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산드라
날이 궂고 바다가 거칠었다. 짙은 회색의 구름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로 내려와 있었다. 어쩌면 파고가 높아 하늘이 가까워진 것일지도 몰랐다. 선원 열다섯 명 남짓의 중형 어선 하나가 폭풍우의 중심에 있었다. 3미터는 족히 넘는 물살이 하늘을 닮아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배는 곡예를 하듯 높은 물살의 꼭대기에 올랐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제자리에서 빙글 돌다가 다시 마루를 올랐다. 선박이 아래로 내리꽂힐 때마다 갑판에 나온 사람들의 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