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은 야옹라떼 이전으로!


 오픈알바의 숙명은 별을 보고 일어나 따사로운 해를 보고 퇴근하고 지친 몸을 누이다 별이 뜰 때 초롱초롱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어중간한 야행성이 되어도 지금까진 새벽엔 잘만 일어났는데....

 눈을 뜨니 뭔가가 쎄했다. 하늘이 묘하게 밝다. 여름을 향해 가면서 해는 일찍 뜨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알람, 알람을 보자! 머리맡의 핸드폰을 보니

 

오전 5:45

오전 6:00

오전 6:10

오전 6:20

 

 나를 못 믿어서 설정해둔 수많은 알람이 죄다 꺼져있었다. 아니 내가 못들은 건가? 그런 거겠지. 그리고 지금 시각은 6시 40분을 향해간다. 나는 7시까지 출근해야 한다. 오 시발ㅠㅜㅜㅜ! 잠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매니저님ㅜㅜㅜㅡ저지금일어나써요ㅜㅜㅠㅡㅠ]

 

 급하게 카톡을 보내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고양이 세수마냥 물을 끼얹었다. 머리는 2일째지만 몰라. 빵모자의 가호를 믿어야 한다ㅎ... 옷도 허물같이 벗어놓은 옷을 대충 입었다.

 대부분 카페알바를 한다고 하면 로망이 있다. 포스보고 그러다가 훈남 손님과 썸을 타는 그런 류의 것들 말이다. 나도 그랬다.  

 물론 이곳서 일하면서 그런 로망은 산산이 조각났다. 그런 건 적당히 한가한 카페에서나 가능한 거더라. 소같이 샷 뽑고 바로 안으로 들어가고 목이 쉬어라 응대하는데 뭐 찌릿찌릿한 썸이 생길 리가 있겠나. 

 눈썹 휘날리며 샷 내리느라 바쁜 나와는 억만년 떨어져있음을 알았지만! 그래도 나는 혹시나 하며 아침을 거르고 화장을 했지만 오늘은 급하니...

 나는 얼굴에 기초화장만 바르고 뛰쳐나왔다.

 

[그래서몇시까지올수있음?]

[저지금나왔ㆍ3요ㅜㅜㅜ 한7시30분까지요ㅜㅜㅜ죄송합니다ㅡㅠ]

[괜찮아빨리와]

 

 아파트 언덕을 내려가면서 치느라 우리 집 고양이가 썼습니다. 수준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급행을 놓치면!!!! 30분이 뭐야 40~50분에 도착할거다. 나는 정말 열심히 뛰어갔다.

하지만

 

“헐...”

 

 놓쳐버렸네. 나는 지하철 입구의 전광판을 허망하게 보았다. 인생이 어찌 이러니...!

 이를 어쩐담. 보통이라면 일반을 기다리겠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 나는 병든 수캐처럼 헥헥대다 바로 앞 도로의 버스정류장을 보았다. 파란버스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그리고 버스 대부분이 옆구리에 붙이고 있는...

-여의도

저거다!

 

 

*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화장을 했다. 아직 직장인 기준으론 이른 시간이었나? 버스 안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다. 눈썹을 그리고 섀도를 바르고... 뷰러도 찝고... 아이라인을 그리고 싶지만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그것까진 무리였다.

 

“속눈썹에 힘주자.”

 

 마스카라를 바르고 나니 여의도다. 아저씨 잠시 만요! 파우치를 쑤셔 넣으며 나는 내렸다. 이른 시간이라 교통이 안 막혔나보다. 이 상태면 일찍 도착할 것 같다. 카페까진 걸어가야 했다. 잘 구획된 거리를 뛰다 걷다 하며 열심히 지나가는데...

 

“오... 이게 누구야...”

“보르살리노씨 안녕하세요.”

 

 보르살리노씨를 만났다. 보르살리노씨는 옷을 잘 입는다. 오늘은 노란색 넥타이핀을 했는데 이상하지도 않다. 파격적인 색인데 소화하는 거 보면 은근 패션피플이다. 아니다, 본적은 없지만 계절이 바뀌면 중절모도 쓴다고 했으니 패션피플 맞구나.

 손님이긴 해도 아는 사람에 방향도 같은 것 같아 나는 엉결겁에 같이 걷고 있었다.

