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행 비행기는 중간 경유지였던 파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루크는 몸이 갑갑해 이미 관속에서 나와 있었다.


오르페우스가 걱정된 나머지 여행가방의 케이스를 열어보니 다행이도 오르페우스는 세상모르고 꿀잠에 빠져 있었다.


루크는 잠든 오르페우스를 안고 천연덕스럽게 화물칸에서 올라와 비즈니스석이 있는 객실까지 태연하게 걸어갔다.



비행기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잠들어 있어 루크와 오르페우스의 존재를 신경쓰지 않았다.


루크는 비즈니스석의 빈 자리를 발견하고 오르페우스를 편안히 눕혔다.


뻔뻔하게도 지나가는 객실 승무원에게 음료수과 간식거리까지 요구하여 오르페우스를 깨워 먹였다.


승무원들은 100달러짜리 팁을 아낌없이 주며 재벌행세하는 루크를 이상하게 보기는 커녕 이게 왠 횡재냐 하며 극도로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



아름다운 오메가를 동행하며 명품가방을 든 루크를파리 공항에서 새로 탑승한 젊은 귀족으로 착각한 것이다.


“루크. 창밖을 봐봐! 새 아줌마가 날아가고 있어.

기러기 아저씨가 나한테 막 윙크했어!”


오르페우스는 처음 비행기타는 꼬마처럼 신기해서 신나게 떠들어댔다.


비행기옆에서 날고 있던 기러기떼는 네툰의 막내아들인 인어 왕자를 알아 보았다.


그들은 사랑스러운 인어 왕자를 향해 반가움의 표시로 V자형태로 날며 힘차게 울어 댔다.


모든것이 새롭워 오르페우스는 고통스러웠던 페로몬증상과 소름끼치게 무서웠던 덴마크 왕자와의 끔찍한 만남도 까맣게 잊고, 어린 애처럼 금새 즐거워졌다.


한손에는 아동용 간식인 초코바를 들고 기러기떼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들며 새떼들에게 인사했다



루크는 그런 오르페우스가 너무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었다.


항공사 담요를 목아래까지 꼼꼼히 덮어주며 식사로 나온 연어 스프를 입으로 물어 오르페우스의 입안으로 넣어 주었다.


역시 아기새처럼 잘 받아먹는 오르페우스를 보고, 비즈니스석의 나이든 사업가들은 루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았다.



귀여운 아기 얼굴에 제법 큰 키의 잘빠진 허리와 탄탄한 가슴이 이울배반적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오르페우스는 참으로 먹음직스러운 우성 오메가였다.



한눈에도 보아도 귀한 혈통의 오메가였다.




“젊은 친구가 출세를 일찍했네.

저런 예쁘고 어린 오메가는 어디서 구했나?

고급 오메가 클럽이나 사창가를 뒤져도 저렇게 귀여운 아이는 없던데.”




저먼발치서 루크의 품에 안겨 맛있게 식사하는 오메가를 슬쩍 곁눈질하며 부럽게 바라보던 중년의 사업가 하나가 다가와 루크에게 물어 왔다.



루크의 귀에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며 짐짓 속을 떠보았다.




“ 성숙한 몸에다 아기처럼 순진한 얼굴.

크흐. 그야말로 이상형의 오메가 와이프아닌가.

낮에는 귀여운 아내, 밤에는 침대위의 섹시한 요부.

혹시 자네…이 아일 비밀노예시장에서 구했나?

아. 오해하진 말게. 공식적인 오메가 신부를 구하는 결혼중매싸이트에선 꼭 닳고 닳은 오메가들만 나와서 말야.”





루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말로 루크는 불쾌했다.





“내 오메가 애인 말씀이시라면, 돈 주고 산 것 아닙니다.

난 사람을 돈으로 사고 팔지 않습니다 .

제 애인한테 이상한 소리하지 마시오!”




인간들은 알면 알수록 역겨운 존재였다.




‘사랑’을 돈으로 살수 있다 믿었고, 무엇보다 더러운 욕정과 소유욕을 사랑으로 포장해서 과시했다.




