도 매운 거 좋아하긴 하는데, 넌 진짜 독종이다. 어떻게 쿨피스 하나 없이 먹어?"

"별로 안 매운데. 4단계 시킬걸."

"대장 내시경 해 봐야 하는 거 아냐? 아으."


숯불 불닭발 매운맛 3단계를 먹으면서도 서율은 쿨피스를 꿀꺽 꿀꺽 들이켰다. 그러나 상대방은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방증이라도 하는 듯 아무렇지 않게 소스를 긁어모아 입에 넣곤 입가심으로 소주를 꺾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아파지는 광경에 몸서리를 쳤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동안 못 먹어서 어떻게 했어?"

"다른 맛있는 거 엄청 먹고 다녔거든."

"그래요. 민세연 님 나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아 킹받아.... 네 계략에 넘어간 것 같아서 짜증나."


위가 안 좋은 인아를 고려해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과 술은 늘 피해 왔던 세연이었다. 그러나 DNA 레벨로 새겨진 매운 음식에 대한 욕망은 때때로 충족시킬 필요가 있었다. 맛집 수집력은 인별 팔로워에 비례하는 건지, 아님 인싸력에 비례하는 건지. 서율은 온갖 매운 음식 맛집을 찾아와 세연을 꼬셔냈다. 오늘도 웨이팅까지 걸어놓고 자신을 맞이한 서율을 세연은 결국 꼼짝없이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치밀한데 왜 그 허랑방탕한 애 하나를 못 꼬시는 거야?"

"야. 허랑방탕이라니. 말넘심이잖아."

"아니야?"

"거짓말이라곤 안 했어. 아 망할 구지호."

"또 왜? 하여간 걔를 왜 그렇게들 좋아하나 몰라...."

"다시 구지호 장점 메들리 듣고 싶어?"

"아니. 그래. 얘기하렴. 순수한 얼빠야."


지호가 상아, 하얀과 함께 여행을 갔다는 것과 더불어 당일에 약속을 파투 냈다는 소리를 들은 세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아 당일 펑크도 진짜 개싫은데."

"와. 소심하고 찌질한데, 개념도 없어? 완벽하네."

"아 비꼬지 마. 그리고 아직 무슨 사연인지도 모르는데 우리 지호 개념 없다고 하지 마."

"우리? 이제 아닌 것 같은데."

"아 짜증."

"뭐... 난 잘 모르지만."


세연은 술도 마시고 기분이 좀 좋아졌는지 꽤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듯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리곤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서율에게 말했다.


"회피한 거 아니야?"

"회피?"

"오늘 만나면 혼났을 거 아니야. 그러기 싫어서 못 만나다고 한 거 아니야?"

"허? 피한다고 해결이 돼? 악화만 되지."

"뭐.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결정을 미루고 싶은 일이 있잖아."

"...나는 정말 이해가 안 가지만. 구지호는 그럴 수도. 넌 왜 이렇게 잘 알아?"

"자기가 물어봐 놓고. 나도 그랬을 때가 있었으니까."


사연 있어 보이는 표정의 세연에 서율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몸을 앞쪽으로 숙이며 소주를 세연의 잔에 꼴꼴 채워 주었다. 평소 제 표정과 사생활을 완벽하게 숨겨 왔던 세연이었기에,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42.2.


"너 진짜 골때렸네. 좋아하면 그냥 사귀면 되지."

"네가 뭘 알아? 나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네~ 빙썅 전여친다운 대사 잘 들었고요-."

"개빡쳐."

"연애라는 거 어렵네. 우리 지호도 너처럼 생각 많은 건 아니겠지?"

"걔랑 비교하니까 기분이 더 안 좋아."

"아 진짜 의외로. 진짜 뭔가 내버려 두지 못하게 하는 게 있다고. 그리고 얼마나 순수하고 다정한데."

"술 마시고 키스부터 했다며. 별로 안 순수한 거 아니야?"