 

“여-주는 어딜 그렇게 열심히 가나~?”

“아아 늦었거든요. 오픈인데 지각했어요.”

“그래?”

 

 네. 그래서 저는 당신을 버리고 먼저 가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의 별명과 풍문으로 들었던 악행이 신경 쓰였던 터라... 왠지 이 말은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삼켰다.


“무턱대고 지각할 것 같지는 않은데에...”

“아 네. 매니저님께 30분까지 간다고 했어요.”

“그래? 오! 그럼 그때까지 가면 되는 거네...”

 

 이야기가 이렇게 되나? 어느덧 첫 횡단보도에 선 보르살리노씨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껏 처진 눈이 나를 향한다. 뭔가 대답을 원하는 것 같다. 나는 말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보르살리노씨가 흡족한 얼굴을 하더니

 

“아침부터 무리하면 하루가 피곤하다고”

 

 이러면서 내 등을 가볍게 토닥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일찍 가면 일이나 해야 하잖아? 하며 한마디 또 거든다. 맞는 말이긴 했다.

 

“지금부터 걸으면 딱 맞겠어~”

 

 약간 강제성이 느껴지는 것 같지만.. 착각이겠지. 그래. 뭐 매니저님도 모르실거다. 그동안 소처럼 일했으니까 오늘 하루정도는 괜찮을 거야.

 

 

*

 

 

“오늘 늦게 일어나서 이런가봐?”

“예?”

 

 말을 늘리며 저러기에 이건 무슨 말인가 싶어 의아함을 품고 올려다보니

 

“눈- 말이지.”

 

 하며 웃는다. 큼지막한 손가락이 내 눈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화장 안했다고 돌려 까는 걸까? 보기 좋다는 걸까? 그의 명성~컴플레인의 제왕~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전자에 무게가 실린다.

 기분이 좀 나쁜데

 

“예에... 너무 급해서 못했어요.”

 

 티는 못 내고 적당히 둘러댔다. 흑흑 서비스직은 이래서 서럽다.

 

“보기 좋다는 소린데 왜 그래~?”

“예?”

“이것도 괜찮다고~”

 

 저것은 칭찬인가 아닌가. 야바위꾼의 속임수에 놀아나는 느낌이라 나는 또 의구심을 품는데

 

“정말인데... 못 믿는 거야? 이거 섭섭한데...”

“아니에요. 믿어요, 믿어요!”

 

 이러고 있더라. 나는 속마음을 잘 못 숨기나 보다. 그렇게 티가 났나싶어 급히 수습에 들어갔다. 고객만족이 최우선이니까 칭찬이라면 칭찬인거다!

 보르살리노씨와 단둘이 걷는데 그러고 보니 담배냄새가 나지 않는다. 저번에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는데.

 

“어? 보르살리노씨는 신기해요.”

“오... 어떤 면이?”

“담배피는데 냄새가 안 나서요... 동기나 선배들 보면 다들 풍기니까”

 

 여자인 친구들 말고는 남자사람들은 인간 담뱃재마냥 냄새 뿜고 다니던데

 

“아아... 그렇게 냄새 풍기면 실례잖아~ 비흡연자는 싫어하잖아...”

“와...”

“신경 조금만 쓰면 되니까.”

“와...”

“게다가 관계의 시작은 매너잖아?”

 

 관계? 회사에서 보르살리노씨의 급이 새로 시작할 만한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새로운 협력업체의 사장? 거래처 직원?

 갑자기 조별과제서 PPT만든답시고 구글서 이미지를 서치 할 때가 생각난다. meeting을 치면 막 인종 상관 없이 모여선 프로페셔널하게 입고 원탁에 앉아선 이야기 하는 이미지 일색이던데... 외국인이랑 악수하고 꼬부라진 발음으로 영어도 하고 그런 것들을 보르살리노씨가 하는 걸까?

 나는 입을 허 하고 벌리며 감탄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 블랙리스트가 다르게 보인다. 매니저님은 개새끼랬지만 개새끼가 아니라 일에 미친 사람같이 보인다.

 

“와... 막 바이어같은 분들 생각해서 그런 매너를...!”

 

 내말을 듣던 보르살리노씨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아 나는 바이어는 만나지는 않는데... 나는 나갈 일은 별로 없어서 말이지.”