저들 스스로가 인간이면서, 같은 동족인 인간을 가축처럼 사고 파는 노예제도를 만든 인류라는 존재를 동경하며, 심지어 그 중 한명과 사랑에 빠져버린 오르페우스가 이해가 안갔다.





불법적으로 오메가를 인신매매하는 ‘비밀노예시장’에선 중동의 거부들이 VVIP고객으로 등록되어 있어 동유럽의 귀족출신의 아름다운 오메가 소년들을 사들여 천문학적 고가로 성노예로 팔리고 있었다.





대부분  귀족의 버려진 사생아나 가난한 몰락 귀족이 빚에 허덕여 하는 수없이 귀한 자식을 팔아 넘긴 동유럽 귀족도 있었다.




심지어 서유럽이나 미국, 호주등 중산층 집안의 소중한 오메가 소년들을 강제로 납치해 짐승처럼 우리에 가둬 소위 ‘오메가 성교육’을 시킨후 비밀노예시장에 내놓는 범죄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전세계 러시아 마피아를 주축으로 한 범죄 카르텔로 조직되어 오메가 납치라는 불법행위를 체계적인 인신매매사업으로 벌렸다.



그들에게 아름다운 어린 오메가는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닌, 다이아몬드나 금괴같은 고가의 상품일 뿐이었다.




고부가가치의 이 인신매매사업에서 단연 최고가의 상품은 ‘우성’오메가 소년이었다.





우성 알파를 낳을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우성 오메가 소년들이 성적으로도 최고의 쾌락를 제공했고, 존귀한 혈통일수록, 어리고 경험이 없을 수록 그 값은 매길 수 없을 정도였다.





타고나게 음심을 자극하는 달콤한 페로몬을 내뿜는 오메가들은 발현시점부터 대부분 순결을 잃었다.





우성, 열성 가릴것없이 알파들은 오메가라면 사족을 못쓰고, 아직 아기티도 못벗은 오메가들을 덮쳤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형제나 심지어 생부(의붓애비는 말할것도 없고) 에게 첫 순결을 뺏기는 오메가들도 많았다.





이렇게 섹스에 길들여지며 성장한 오메가들은 당연히 사내맛에 들려 나중에는 아예 스스로 몸을 팔거나, 그 요염한 매력을 이용해 재벌들의 부인이나 정부가 되기위해 ‘슈가 대디’를 찾아내 유혹했다.





더러운 세상에 적응한 오메가들은 나름대로의 생존법을 익힌 셈이었다.




오메가들을 끝없이 갈구하면서도,사내들은 이들 오메가의 약삭빠른 처세를 ‘보테크(보지팔아 팔자고치는 오메가 새끼들)’라며 경멸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댔다.






사실 '처녀’우성 오메가의 구멍에 첫 깃발을 꽂은 것은 지배계급인 우성 알파들조차 차지하기 어려운 진귀한 기회였다.





영악한 오메가의 부모들이나 때로는 저 스스로 오메가의 ‘처녀성’을 극소수 지배층에게만 팔기도 했다.





워낙 고가로 오메가 처녀성이 거래되는 통에 이런 오메가 아들을 둔 일부 부모는 이른바 벼락부자로  출세하는 행운을 얻었다.





새로 개정된 세계인권선언으로 오메가에 대한 처우개선 많이 실행되고 있음에도 음지에서는 여전히 오메가는 성적 착취의 대상이었다.




인간 세상에 나온지 얼마 안되는 루크조차 점점 이러한 더러운 인간의 추한 이면을 발견하며 진저리를 쳤다.







루크에게 오르페우스는 오메가도, 성적 도구도 아니였다.



오르페우스는 오르페우스였다.






한없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연인,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 그가 곧 오르페우스였다.



오르페우스의 몸을 가지고 싶어도,루크는 꾹 참고 또 참았다.




강제로라도 오르페우스를 겁탈하여 그를 불행하게 한다면 그것이 루크를 더욱더 괴롭혔을 것이다.





오르페우스의 존재만으로도 루크는 행복할 따름이었다.


오르페우스가 웃으면 세상이 웃었고, 오르페우스가 울면 세상도 울었다.








