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까맣고 스산한 다리로 가는 도중, 더 이상 곤두박질을 칠 곳도 없이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닥을 마주보고, 심연을 받아들이면 누구나 차분해질 수 있다. 이번에는 내 차례라는 것을 어련히 알아들었을 뿐이다.

 

지하철이 움직일 때마다 몸이 붕 뜨는 기분은 꽤 묘하고, 딴 세상에 와 있는 것만 같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외면하고 있는 행인들이 하나의 정물화가 되어서 내가 만든 벽 옆에 우두커니 서 있다.

 

감정이 존재하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라는 걸, 살아가는 것들은 알지 못한다.

 

세상과의 유일한 끈을 차단하는 이어폰 줄이 나의 세계가 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귀와 머리카락을 어지럽히는 바람의 메아리는 허공으로 흩어지고, 차들은 허무한 빛으로 어둠을 한층 더 칠흑으로 만든다.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예민하다는 평을 달고 살았던 나날이 우습게도, 무심한 눈빛이 얼어붙은 생선의 그것에 못지않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짝이는 건물들이 시선을 빼앗고, 부추긴다.


질기고 빛바랜 것이 무어라고, 이토록 피가 나도록 잡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액체는

왜 그리 처절한 것인지



나만이 슬퍼하는 나의 끝이

왜 그리 희미해지는 것인지


 

가루로 흩날리는 미련 

한 줌이 


다시금 외친다.




얼렁뚱땅 김제로의 진지하고 코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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