 

 이런 말을 했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누굴 만날지도 모르면서 신경 쓰다니.

 많이 감동했다. 보르살리노씨쯤의 연배인 사람들은 담배냄새를 풍기는 데에 별 죄책감이 없으니까. 길거리서 길빵도 그렇고 그냥 안 피면서도 담배에 찌든 냄새 뿜고 다니니까...

 

“그런 눈으로 보면 기뻐해야하나~?”

“예?”

“아니야.”

 

 우리는 계속 걸었다. 어느덧 해는 다 떴는지 어스름한 밖은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 핸드폰을 슬쩍 보니 곧 30분이다. 그리고 저 앞에 카페가 보였다. 딱 맞춰 도착할 것 같다.

 

“어, 근데 보르살리노씨 어디가시는 거예요?”

“응? 출근~”

 

 보르살리노씨 회사가 여기 근처에 있나보다.

 가게로 손님 두어 명이 들어갔다. 매니저님 혼자서 일할 테니 많이 힘들 거다. 지금까지 농땡이 많이 쳤으니까 이젠 일해도 괜찮다. 그리고 코앞의 손님을 보면서 안 도와주는 것은 내 양심에도 찔리고...

 

“전 이제 다 도착했거든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는 보르살리노씨에게 인사하곤 재빨리 뛰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포스대에 선 매니저님께 죄송하다며 빌었다. 별로 안 바빴는지 매니저님은 빨리 옷이나 입고 오라며 장난스레 응수하더라. 다행이다. 옷을 후다닥 입고 빵모자로 머리를 가리고 음료를 만들러 들어왔다.

 

“여주야 에스프레소다.”

 

 어? 우리 가게에서 음료로 불리는 사람은 몇 없다. 보르살리노씨는 출근한 댔는데.

 

“여주야 에스프레소~~~~!”

“네!”

 

 매니저님이 재차 말하기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그라인더를 돌렸다. 목을 살짝 빼보니 정말 보르살리노씨가 서있었다. 이상하네. 사무실에 갔다 내려왔다고 치기엔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은데?

 눈이 마주쳤다. 보르살리노씨가 웃는다. 쌩하니 고개를 돌리기에도 좀 그런 것 같아 얼떨결에 같이 웃어주곤 샷을 내렸다.

 

“주문하신 음료 드릴게요.”

“딱 맞았지?”

 

 그가 냅킨을 챙긴다. 맞는 말이라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벌써 출근하고 여기로 오신 거예요? 진짜 빨리 오셨네요.”

“응? 여기로 온 건데~”

“네?”

“여기로 출근한 건데...?”

 

 어..? 어... 그렇구나... 방문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그럼 그냥 가는 길에 알바생 봐서 같이 걸어 온 건가? 알바생이 달려가는 게 불쌍해서 같이 걷자고 한 건가?

 눈이 다시금 마주쳤다.

 

“일은 애매하게 하는 게 좋아.”


 어...? 음 일에 미친 것 같다는 것은 취소다.


“아...”

“많이 해봤자 힘들다니까. 알아주지도 않는데 할 필요가 있나?”

 

 보르살리노씨는 그런 말을 하며 음료를 들었다.

 

“적당히 약게 해. 힘들다고~”

“아... 네.”


 저것도 처세술의 일종일까. 안녕히 가세요. 나는 멍하니 있다가 서둘러 인사했다.



1. 소중한 야옹라떼가 그림 그리느라 집중력 다 써버렸는지 여주와 대장님 사이가 영 짜릿짜릿 안해서.... 노잼에피라 좀 썸같은거 만들어내려고 다시 써본 건데 음^^? 노잼 그대론데? 썸에 좀더 중점을 두고 쓰려 했는데 못미덥다. 영... 연애 해본 지 오래되서 달달물 더 못쓰는 것 같다. 달달물... 깨쏟아지는 그런 내용 잘 쓰고싶다.....

2. 보르살리노는 아침 사카즈키는 점심 쿠잔은 오후 이렇게 생각해 둔 상황. 

3. 그나저나 지금 계절이 가을인데 여름을 향해가는 소설속 계절이 민망 민망.. 이건 여름에 썼기 때문에... 하하하하 

다들 대장님으로 충만한 시간 보내세요!

가내수공업 전문 네임리스 드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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