처음에 자신을 스위스 연방은행장이라 소개했던 이 알파 사내는 루크가 혐오가 가득찬 시선으로 노려보자, ‘칫 내숭은’ 소리를 내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오르페우스를 탐욕에 찬 시선으로 오메가의 몸전체를 거의 햝듯이 쳐다보던 다른 알파 사내들도 이구동성으로 불평했다.








“노예시장이 정말 VVIP만 가입할 수 있다더니.

거참나. 정보 좀 공유합시다.

비밀회원제로만 운영된다 던데, 자산만 충분하면 베타도 가입이 가능한거요?

정말 저렇게 예쁘고 순진한 오메가가 시장에 많이 유통됩니까?”



“그러게나 말이오.

자산으로 치자면 나도 부동산과 주식, 귀족이었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적지 않소.

저런 베타 졸부놈도 귀여운 오메가 아이를 갖는데 나는..이런..젠장!”






비즈니스석의 소수의 VIP사업가들은 자신들의 지위에 걸맞는 고급스런 오메가 애인을 탐내며 저마다 부러움과 시기로 볼멘 소리를 해댔다.





“루크. 아저씨들이 배고파 화내고 있어.

오르페가 뭐 잘못했어? 아저씨들한테도 맛있는 것 나눠주자.”






눈치없는 오르페우스가 자신의 옷주머니에 가득 넣어둔 초코바를 하나씩 나눠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 섰다.




“앗! 안돼! 오르페.

위험한 아저씨들이야!”





순간 루크가 당황하여 객실 복도로 나가려던 오르페우스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 바람에 오르페우스가 소중히 들고 있던 초코바가 우르르 바닥에 떨어지며, 오르페우스의 몸이 갸우뚱했다.




루크는 바로 오르페우스의 몸을 소중히 받아들고 품에 안았지만, 100년간의 인어인생 처음으로 맛본 초코렛 맛에 완전히 빠진 오르페우스는, 소중한 자신의 초코바를 더러운 바닥에 떨어트려 참지못하고 울분에 가득찬 울음을 터트렸다.






“흐아앙~~내 먹이! 내 초코!”






루크는 오르페우스가 울음을 터트리자 등을 쓰다듬으며 달래기 정신없었다.







그때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미남자가 다가와 바닥에 떨어진 초코바로 모두 주워 소중하게 먼지를 다 털어 오르페우스에게 다시 건네 주었다.





그는 자상한 아버지 미소를 보여주며 오르페우스를 지긋이 바라 보았다.





“젊은이. 시간 좀 되면, 나와 단둘이 이야기 좀 하지.”



“그냥 여기서 말씀하시죠.

저는 제 애인앞에서 숨기는 것 없으니까요.”







루크가 경계에 가득찬 눈으로 그 사내를 노려보며, 오르페우스를 품속으로 더욱 끌어 당겨 안았다.




백금발의 중년 사내에게서는 은은하게 우성 알파의 브라질산 시가향과 유사한 페로몬 향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오르페우스는 호기심에 가득찬 동그란 초록눈을 크게 뜨고 , 그 사내를 올려다 보았다.







“아저씨. 고마워요. 오르페가 젤루 아끼는 먹이예요.”






천진하게 웃는 오르페우스에게서 페로몬 향을 느껴졌는지,이 중년 미남자의 높이 솟은 이마에 가는 세로줄이 2개 그어지며, 사내는 심하게 속눈썹을 떨었다.




백금발의 중년사내는 단도직입적이었다.







“흠. 젊은이.

나는 우성알파로, 세계1위 전기자동차 회사 포뮬러의 창립자 칼 오토일쎄.

내 오메가가 아기를 낳다 죽어, 나의 새 오메가가 필요해.

나이 50이 다되가는데도, 이 우성알파의 러트 사이클마다 정말 죽을 지경이네.”






사내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허리아래를 가리켰다.


그의 바지 앞섶이 부풀어 올라서 있고, 지퍼가 터질듯 미어져 튀어 나와 있었다.