"너 계속 그럴래?"


뭐가 재밌는지 키득키득 웃는 세연에 너무 많이먹인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술에 덜 취한 서율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곤 핸드폰을 들었다. 





지호는 방 침대에 드러누워서 불안한 듯 핸드폰을 10분 간격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그젯밤에 고민하느라 더운 방 안에서 끙끙대다가 오른 열에 어제는 비몽사몽이었다. 상아가 바로 집근처 내과로 데려다줘서 겨우 목숨은(?) 부지했지만, 종일 누워 있기만 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서율과의 데이트에 가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엄마한테 용돈을 받으러 갔다가 등짝만 얻어맞았다. 


"야! 너 또 나가서 열사병으로 실려 올려고 그래? 어딜 기어나가려고 그래?!"

"아 진짜 중요한 약속이란 말이야...."

"열이나 내리고 말해. 양심 있어? 너 어제 내과에서 못 걷겠다고 으앙 울어버린 거 벌써 잊어 버렸어?"

"누, 누가 울었다구 그래애...."


사실 엄마의 말처럼 여전히 몸이 천근만근인 것도 사실이어서 지호는 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래도 서율이 이미 많이 화난 것 같아서 미안하고 초조했다. 




저녁에 카톡을 보내고 나서 초조한 듯 거실 한복판에 쭈구리고 앉아 손톱만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그 처량맞은 모습에 귀가한 지원이 지나가면서 발로 툭툭 건들며 짜증을 냈다. 


"아 뭐 해! 진짜 폼부터 구질구질해."

"아, 아, 나 아프단 말이야. 발로 차지 마."

"아 또 왜 이래? 왜 울라 그래? 얼굴 보기만 해도 짜증나."

"언니가 사랑을 알아? 이씨...."

"연애 중인 사람한테 모쏠이 못하는 말이 없네."

"몰라. 아 발로 그래. 왜애. 그리고 모쏠... 아니야아!"

"50일 사귄 게 사귄 거야? 아 비켜. 걸리적거려. 청승맞게 아침부터 사랑이 어쩌고 저쩌고. 웅엥웅엥."


지원의 구박에 지호는 코를 한 번 훌쩍하고는 약간 눈을 흘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지원은 서유리인가 신서율인가 뭔가 하는 애가 어지간히 속을 썩이나 보다 생각했다. 뽀뽀부터 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그러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모자란 동생 언니가 챙기지 누가 챙기나'


"응. 예리야. 나 지원인데."



42.3.


- 코 풀지 마. 코 풀지 마. 아이고 더러워!

"푸흥! 진아."

- 아팠다며 더럽게 쌩쌩하네.

"당일 파투라니 서율이 화났겠지? 어떡해."

- 싹싹 빌어야지.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그래도 뭐 괜찮을 거야. 걔는.


다정이 가족여행을 가서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있던 진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페이스타임을 걸어와서 콧방울을 불어가며 훌쩍이고 있는 구질구질한 친구 때문이었다. 자신이 보기엔 신서율은 구지호를 좋아하는 게 분명했으므로 크게 걱정할 게 없어 보였기에 이 상담이 무용하게만 느껴졌다. 


- 그냥 아프다고 솔직히 말하지 그랬어.

"그름... 막 걱정할 거 아니야아...."

- 이럴 때 걱정도 받고 어? 그런거지.

"허억! 진이 머리 조타하."

- 네가 띨띨한 거겠지. 이유도 제대로 말 안하고 그럼 어케. 

"근데 아픈 이유가...."


지호는 서율이 괜한 걱정을 하는 것도 싫었지만, 아픈 이유를 시원하게 밝힐 수 없는 것도 컸다. 제대로 각 잡고 고백을 해야 하나. 그러기엔 2년 전 싸늘해졌던 두 사람의 사이가 떠올라 지호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대체 그때 자신이 어떻게 고백을 했는지도 생각이 안 났다. 상아에게 했던, 푸념 같던 고백은 제가 생각해도 최악이었다. 그래서 그 큰산(?) 없이 서율이 제 마음을 알아줬다는 거에 크게 행복해했던 지호였는데, 그게 아니라니. 하늘이 무너진 것같았다. 


