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기합 등의 소재가 있습니다.




기말고사가 기간으로 접어들면서 학교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다. 1학년은 필기가 대부분이라 도서관에 모여들었고 선배들은 실기 비중이 높아 체육관이나 단련실, 실기장 등을 다니며 시험을 대비하다 보니 교내에서 선배들을 마주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선배라는 존재가 주는 압박감에서 살짝 벗어난 1학년들은 오랜만에 여유라는 것을 느끼며 학기를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생회 안에서도 급한 업무가 아니면 기말고사가 끝난 후 보강 주간에 처리하라는 공식적인 지시가 내려왔다. 덕분에 진호는 아침에 일어나서 가볍게 조깅하고, 밥 먹고, 수업 듣고, 공강시간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저녁 먹고 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기숙사로 돌아오는 루틴을 만들어 입학 후 처음으로 학업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했다.



- 수업 끝나고 체육관으로 와. 

-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뭐지? 왜? 뭐 잘못했나?..

다음 수업을 받기 위해 강의실로 이동하면서 확인한 문자 덕분에 수업에 집중해야 할 뇌가 온갖 생각들로 분산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일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기들이 사고라도 쳤나? 하긴 요즘 애들이 살짝 풀어지긴 했지.. 그렇다고 기말고사 주간인데 집합을 거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일 테고.. 나만 불러서 혼내시려나.. 


강의 들으랴 생각해 내랴 바빴던 수업 시간이 끝나자마자 진호는 짐을 챙겨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고학번 선배들이 제법 모여있는 체육관에는 굳이 찾아올 이유가 없는 1학년이 선배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인사를 하는데도 어쩐 일이냐는 상투적인 인사말도 없이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윗기수 선배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준성에게 달려간 진호가 뒷짐을 지고 섰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부르셨습니까?”

“어.. 너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다.”

“네? 어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와. 시간 5분 준다. 뛰어!”

“네! 알겠습니다.”


나 지금 기합받는 건가? 

생각할 시간 따위 없다. 기숙사는 체육관에서 뛰면 1분이면 도착할 거리에 있으니 서두르면 시간 내에 돌아올 수 있다. 방으로 뛰어들어가 옷을 그대로 벗어던져두고 의자에 걸쳐있던 운동복을 바지부터 입고 상의는 뛰면서 입었다. 운동화 끈이 풀려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냅다 달려 체육관에 도착, 준성 앞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른 자세로 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시계를 보고 싶었지만 준성의 시선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릴 자신은 없었다. 물론 제 팔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보는 것도. 그저 숨을 돌리며 합격을 기원하며 서있는데.


“엎드려.”

“네!”


세이브 못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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