“허.허. 알쟎나? 우리 우성 알파가 러트 시기에 성욕이 폭발한다는 것을…난..그래. 솔직하게 말하겠네.

 난 자네의 오메가를 원하네. 우리 사내들끼리니 이해해 주리라 믿네.

페로몬의 상성이 이렇게 맞는 오메가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네. 내가 좀 민감성 체질이라…

더구나 저 아이는 발현한지 얼마 안되고, 각인도 안되어 있으니 내가 무엇을 망설이겠나?

나는 돈이던 뭐던 다 자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네.

기업체를 차려줄 수도 있고, 뭐…부동산이 필요하면 뉴욕에 초고층 빌딩도 몇 채 주겠네.

그래봐야 몇조 달러밖에 안되지만…너무 약소한가?

그러니…제발!  자네 오메가를 내게 넘기게!”.




그때 오르페우스가 겁에 질려 외쳤다.





“싫어! 오르페는 루크랑 있을꺼야.

아저씨 싫어!  난 내 친구가 제일 죠아!”





오르페우스는 이 알파 중년 사내의 향이 왠지 얀과 비슷하여, 내심 불안해하고 있었다.





오르페우스는 루크의 품속으로 파고들듯 들어가, 머리를 루크의 가슴에 박고, 몸을 가늘게 떨었다.






“보셨죠? 제 애인이 겁이 많아서요.

안보이는 곳으로 좀 꺼져 주시죠.”





포뮬러사의 대표란 이 우성 알파 사내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큿. 후회할껄세. 젊은이.”





하지만, 그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노트북으로 어디론가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루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성 알파치고도 이 칼 오토라는 사내의 기세는 목을 꾹 눌러 비틀어 버릴 같은 묵직한 힘이 있었다.




덩치로나 힘으로나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루크였지만, 얀을 비롯한 소수의 우성 알파의 기운은 도저히 버티기 버거웠다.




오르페우스를 또다시 잃을까 두려웠던 루크는 속으로 결심했다.



'최종 목적지인 ‘뉴욕’이란 곳에 도착하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비행기에서 내려 오르페우스와 숨을 곳을 구해야지.

안되겠다. 오르페는 너무 남들눈에 띄여!’




****




드디어 오르페우스를 태운 뉴욕행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루크는 오르페우스를 데리고 서둘러 비행기에서 내렸다.




출입국 관리소에는 이미 얀의 지시대로 ‘테러 방지’라는 핑계로 방탄조끼까지 두르고 중무장한 경찰들과 특공대원들까지 사방에 깔려 있었다.





출국 심사대에 오르페우스의 사진을 들고선 장교 하나가 일일히 한사람씩 얼굴을 확인하고 있었다.






“다음! 너 모자 벗어봐.”




한 십대 소년이 야구모자를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아냐. 다음! 

어이. 거기 ! 차두르? 이 천조가리 벗어봐.”





얀의 수하들은 철두철미했다.


중동출신 베타 여인들이 얼굴에 두른 차두르까지 벗겨 얼굴을 확인했다.




“자. 다음!”




루크는 출국심사대의 줄에서 슬쩍 이탈해 오르페우스를 데리고 다시 공항의 화물칸으로 갔다.


이제막 착륙한 비행기 화물칸의 짐을 모두 화물전용 엘레베이터에 싣느라 공항 인부들이 정신 없었다.






‘이거다!’




루크는 오르페우스를 잽싸게 화물칸 짐짝들 사이에 숨겨넣고, 다른 작은 가방으로 오르페우스의 몸과 머리를 가려 쌓았다.




루크는 고민 고민하다 바로 자신의 자켓을 벗어 허리에 묶어 두르고, 팔소매를 걷어부쳐 자신의 우람한 팔근육을 드러냈다.





운동화와 청바지를 입고 있던 루크는 이제는 누가봐도 공항 인부로 보였다.





“어이~~~거기 신참!

가만히 놀지말고 밥값좀 해! 여기 쌓인 짐들 안보여?”





그때 마침 중년의 고참 인부가 루크를 불렀다.






루크는 씨익 웃었다.




“네에~~갑니다! 가요!”

조아라 노블레스 작가. 회사원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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