"진아. 이짜나. 어 그, 그게."

- 왜~

"키스 이상이 뭘까?"

- 푸웁!!


진은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다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사레 들렸냐며 걱정을 쏟아내는, 덜 떨어졌지만 순수하고 착한 자신의 친구에게 할 말을 골랐다. 


- 왜, 왜 갑자기 그걸 묻는 걸까...?

"...아, 어, 그 궁금해서. 니, 니가 전에 그, 아니야."

- 보통은... 그, 그거겠지.

"'그거'?"

- ㅅ...ㅔㄱ스....

"으, 으엉? 에엑. 겨, 결혼도 아, 안했는데?!"

- 야. 우리가 결혼을 어떻게 해...!?

"그럼 너랑 다, 다정이도."

- 끊어!!!!


진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페이스타임을 종료했고 지호 역시 벌게져서는 뻐끔거렸다. 친구 커플이 그렇고 그런 어른의 계단을 올랐을 줄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지호였다. 

'두 사람은 사귄 지 1년두 안 됐지 않나...?'

화끈한 상상에 지호는 두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음란마귀. 그래도 호기심이란 놈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은근슬쩍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다. 뚝딱이며 성인인증을 마치니 정보의 호수에선 살색의 향연이 지호의 눈앞에 펼쳐졌다. 

'이걸 서율이랑...?'

입밖에 낼 수 없는 상상에 지호는 폭발할 것처럼 새빨개진 얼굴로 벽을 쾅쾅 때렸고 엄마에게 옆집에서 뭐라고 하겠다며 잔소리를 들었다. 



42.3.


"엄청 딱딱하게 보냈네. 줘 봐."

"아 왜!"

"이런 건 원래 오타를 좀 내 줘야 돼."

"헐."

"너 좀 느슨하구나."


세연이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렸고, 손끝에선 취해서도 한 번도 쳐본 적 없던, 글이 아닌 문자열의 나열이 쏟아졌다. 




"야! 너 어디 가?! 오밤중에!"

"나, 그, 아, 아이스크림 사러...!"

"저게 맛이 갔나."

"와, 와아 먹고 싶다아!"

"메가톤도 사와. 그 이상한 토마토 뭐시기 사오지 말고."


어색한 연기를 하며 지호는 집에서 튀어 나갔다. 지원은 저거 언제 정신 차리냐며 혀를 끌끌 차며 방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수면바지를 보고 서율의 친구와 친구의 언니분(추정)이 한심해라 쳐다봤던 걸 떠올린 지호는 원래 데이트 때 입고 가려고 했던, 도진 픽 반팔 반바지를 입고선(썩 센스가 좋진 않았지만 지호보단 나았다) 구르듯 달려 나갔다. 아직 서울 가는 막차가 있는지 고민하며 상대에게서 온 카톡을 다시 읽었다.


"어뜨케 우리 서율이 많이 취했나 봐. 누구한테 난 줄 알구 뽀뽀 하면 안 되는데...!"


평소에 취했어도 조금의 오타가 섞인 귀여운 카톡을 보내곤 하는 서율이었지만, 오늘은 거의 한글 합자의 원리도 지키지 못한 상태의 메시지가 왔다. 덜컥 겁이 난 지호는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하여 야밤에 일단 다짜고짜 서울, 학교 근처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버스에 타서 조마조마하며 전화만 들여다 보는데 진동이 울렸다.


"여, 여보세요? 서율이?"

- 구지호.

"어디야? 많이 마셨어? 나 지금 가고 있어."

- 많이 안 마셨음 안 올 거야?

"웅? 많이 안 마셨어?"

- 웅. 근데 너 보고 싶은 건 맞다?

