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픈 대로 하라.”

 

단 한 번도 그에게 다정한 바 없었던 자신이 뭐든 말하는 대로 들어주마 하였던 상급을 스스로를 위해 쓰지 않는 선휘의 어리석음이 기가 막히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고, 조금 화가 나기도 해서 무심하게 툭 내뱉자, 선휘가 그러면 준비해 오겠노라 하며 사라졌다가 손수 찰랑이는 물을 한가득 받쳐 들고 나타났다. 금언패를 찬 궁녀 아이 또한 천을 기대어 놓은 대야를 받쳐 들고 뒤따랐다. 두 개의 물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은 후 선휘는 의자에 앉은 예서의 발치에 꿇어앉아 제의 훠를 벗기고 따스한 물에 적신 부드러운 천으로 예서의 발을 감싸고 어루만지듯 닦아내기 시작하였다.

 

“지체 높은 명문가에서 자란 후가 어찌 시비나 하는 일을 자처하는 것이냐.”

 

“궁중에서 주인되시는 분은 오직 황상 폐하뿐이십니다. 출가외인인 몸이 과거의 신분에 얽매여 무얼하겠나이까. 신첩은 다 잊었고, 다 버렸사옵니다. 대명의 황궁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신첩은 다만 폐하께 속한 어리석은 백성 중 하나일 따름이라 새겼으니, 폐하께서도 이 밤만이라도… 신첩을 그리 여겨 주시면 아니 되겠나이까?”

 

그것은 소원을 들어주마 한 허락에도 차마 꺼내지 못했던 제 황후의 진정한 속내였다. 저는 이 궐에 들어선 순간부터 자신이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아우인지 다 잊었으니, 너도 부디 잊어달라고. 하지만 결코 그를 잊지 못할 저를 알기에 소원이 아닌 지나가는 말처럼, 그나마도 듣는 저에게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도록, 이 밤만이라도, 라고 넌지시 돌려 말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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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하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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