"...나두 서율이 보고 싶어."

- 근데 왜 파투를 냈냐. 나쁜 놈아.

"아니이. 그게...."

- 아픈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네....

"...미안해."

- 와서 얘기해.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그 사거리 안쪽에 닭발집이야.

"헉.... 그 엄청 매워서 먹으면 장염 걸릴 것 같은 그집?"

- 응. 이따 봐.




숙취해소제, 아이스크림, 소화제까지 사서 닭발집으로 구르듯 달려온 지호는 헉헉거리며 서율을 찾았다. 서율은 홀로 테이블에 앉아 소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지호는 화들짝 놀라서 달려갔다. 


"서율아. 으앙. 왜 혼자 마셔."

"너 미워서."

"으아. 왜애. 나 미워도 그러지 마. 안 매워? 배 아야 안 해?"

"구지호."

"으응?"

"너 또 도망갈 거야?"

"아니이."


서율은 가방을 챙겨 일어났고 지호는 얼결에 따라나섰다. 계산도 않고 문을 나서는 서율에 지갑을 들고 어영부영 하고 있으니 계산은 이미 했으니 빨리 나오기나 하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자연스레 서율의 오피스텔 근처로 향했다.

어둠이 자욱한 길거리에서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서율은 지호가 보기에도 그리 취하진 않은 것 같았다. 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빛 아래에 뚜렷하게 보이는 예쁜 이목구비에 다시 마음이 울렁였다. 아까까지 보고 와서 그런지 야릇한 상상이 자꾸 머릿속을 헤집어 놔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지호를 보는 서율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저히 이러곤 못 살겠어서 세연이 짜낸 지혜로 지호를 불러낸 건 좋았지만,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쉽지 않았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송충이 같은 저 눈썹과 잘못한 강아지 같은 표정을 보면 화가 스르륵 풀렸다.


"지호야. 구지호."

"으, 어? 으응. 서, 서율아."

"술 안 마시면 우리 얼굴 못 보는 사이야?"

"아?"

"넌 내가 술을 안 마시면 날 만나 주질 않네."

"아니, 아니야. 서율아아...."

"내가 오늘 얼마나 기대한 줄 알아?"

"지, 진짜? 나도.... 나두 기대해써...."


한숨을 쉬고선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 무는 서율에 지호는 울상을 지어 보였다. 


"담배 피지 마.... 서율아."

"아, 미안. 냄새나지."

"아니야. 몸에 안 좋으니까. 나는 괜찮아. 너면...."

"나면?"


다 좋단 말을 해야 하는데 목구멍에 덜컥 하고 걸려서 튀어나오질 않았다. 지호는 일단 서율의 손에서 담배를 가지고 와서 제 손 안에 꼬옥 쥐었다. 서율은 한 발자국 옆으로 이동했다. 가로등 불빛이 사라져 어둑했다. 지호는 불빛 아래 서 있다가 서율이 손목을 끌어 역시 어둠 속으로 이동했다.

서율은 대답을 요구하는 듯 또렷한 눈으로 지호를 올려다보더니 목을 그러안았다. 술냄새가 은은했지만 그보다 더 진한 서율의 향기에 지호는 머리가 어질했다. 맞물리는 입술의 부드러움에 자신이 취한 것만 같았다. 꽉 끌어안자 흉부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까지 지호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것도 이렇게 좋은데. 더하면. 더한 건. 아까 그걸 서율이랑 하면.


"지호야 나랑 뭐 하고 싶은 거야?"

"어? 으어? 그, 뭘, 하고."

"키스만 하고 싶은 거야?"

"아니. 아니. 아니야. 아니야...."

"그럼 다시. 나랑 뭐 하고 싶어?"


연애, 사랑, 로맨스. 지호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많았다. 아마 서율이 원했던 답도 그랬겠다. 몇 년이 지나도 이날만 떠올리며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섹스...."

백식빵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